여당이 두 건의 금융 법안을 내놨다. ‘재난 상황’일 때 대출 원금 감면을 강제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과 보험료 납입 유예 등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이다. 코로나 쇼크로 어려움이 큰 자영사업자 등을 돕자는 게 입법 취지다.

민형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들 법안은 대출원금을 행정명령으로 깎아주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 금융계에선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거나 이자 감면·납입 유예 정도를 훨씬 넘어 원금의 일부 탕감까지 내세운 것이다. 금융위원회의 원금 감면 결정에 따르지 않는 금융회사에 과태료를 물린다는 징벌 조항도 포함돼 있다.

코로나 충격이 큰 개인사업자나 영세 중소기업의 어려운 처지에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이들에게 ‘공적 지원’을 집중하자는 논의도 그렇게 시작됐다. 위기 때 더 심화하는 양극화 또한 우리 사회가 함께 합리적·실질적 대책을 모색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선의만 앞세운 채 경제원칙과 시장원리를 훼손하며 다분히 감성적 제안을 내놓는 것은 책임있는 정치가 아니다.

먼저 ‘재난 상황’의 기준과 판단부터가 논란거리지만, 재난이라고 대출원금 감면을 의무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차입자가 성실하게 빚을 갚겠나” “대출심사가 더 깐깐해질 것이다” 정도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은행의 대출 수익성이 낮아지면 예금 이자도 낮아져, 예금자들이 외국 금융회사로 옮겨갈 수도 있다. 상장기업인 은행들 주식을 압도적으로 많이 보유한 외국인이 투자금을 빼면 주식시장은 어떤 혼란에 빠질까. 국가신인도는 또 어떨까. 금융시스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런 강제 규제법이 정작 대출이 시급한 사업자에게 어떤 장애물이 될지 국회의원이라면 두루 헤아려야 하지 않겠나. 주거 약자를 돕겠다는 ‘선한 취지’가 거꾸로 세입자를 울린 ‘임대차 3법’ 같은 부작용을 또 만들어낼까 봐 겁난다.

금융업은 ‘위험관리 비즈니스’다. 가뜩이나 이자 규제, 신용대출 간섭에 이익공유 압박 등으로 금융업의 기본까지 흔드는 시도에 금융회사들은 숨 막혀 한다. 초민감 시장인 금융에까지 표에 도움만 된다면 뭐든지 하겠다는 식의 정치논리가 영향을 미쳐선 곤란하다. ‘금융의 정치화’를 넘어 ‘금융사회주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면 국제금융계에서 한국을 어떻게 볼지도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개방국가임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