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제공=SK하이닉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성과급인 초과이익배분금(PS) 지급 규모를 두고 임직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측과 노조가 PS 제도 개선 및 자사주를 구성원들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등 노사합의를 이뤘다.

SK하이닉스는 4일 오후 이천 본사에서 중앙노사협의를 열고 세 가지 사안을 노조에 제안했고, 노조가 이를 화답함으로써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SK하아닉스가 제시한 첫째 제안은 논란이 된 PS 산정 기준 변경이다. SK하이닉스는 PS 산정의 기준 지표를 기존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과 연동하는 것'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PS는 전년 실적이 목표 이익을 초과 달성했을 때 주는 성과급인데, 임직원들은 회사 측이 PS 선정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그간 EVA 지표로 인한 구성원들의 불만이 있어 왔으며, 수치가 명확하게 공개되는 영업이익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이와 관련, 이번주내로 임직원과 자세하게 소통하겠다고 부연했다.

SK하이닉스의 둘째 제안은 이사회 승인을 전제로 우리사주를 발행하여 구성원들에게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주기로 한 것이다. 우리사주를 임직원들에게 부여함으로써 회사의 미래성장을 함께 도모하자는 의미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구체적 방안은 추후 결정키로 했다"면서도 "대략 기본급 200%에 해당되는 혜택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 제안은 SK하이닉스가 사내 복지 포인트인 하이웰포인트 300만포인트를 전 구성원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것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노사합의 이후 "지금까지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과 회사의 신뢰인 만큼 앞으로 경영의 방향 역시 '공정함'과 '투명함'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해주 SK하이닉스 이천노조위원장은 "회사와 구성원이 상호 발전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했고, 강국모 청주노조위원장은 "상처를 치유하고 다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응답했다.

한편 최근 국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성과급 논란의 발단은 SK하이닉스에서 비롯됐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임직원들에게 기본급(연봉의 20분의 1)의 400%를 PS로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연봉의 20% 수준을 성과급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실적 부진으로 PS를 지급하지 않고 기본급의 400%에 해당하는 '미래 성장 특별 기여금'을 줬던 2019년과 동일한 규모다.

그러자 임직원들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수요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84% 증가한 5조원을 달성하는 등 호실적을 거뒀음에도 불구 성과급 규모가 기대보다 낮고, 동종업계 경쟁사 대비 절반 수준도 안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직원들은 PS 산정 기준인 EVA 지표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일 SK하이닉스 이천 본사에서 열린 M16 팹 준공식에서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자신이 지난해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을 전부 반납하겠다고 선언하고, 이 사장은 사내 공지를 통해 지난해분 PS 규모를 책정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등 임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이 같은 임직원 달래기에도 불만이 계속되자, 일각에선 인력 이탈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단 우려마저 제기됐다. 최근 경쟁사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마이크론 등이 경쟁적으로 대규모 경력직 채용에 나서 이직을 생각하는 직원들이 늘 수 있다는 것이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