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초
호시노 토미히로

오늘도 한 가지
슬픈 일이 있었다.
오늘도 한 가지
기쁜 일이 있었다.

웃었다가 울었다가
희망했다가 포기했다가
미워했다가 사랑했다가

그리고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일들이 있었다.


호시노 토미히로 : 일본 시인·화가. 1946년 출생. 군마대학 교육학부 졸업. 저서 『극한의 고통이 피워 낸 생명의 꽃』 『한없이 아름다운 꽃들』 『방울소리 울리는 길』 『당신의 손바닥』, 시화집 『내 꿈은 언젠가 바람이 되어』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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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쓴 호시노 토미히로는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대학을 졸업하고 중학교 선생님이 된 지 2개월 만에 방과 후 체육 동아리 활동을 지도하다 사고를 당해 경추손상으로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되는 불운을 겪었다.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목 위쪽뿐이었다. 갑작스런 사고에 생의 의욕을 잃고 절망에 빠진 그는 한때 죽음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다시 일어나 새로운 인생의 페이지를 열었다. 붓을 입에 물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그림 위에 시를 적었다. 그렇게 그는 스스로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신체 장애인센터 소장의 권유로 전시회를 열게 됐고, 그의 사연에 감동받은 사람들로부터 뜨거운 격려와 찬사를 받았다. ‘꽃의 시화전’이라는 이름으로 200여 차례나 열린 그의 전시회는 매번 성황을 이뤘다. 그의 고향 집 부근에 건립된 미술관에는 해마다 10만 명의 관람객이 찾고 있다.

그는 지인들이 가져다 준 화분이나 꽃다발, 고향의 뜰에 핀 꽃나무, 휠체어를 타고 나선 산책길의 들꽃을 붓 가는 대로 그린다.

그의 시를 읽으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일들’이라는 구절에 밑줄을 그었다. 그리고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지금, 여기, 바로 이 순간이 우리 인생 전체의 그림을 좌우하는 물감이구나! 아, ‘위대한 평범의 순간들.’

하루에도 몇 번씩 희로애락에 휘청거리는 우리. 사소한 일로 슬퍼하고 작은 일에 흥분하는 일희일비의 나날. 호시노 토미히로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도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부드럽게 감싸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일들’의 소중함을 발견한다면, 일상의 시간들이 훨씬 귀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두밀리 자연학교 교장이었던 ‘ET 할아버지’의 가르침은 어떤가. 그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3도 화상을 입고 ‘이미 타버린’ 몸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생명과 희망의 향기를 나눠준 ‘작은 거인’이었다. 본명은 채규철. ‘ET 할아버지’는 사고 이후 얻은 별명이다.

그는 40여 년 전 장기려 박사와 함께 국내 최초의 민간의료보험조합인 ‘청십자 의료보험조합’을 세워 가난한 사람들에게 치료의 길을 열어줬고 농촌계몽운동과 봉사활동에 앞장섰다.

어느 날 차가 산비탈에서 언덕 아래로 굴렀다. 고아원에 칠해주려고 차 안에 실어 놓았던 페인트와 시너가 쏟아지는 바람에 그는 심한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고 수술도 30여 차례나 했다.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귀를 잃고 한 눈은 멀고 손은 갈고리처럼 됐다.

하지만 그는 ‘죽음과 다름없는’ 고통의 심연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청십자 의료보험조합 일을 다시 시작했고 ‘사랑의 장기기증본부’도 만들었다. 나중에는 자기 돈을 몽땅 털어 ‘두밀리 자연학교’를 설립했다.

그의 하루하루는 슬픈 일과 기쁜 일, 절망과 희망의 간극을 오가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 하나하나의 일들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일들’의 값어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그는 위대한 생을 가꿀 수 있었던 것이다.

인생은 하나의 점이 모여 선을 이루는 과정이다. 그래도 성인이 아닌 다음에야 일상의 의미를 어떻게 그리 쉽게 체득할 수 있겠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맞다. 우리는 성인이 아니다. 그러나 슬픔과 고통을 치유하는 법을 배우는 방법을 우리는 알고 있다.

훗날 ‘ET 할아버지’가 당시를 회고하며 남긴 말을 떠올려보자. “우리 사는 데 ‘F’가 두 개 필요해. 하나는 ‘Forget(잊어버려라)’이고 다른 하나는 ‘Forgive(용서해라)’야! 사고 난 뒤 그 고통을 잊지 않았으면 난 지금처럼 못 살았어. 잊고 비워내야 그 자리에 또 새 걸 채우지. 또 이미 지나간 일에 누구 잘못 탓할 것이 어디 있어.”

인도의 법률가이자 리더십 대가인 로빈 샤르마도 “날마다 거침없이 유쾌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나를 발견한 하룻밤 인생수업』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깃든 섬세한 아름다움을 놓치지 말라고. 나와 자네가 함께 하는 오늘, 바로 이 순간이 선물이네. 활기와 기쁨과 호기심을 간직하게. 인생을 건 일과 이기심 없이 타인에게 봉사하는 데 집중하게. 나머지는 모두 우주가 알아서 해줄 걸세.”

자, 아침마다 창문을 열고 ‘매일초’를 음미해보자. 매 순간이 일생이다. 평범한 하루가 모여 위대한 생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