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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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기록이 실제로 그런 건지, (탈북자들의) 일방적인 의사를 기록한 것인지 확인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부족합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3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북한 인권 기록물 공개 발간은 북한 인권 증진과 함께 남북한 관계 발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독일 사례를 보면 그때그때 기록한 것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을 유지하다가 상당한 시간 후에 공개하는 절차를 밟았다”고 덧붙였다. 북한 인권 문제에 통일부가 입장을 밝히기조차 꺼리는 것 아니냐는 외신의 지적에 대한 답변이다.

북한인권기록센터는 2016년 시행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같은해 통일부 산하 기관으로 설립됐다. 2017년부터 입국하는 탈북자 전원을 대상으로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 사례를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보고서는 3년째 비밀문서로 지정됐다. 통일부는 지난해 9월 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틀 만에 ‘확정된 게 없다’며 말을 바꿨고 결국 비공개 처리했다.

탈북자들이 혹여 ‘거짓 증언’을 할까 걱정하는 이 장관과 달리 국제사회에서는 탈북자들의 증언이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는 주요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은 이를 피해 목숨을 걸고 탈북한 사람들이 가장 잘 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해 11월 “탈북자는 가장 중요한 정보 출처원”이라며 “유엔 북한 인권 보고서는 탈북자 증언에 기반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이 장관을 향한 외신들의 질문은 북한 인권 문제에 집중됐다. 북한 인권과 관련해 한국의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북한의 인권 유린에 눈감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 섞인 시각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통일부는 지난해 7월 돌연 탈북자 단체 25곳을 대상으로 사무검사를 벌였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활동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당시 유엔은 한국 정부에 탈북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혐의 서한까지 보냈다. 당시 서한은 “명확한 사유 없이 북한 인권 및 탈북민 재정착과 관련한 특정단체를 검사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탈북자의 '北인권 증언' 검증해야 한다는 이인영
킨타나 보고관은 2019년 한국을 찾아 “평화를 얘기할 때 이것이 실제로 북한 주민에게 어떤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에 소홀하다는 지적에 “평화가 더 큰 인권을 만들고 남북 인도주의 협력이 더 실질적인 인권 개선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 이 장관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