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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그곳] 안티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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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당한 권력에 대한 저항의 정당성
    [영화 속 그곳] 안티고네
    우리는 '공'(公)과 '사'(私)라는 대립 구도의 원형을 그리스 비극에서 찾을 수 있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에서 안티고네는 외삼촌 크레온의 명령을 어기고 도시의 질서를 위협했던 둘째 오빠 폴리네이케스의 시신 위에 흙을 뿌려 장례를 치른다.

    크레온의 장례 금지 명령이 공적 영역을 규정하는 실정법이라면, 이를 어기고 가족의 장례를 치른 안티고네의 행위는 가족 관계라는 사적 영역에 속한 자연법을 지키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공과 사는 과연 동등한 위치에서 대립하는 것일까.

    [영화 속 그곳] 안티고네
    ◇ 현대판 안티고네
    소피 데라스페 감독이 만든 영화 '안티고네'는 이야기의 무대를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의 캐나다 몬트리올로 가져왔다.

    소포클레스의 비극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 그대로 영화에 쓰였다.

    알제리 내전으로 부모를 잃은 4남매는 할머니와 함께 캐나다 몬트리올로 망명했다.

    막내인 안티고네는 폭력조직에 가입한 두 오빠와는 달리 모범생이다.

    어느 날 경찰의 오인 사격으로 큰오빠 에테오클레스가 사망하고, 같은 장소에 있던 작은오빠 폴리네이케스는 억울하게 투옥된다.

    우발적인 사고였지만, 그 뒤에는 이민자, 전과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숨어 있다.

    안티고네는 작은오빠가 캐나다에서 추방될 위기에 놓이자 면회를 하러 가서 오빠를 탈옥시키고 남장한 채 대신 감옥에 들어간다.

    [영화 속 그곳] 안티고네
    발각돼 재판을 받는 안티고네는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전 언제든 다시 법을 어길 겁니다.

    오빠를 도우라고 제 심장이 시켜요.

    "
    안티고네의 법정 발언은 SNS를 타고 퍼지면서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영화에서 안티고네의 저항은 성공적인 결말을 가져오지 못한다.

    그리스 비극에서도 그랬듯이 안티고네의 저항은 자신의 희생과 실패를 각오하고 나아가 목표한 것이기 때문이다.

    안티고네의 운명이 말해주듯이 실제 세계에서도 많은 국가권력은 자연법을 온전히 배려하지 않는다.

    [영화 속 그곳] 안티고네
    ◇ 무슬림 이민자
    영화의 무대인 캐나다 몬트리올은 이민자가 많은 곳이다.

    170여만 명에 달하는 인구에서 비백인 비율은 1980년대 초반 5%에서 2000년대 들어 25%를 넘어섰다.

    특히 종교로 봤을 때 비기독교계 주민 중 무슬림이 15만여 명으로 가장 많다.

    몬트리올이 속한 퀘벡지역이 프랑스어권인 만큼, 영화에서 안티고네의 가족처럼 프랑스어와 아랍어가 통용되는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와 같은 북아프리카 출신 무슬림 이민자가 많은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영화는 2008년 몬트리올 공원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 모티브가 됐다.

    경찰의 부적절한 개입과 오인 사격으로, 한 이민자 청년이 사망한 뒤 그의 형제가 추방당할 위기에 처했고, 사망한 청년의 여동생이 오빠를 구하기 위해 미디어에 인터뷰한 것을 감독은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와 연결했다.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이 사망하면서 촉발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LivesMatter) 운동을 떠올리게 된다.

    [영화 속 그곳] 안티고네
    ◇ 공공의 존재 가치
    후세의 많은 철학자와 문인들은 안티고네 이야기를 국가법과 자연법이라는 동등한 두 권리나 윤리적 요청의 충돌에 따른 비극으로 파악했다.

    여기에서는 최소한 사적인 영역과 자연법은 공공의 영역과 실정법에 비해 열등한 것으로 파악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근현대를 거치며 현실 국가 속에서 실정법은 자연법보다 우위에 섰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곳에서 오랜 세월 전체가 개인보다 중시되는 사고를 강요받기도 했다.

    개인의 자유와 이익은 사사로운 것으로,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복속해야 했다.

    사익은 공익과 대립하면서도 대등하지 못한 관계가 돼 버렸다.

    [영화 속 그곳] 안티고네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그리스적 모토로 되새겨본다면 안티고네는 명백히 왜곡된 공과 사의 관계를 바로잡을 텍스트로 이해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안티고네 이야기는 부당한 국가권력과 그 행사에 대한 저항의 정당성을 시사하고 있다.

    개인이 배제된 '공공'은 허상일 뿐이며, 공공의 영역은 사적 영역의 집합체로서 존재할 때만이 그 고유의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개인이 억눌리고 파괴되는 가운데 그것을 통해 지켜지는 공공의 이익과 질서란 무의미할 뿐 아니라 특정 집단이나 지배 권력의 이익에 봉사하려는 음모가 숨어있게 마련이다.

    물신화된 '공공'과 부당한 권력에 희생되는 것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2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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