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디지털 가계부'에서 '국민 자산관리 앱'으로
고객 이익 관점, 고객의 언어로, 퍼포먼스 마케팅
가계부를 넘어 은행, 카드, 보험, 증권 등에 흩어져 있는 금융자산을 하나의 앱으로 관리할 수 있다. 여기에 연동된 고객 자산이 410조 원을 돌파했다.
‘국민 디지털 가계부’에서 ‘국민 자산관리 앱’이 된 셈이다.
뱅크샐러드는 데이터로 정보 비대칭 문제를 완화시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로 ‘데이터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그런 목표 달성을 위해 데이터를 활용한 퍼포먼스 마케팅에 주력한다.
뱅크샐러드 마케팅 본부는 퍼포먼스 마케팅팀과 에퀴지션 그로스 마케팅팀으로 이뤄졌다.
퍼포먼스 마케팅팀은 좋은 고객을 낮은 비용으로 많이 유입시키는 게 핵심 임무다. 에퀴지션 그로스 마케팅팀은 어떤 광고를 통해 유입되고 앱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등을 기준으로 고객을 식별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고객별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충성고객으로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상황 1 금융앱은 고객 재방문 주기가 길다
도전 1 재방문 주기 짧은 서비스에서 기회를 찾자
앱은 종류별로 고객 재방문 주기가 천차만별이다. 커머스 앱이 재방문 주기가 짧다. 소비자 입장에선 짬이 날 때마다 그 앱을 열어 살만한 상품을 찾게 된다.이에 비해 금융앱은 어쩌다 금융 니즈가 있을 때만 열게 된다. 금융앱 중에서도 주식거래 앱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그러나 자산관리 앱은 ‘어쩌다 열어보는 앱’이다.
뱅크샐러드는 이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가계부를 선택했다. 수입과 지출 내역을 매일 기록해야 하는 가계부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특히 ‘가계부 쓰는 귀찮음을 한 번에 해결한 앱이 나왔다’는 메시지를 적극 활용해 단 기간에 많은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동시에 재방문 주기를 단축시키는 효과도 거뒀다.
앱 다운로드 수가 100만 건에 이르자 다른 해결책이 필요했다. 서비스 영역을 확장해서 고객들이 자주 열어보도록 했다. 고객이 금융자산 관리를 위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자산을 손쉽게 조회할 수 있게 했다. ‘조회’ 니즈를 충족시켜 고객이 자주 찾게 유도했다.
김계성 프로덕트 마케팅 파운데이션 리드는 “지난해 11월 선보인 ‘노는 돈 서비스’도 재방문 주기 단축에 기여했다”며 “고객의 금융 데이터를 분석해 놀고 있는 고객의 돈을 찾아내고 그 돈을 투자할 수 있는 P2P 투자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 2 고객을 위한 것인데 고객이 모른다
도전 2 “고객의 언어로 해석하라”
뱅크샐러드에선 ‘고객 관점에서 고민하자’가 모든 업무의 제1원칙이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서비스 공급자 관점이라면 SNS 광고를 집행할 때 “얼마에 입찰하지, 어떤 메시지를 넣을까”를 고민하는 게 일반적이다.하지만 뱅크샐러드 마케터들은 ‘SNS 화면의 어떤 영역이 고객의 눈에 가장 잘 보이는지, 어떤 메시지에서 화면을 스크롤하던 고객의 손이 멈출지’를 고객 관점에서 고민한다.
고객 관점 마케팅의 일화가 있다. ‘안드로이드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알렸을 때였다. 고객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았다. 원인을 분석하던 중 본인이 안드로이드 휴대폰을 사용하는지를 모르는 고객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갤럭시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가 나왔다’라고 마케팅 메시지를 바꿨다. 고객 반응이 바로 나타났다.
이 일을 계기로 뱅크샐러드 마케터들은 회의할 때 “고객들이 이 단어를 아나?”라는 질문을 반드시 한다. 고객이 익숙한, 고객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는 것이다.
연말정산 마케팅도 ‘고객 관점’ 원칙으로 성공시킨 사례다. 뱅크샐러드 마케터들은 지난해 11월 고민에 빠졌다. 연말정산이 이슈가 될 시기인데도 고객들의 관심도가 엄청 낮았기 때문이다.
쿼리 분석 결과, 1년 동안 일별 연말정산 관련 검색량 중 최대 수치를 기록한 날의 검색량이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연말정산 국세청 고지일에 몰리는 검색량이 일반적으로 78%였는데 2020년에는 8%에불과했다.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코로나19 등 다른 이슈에 밀려 나타난 수치일뿐 고객 이익 관점에선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연말정산 막판 스퍼트’ 마케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연말정산에 관심이 높지 않았던 기간에도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의 금융앱 순위에서 사흘간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같은 기간 내 연말정산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도 대폭 증가했다.
상황 3 실패한 업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도전 3 ‘사후부검’으로 실패 원인 찾아낸다
뱅크샐러드엔 ‘사후부검’이란 회의가 간혹 열린다. 사망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사체를 부검하는 것처럼 실패한 업무에 대해 실패 원인을 규명하는 회의다.권수진 뱅크샐러드 마케터는 “업무 실패를 초래한 사람을 찾아내 문책하려는 회의로 오해할 수 있지만 그런 목적이 아니라 근원적인 문제를 발견해 다시는 유사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가이드를 마련하려는 회의”라고 설명했다.
사후부검은 ‘5 why’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섯 단계에 걸쳐 왜(why)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답을 구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광고에서 클릭을 했는데 랜딩페이지 오류가 발생하는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 이 문제로 사후부검 회의가 열렸고 ‘5 why’ 방식이 적용됐다.
첫째 ‘왜 이 문제가 생겼나’, 둘째 ‘매체는 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 셋째 ‘왜 우리는 매체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나’ 등 다섯 단계의 왜(why)가 진행됐다.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사후부검을 하다 보면 3단계에서 더 이상 진행이 안 될 것 같다가도 고민을 거듭하면 더 근본적인 원인을 발견하게 된다”고 전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뱅크샐러드는 데이터, 그러니까 숫자를 중시하는 핀테크 기업이다. 그래서 데이터를 활용한 퍼포먼스 마케팅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하지만 데이터와 숫자 만큼 ‘고객 이익 관점’을 중시한다. 종합하면, 고객 관점에서 고민하고 퍼포먼스 마케팅을 진행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원칙인 셈이다.
이 원칙은 뱅크샐러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한 ‘만둣국 맛있게 끓이는 법’으로도 잘 설명된다.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만둣국을 맛있게 끓여야 하는 업무를 맡게 됐다면, 유명한 레시피부터 찾아보려 해선 안된다. ①만둣국의 구성을 살펴보고 ②만두의 구성을 파악하고 ③만두와 만둣국 장인을 만나보고 ④만둣국을 여러 방식으로 끓여 보고 ⑤맛있는 만둣국이 되면 자신의 레시피로 정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의 레시피를 따라할 생각부터 하지 말고 철저한 조사와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뱅크샐러드 마케터들은 ‘맛있는 만둣국’을 마케팅 업무에 적용하면 ‘고객 이익을 위한 퍼포먼스 마케팅’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른 마케터가 제시하는 ‘고객 이익’이 아니라 자신들이 고민한 ‘고객 이익’을 위해 마케팅을 한다는 것이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미국의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는 2015년 발표한 ‘은행업이 죽는 날(The Day the Banking Industry Died)’에서 2037년까지 Chase, Citigroup, Goldman Sachs, Wells Fargo 등 미국의 거대 은행 대부분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미 비대면거래 비중이 약 93%에 달하며, 최근 시중 은행의 희망 퇴직 신청자 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핀테크의 성장으로 이제 금융산업은 그 어느 산업보다도 활발한 변화와 혁신이 진행되는 산업이 될 것이다.
사실 금융마케팅은 매우 특별한 분야이다. 콜라를 파는 것과 컴퓨터를 파는 것이 다른 것처럼, ‘돈(Money)’과 관련된 상품을 파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예를 들어, 금융서비스는 소비 기간(duration of consumption)이 특별히 더 ‘장기적’인 특징이 있다. 레스토랑, 헤어샵 등 대부분의 서비스는 기껏해야 몇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금융서비스는 상품 자체가 1년, 2년, 10년, 30년, 심지어 종신보험처럼 사망할 때까지 가입하는 상품도 있다.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 관리 마케팅이 중요한 이유이다. 뱅크샐러드 역시 금융소비자의 재방문 주기가 길다는 점을 파악하여 다양한 서비스 출시로 재방문 주기를 줄이고, 고객과 꾸준한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는 금융서비스만의 독특한 특징을 잘 이해한 효과적인 관계 관리 마케팅 전략이었다.
최근 금융산업의 변화가 IT 기업의 주도하에 진행되고 있는데, 금융 마케터들은 금융산업을 지나치게 IT, 기술적 관점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단지 고객의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향후 금융마케팅의 성패는 결국 금융서비스만의 독특한 특징과 금융소비자의 의사결정 과정을 누가 더 잘 이해하고, 이 과정에서 고객의 데이터를 누가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뱅크샐러드는 금융상품 큐레이션 서비스를 ‘고객 이익 관점’에서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빠르게 늘고 있는 앱 다운로드 수가 회사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듯하다.
이런 주장이 계속해서 설득력을 가지려면 큐레이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지난해 '소비자학연구'에 발표된 한 연구가 그런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소비자의 상품 큐레이션 서비스 이용에 관한 탐색적 연구’는 상품 큐레이션 서비스를 누가, 왜,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탐색했다. 이 연구에서 뱅크샐러드 사례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점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상품 큐레이션 서비스 이용자들에서는 새로움 추구 성향과 정보 탐색의 효율성 추구 성향이 두드러졌다. 이 외에도 소비자의 다양한 성향이 이용자를 특정짓고 있으며 소비자 마다 성향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자(뱅크샐러드)는 지속적으로 소비자 인식 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소비자들은 온라인 정보 탐색에 대한 부담과 상품 선택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상품 큐레이션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러면서도 큐레이터(뱅크샐러드)의 전문성과 객관성에 대해 확실하게 신뢰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서비스 제공자는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고 유지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셋째, 상품 큐레이션 서비스 이용자들이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며 다양하게 유형화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를 세분화해서 이해해야 하며 유형별 특성에 맞춰 신뢰 관계 구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소비자를 더 잘 이해하고 그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큐레이션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다. 신뢰를 얻으려면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익을 얻게 될지에 대해 항상 고민해야한다.
서비스 제공자가 사업을 위해 이용하는 데이터의 주인은 결국 소비자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