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전경/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전경/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에 약 19조1000억원(170억달러)를 투자해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텍사스 주정부 문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분기 오스틴에 새 공장을 착공해 오는 2023년 3분기 가동을 계획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간 삼성전자가 오스틴 공장 증설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은 지속 제기됐지만, 실제 문서를 통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투자에 따른 대가로 오스틴시와 트래비스카운티에 앞으로 20년간 제산세 100% 감면과 고정자산에 대한 50%의 세제 혜택 등을 요구했다. 약 9000억원(8억550만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삼성전자는 문서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매우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며 "다른 공장부지 후보지역에는 애리조나, 뉴욕이 있고 한국도 있다"고 했다. 오스틴을 유력 후보로 추진 중이지만, 다른 후보지 지역도 배제하지 않고 최적의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오스틴 공장은 미국 내 유일한 반도체 생산 기지다. 삼성전자는 1998년 준공을 마치고 사업을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오스틴 공장 부근에 있는 10만4089㎡ 규모 토지를 지속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며 오스틴 공장 증설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공장 인근에 매입해 둔 부지에 대한 용도 변경도 마쳤다.

미국 각 주정부는 삼성전자의 최근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속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공장을 증설 혹은 신설하면 이에 파생하는 경제적 효과가 엄청나서다. 현지 주요 매체 오스틴 아메리칸 스테이츠맨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오스틴 공장 증설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향후 20년 동안 9조6880억원(86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투자와 관련 "아직 결정된 것은 없고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28일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고객 수요에 신속한 대응을 위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것은 상시적으로 검토하는 일"이라며 "기흥·화성·평택, 미국 오스틴 등 전 지역을 대상으로 사이트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 현지 분위기와 업계는 삼성전자가 미국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부터 세계 반도체 시장이 '슈퍼사이클(장기초호황)'로 돌입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미 지난해부터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글로벌 1위 대만 TSMC가 올해에만 우리 돈으로 3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자국 내 생산 및 구매를 골자로 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제품 구매)'을 천명한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등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미국에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가 약 18조8000억원(170억달러)를 들여 미국 텍사스주나 애리조나주, 뉴욕주에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블룸버그통신도 삼성전자가 약 11조원(100억달러) 이상을 투입해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 파운드리 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