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갖고있는 통신데이터와 비씨카드의 금융·결제데이터를 융합한 플랫폼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밝혀온 구창모 KT 사장의 의지가 이번 인선을 통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 사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넘버1 결제 플랫폼과 KT가 만나서 금융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비씨카드는 신임 사장에 최원석 에프앤자산평가 대표이사(58·사진)를 내정했다고 5일 발표했다. 비씨카드는 다음달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최 내정자를 사장으로 정식 선임할 예정이다. 이동면 전 비씨카드 사장이 취임한 지 1년만의 교체다. 최 내정자는 지난 6년간 비씨카드 사외이사를 지내 비씨카드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 내정자는 금융·정보기술(IT) 융합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1963년생인 최 내정자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경제학 석사,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1988년 고려증권 경제연구소에 입사해 장기신용은행 금융연구실장, 삼성증권 경영관리팀, 에프앤가이드 최고재무관리자(CFO)와 금융연구소장, 에프앤자산평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에프앤자산평가에서는 금융상품 통합 평가엔진을 개발했다. 비씨카드 측은 "금융과 IT의 융합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비씨카드가 디지털 데이터 기업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이끌 것"이라며 "비씨카드의 결제·금융 인프라와 KT그룹의 인공지능·빅데이터 역량을 결합해 차별화된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취임한 구현모 KT 사장은 줄곧 그룹 내에서 금융사업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그는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까지 통신과 비통신의 매출 비중을 5대 5로 맞추겠다"며 "KT가 접근할 수 있는 통신·금융·소비 데이터를 합치면 돈이 된다"고 강조했다.
최 내정자가 풀어야할 숙제는 만만치 않다. 비씨카드가 좀처럼 주력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비씨카드의 전표매입 매출비중은 전체 매출의 87%에 달한다. 우리·하나카드 등 회원사가 자체 결제망을 구축하면서 수익이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