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도 테슬라’를 내건 중국 신흥 전기자동차 기업들이 새해 들어서도 판매량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웨이라이(NIO) 샤오펑 리샹 등 3대 ‘전기차 신세력’의 1월 판매량이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배 뛰었다. 자금력까지 갖춘 중국의 신흥 전기차업체들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경기 회복에 따른 수혜를 가장 크게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리스로 시장 선도

5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모두 254만 대로 전년 동월 대비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용차는 28.0% 늘어난 207만 대, 상용차는 50.1% 뛴 48만 대로 집계됐다. 작년 1월엔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가 있어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적기도 했다.

신흥 전기차업체들의 판매량은 시장 성장세를 크게 뛰어넘었다. 선두주자 웨이라이는 지난달 월간 기준 역대 최다인 7225대를 팔았다. 작년 1월 1598대 대비 352% 늘었다. 웨이라이는 중국 소비자 취향 변화에 맞춰 모든 차종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구성하고 있다.

2014년 상하이에서 설립된 웨이라이는 2018년부터 중국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연간 판매량은 2018년 1만여 대, 2019년 2만여 대에 이어 작년엔 4만3000여 대로 해마다 두 배로 불어나고 있다.

웨이라이는 지난해 배터리 임대 서비스를 도입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차값에서 7만위안(약 1200만원)의 배터리 가격을 할인받고 매월 일정한 사용료를 낸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것처럼 웨이라이의 배터리 교환소에서 충전이 완료된 배터리로 바꿀 수 있다. 웨이라이는 중국 전역에 170여 개의 교환소를 운영 중이며 2022년까지 5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세계 최초 ‘라이다’ 자율주행차 출시

샤오펑은 같은 기간 470% 증가한 6015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월간 판매 신기록을 경신했다. 샤오펑의 연간 판매량 역시 매년 두 배씩 늘어나고 있다.

샤오펑은 소비자에게 무료 충전 서비스를 제공한다. 작년 말 기준 중국 100개 도시에 670개의 무료 충전소를 설치했다. 세단 P7과 준중형 SUV G3 등 두 개 차종이 있으며 올해 말 준중형 세단 P5를 추가할 예정이다. 샤오펑은 완성차업계 최초로 라이다(레이저 레이더)를 장착한 3단계 자율주행차를 올 상반기 내놓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자율주행 3단계는 위급 상황에만 운전자가 개입하면 되는 수준이다.

리샹은 356% 늘어난 5379대를 인도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인 중형 SUV ‘ONE’ 한 차종으로 달성한 성적이다. 리샹은 내년 초 프리미엄급 순수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회사는 기존 베이징 연구개발(R&D)센터에 이어 상하이에 2000명 규모의 새 R&D센터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신흥 전기차업체들이 이처럼 공격적인 사업계획을 내놓을 수 있는 배경으로는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확대와 든든한 자금줄이 꼽힌다. CAAM은 올해 중국 신에너지차(전기차·PHEV) 판매량이 작년보다 40%가량 증가한 150만 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토종 전기차업체들은 대형 정보기술(IT)업체들의 지원도 받고 있다. 웨이라이에 텐센트, 샤오펑엔 알리바바가 2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리샹에는 디디추싱과 메이퇀뎬핑이 투자했다. 이들 3개사는 모두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2018년 웨이라이, 2020년 샤오펑·리샹)해 1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