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증설이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19조원을 투자하는 대가로 미국 지방정부들에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19조 베팅…美 파운드리 공장 증설 '시동'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시에 약 17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증설 가능성을 전하면서 향후 20년간 8억550만달러(약 9000억원)의 세금을 감면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세금 감면을 요청하면서 향후 10년간 18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증설이 확정될 경우 착공 시점은 오는 2분기, 가동 시점은 2023년 4분기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오스틴 121만3223㎡ 부지에 14㎚(나노미터, 1㎚=10억분의 1m), 28㎚, 32㎚ 등의 라인을 갖춘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 1~3분기 누적 매출은 3조원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오스틴 공장 증설에 대비해 공장 인근에 매입해둔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 절차도 끝냈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외에도 애리조나 뉴욕 등 미국 내 여러 후보지와 접촉하며 세금 감면 혜택 등 투자 조건을 저울질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투자를 위해 복수의 후보지를 다각적으로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어 로이터의 보도까지 나오면서 반도체업계에선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 중인 대만 TSMC는 총 120억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에 5㎚ 생산라인을 갖춘 공장을 2024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반도체 설계·생산·판매를 다 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 인텔까지 지난달 외주 생산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하면서 미국 내 파운드리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TSMC를 제치고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전망치 기준 TSMC의 시장점유율은 54%, 삼성전자는 18%로 격차가 상당하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