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딜리뷰-'조카의 난' 금호석화, 한진칼 분쟁과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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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에서 경영권 분쟁이 발발했습니다. 이른바 '조카의 난'입니다. 한진칼 경영권과 비슷한 점이 꽤 많아서 흥미롭습니다. 잡코리아 인수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눈치 작전이 상당히 치열합니다. 유일하게 참여한전략적 투자자(SI)인 '호주의 잡코리아' SEEK의 향방이 특히 관전 포인트입니다.
모바일 게임사 컴투스가 M&A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년새 6번째입니다. 게임사 말고 MCN도 사고 두루두루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중입니다. LG하우시스 사업부를 현대BNG스틸이 3400억원에 인수합니다. 대한전선 인수전에는 해외 SI가 참여했다는 소식입니다. 쌍용차는 P플랜을 가느냐 안 가느냐를 두고 말이 많은데 배에 탄 사람은 많지만 키를 쥘 사람은 하나도 없는 형국입니다. 지난 2주간의 M&A 소식, '딜 리뷰'에서 전해드립니다.
1.금호석화 조카의 난, 향방은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가 작은아버지 금호석화 회장에게 반기를 들고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벌이겠다고 합니다. 아직 향방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박 상무로서는 오랫동안 준비해 온 '한 방'인 듯 합니다. 지난해 한진칼 경영권 분쟁과 비교하면 '아슬아슬한' 느낌은 좀 덜합니다만, 등장하는 여러 세력들의 면면이 어쩐지 익숙합니다. 한진그룹과 금호그룹, 뭔가 평행이론 같은 분위기입니다.
박철완 상무가 왜 들고 일어났는가를 설명하자면 구구절절한데,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1남(박성용) 2남(박정구) 3남(박삼구) 4남(박찬구)로 이어지는 아들들의 계보에서 박철완 상무는 2남의 아들입니다. 박정구 회장이 2002년 작고하면서 박삼구 회장이 그룹을 가져갔고, 이후 4남과 3남 간에 갈등이 생기면서 4남 쪽에 몸을 의탁했지요. 그런데 4남 박찬구 회장의 아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홀대받았다는 서운함이 컸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박 상무가 들고 일어나면서 이미 지난해 한진칼 표대결을 해본 KCGI 등 여러 곳에 조언도 구하고 자본시장에 SOS도 치는 모양입니다. 작년에 KCGI 조현아 반도건설 3자연합 측으로 거론된 타임폴리오는 이번엔 박 상무 쪽으로 거론되는데, 막상 본인들은 "연락받은 바 없다"고 합니다. LK자산운용도 박 상무 쪽으로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만 본인들은 상관이 없다고 한경에 밝혀 왔습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 중 한진칼 때 3자연합 편을 들었던 쪽은 '도전자 선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번 분쟁에서 박 상무 쪽 제안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SI 중에서는 IS동서 권민석 대표가 박 상무와 친분이 있고 일부 주식을 보유 중입니다. 다만 주식 보유량이 작년말 기준으로는 그렇게 많지 않은 듯 합니다. 올 들어 추가 매입 여부는 확실치 않습니다. 만약 추가 매입이 있었다면 정기주총 이후 임시주총이나 그 이후까지 계산하고 있다는 방증이 되겠지요.
흥미로운 점은 박 상무 측에 선 IS동서 권 대표가 한진칼 3자연합에 선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의 조카라는 점입니다.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이 IS동서 권혁운 회장의 형님이거든요. 조현아-박철완, 반도건설-IS동서, KCGI, 타임폴리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으로 연결고리가 다양하게 이어집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석화와 무슨 관계냐고요? 박철완 상무의 아버지 박정구 회장이 금호그룹을 이끌 때 아시아나항공이 급격히 성장했지요. 그래서 박 상무는 아시아나항공을 갖고 싶어했고 2019년 인수전에 참여하려고 시도한 정황도 있습니다. 자금력으로 인해 불발되긴 했지만요. (정몽규 HDC그룹 회장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아버지 '포니 정'(故 정세영 회장)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어한 측면이 있었지요.)
이번 분쟁이 어떻게 끝날지 아직 예단은 어렵습니다만, 박 상무 측이 이사회 우위를 가지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올해 임기만료 되는 이사가 5명으로 총 10명 중 최대 교체 가능 인원이 5명으로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박 회장이 쉽게 경영권을 뺏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국민연금이나 다른 기관들이 도전자의 편을 들 때에는 그만한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박 상무 측 주주제안이 그런 명분을 주었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박 상무는 일부만이라도 자기 사람을 심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경영권 자체는 박찬구 회장이 갖되, 박철완 상무를 신경 쓰면서 가야 하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지켜봐야겠지요.
2.한국 잡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 호주의 잡코리아
국내 최대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 잡코리아 인수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눈치 작전이 아주 치열합니다. 이번 매각전에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호주의 잡코리아라고 할 수 있는 'SEEK'의 참전입니다. SEEK은 잡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한 여러 FI들과 짝을 지으려는 분위기인데 서로 밀당이 굉장합니다.
SEEK은 지난 연말에 진행된 예비입찰에도 들어왔습니다. 이달 말에 본입찰을 앞두고 있는데, 잡코리아 몸값이 조단위는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잡코리아 밑에 알바몬도 붙어 있어서 돈 된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SEEK로서도 FI와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여기랑 손잡았다는 후문을 듣고 나서 돌아서면 또 다른 데랑 논의 중이라는 말도 들려오고 그러네요. 서로 조건이 맞는 곳을 찾고 있는 중이긴 할 텐데 하여튼 최종적으로 누구와 짝짓기에 성공할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딜 때문에 SEEK를 처음 알게 되어서 홈페이지를 찾아봤는데, 이건 구글 스타일이네요. 우리에게는 첫 화면에 여러 요소가 한꺼번에 보이는 '포털 스타일'이 익숙하고 잡코리아나 알바몬 등도 다 그런 식으로 돼 있습니다.
구글 스타일 vs 포털 스타일 문제는 잡코리아가 나중에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초기화면 노출 광고로 돈을 벌 것인가 아니면 빅데이터로 정확한 연결을 만들어줄 것인가? 생각해 볼 만한 부분입니다. 인수 후보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잡코리아 미래 비즈니스 모델(BM)'을 세우고 이 회사의 정확한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이런 치열한 과정을 거쳐 새 주인을 맞게 되면 잡코리아는 종전에 비해 한 단계 도약할 것 같습니다. 3. 포스코, 해운사 인수 '불감청 고소원'
산업은행이 HMM(옛 현대상선)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유력한 인수 후보는 포스코입니다. 1월28일자 한경 단독기사(강경민/최만수 기자)였습니다. 이후 포스코와 산은 모두 적극 부인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너무 초기단계에 기사가 나왔다고 볼 순 있지만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닙니다. 포스코는 불감청고소원 분위기이고, 산은도 HMM을 팔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다만 이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여러 장애물이 있지요. 무엇보다도 선주협회의 반대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이번 주 CFO Insight에 김리안 기자가 따로 쓴 글이 있습니다. 흥아해운이라는 중견 해운사의 M&A에서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옛 대우인터내셔널)이 해운사를 갖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는데, 이게 포스코 그룹 전체의 속마음과 매한가지라는 얘기입니다. 왜 안 가지고 싶겠습니까. 나는 주기적으로 철광석과 석탄을 실어날라야 하고, 내 물건 실어나를 때 내 배로 하면 돈이 더 남는 걸요(수직계열화).
벌크선 운용하는 중견 선사들로서는 그러나 포스코 물량을 뺏기면 먹고 살기가 빡빡합니다. (상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 물량은 컨테이너 선사들에게 영향이 있겠네요.) 포스코는 민간 회사지만 정부 입김이 상당히 미치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하여 양쪽 모두 정치권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입니다. '공공인 듯 공공 아닌 공공 같은 포스코'의 오랜 딜레마지요.
4.모바일게임 컴투스의 '굴비형 M&A'
모바일 게임회사 컴투스가 지속적으로 M&A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최근 '크리티카 온라인'과 '루니아전기' 등 PC 게임을 만드는 올엠 지분 57%를 수백억원에 매입했습니다. 컴투스가 2019년 이후 사들인 여섯 번째 회사입니다.
2019년 2월 데이세븐(51.9%), 지난해 1월 빅볼(지분 100%), 5월 티키타카 스튜디오(57.5%), 6월 동양온라인(86%) 등 다수 게임사를 인수했다. 지난해 10월엔 독일 게임사 ‘아웃 오브 더 파크 디벨롭먼츠(OOTP)’의 지분 100%를 확보했습니다. OOTP는 스포츠 매니지먼트 PC 게임 ‘OOTP 베이스볼’과 ‘프랜차이즈 하키 매니저’ 등의 흥행작을 보유한 게임사입니다. 여기까지는 게임사 산 목록인데 꼭 게임사만 사는 것도 아닙니다. 지난해 8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클레버이앤엠 지분 30%를 인수했습니다. 또 지난해 1월에는 미국 엔터테인먼트업체 스카이바운드에 투자했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를 제작한 업체입니다. 스카이바운드는 애니메이션 등 서머너즈워 IP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자 하는 (필사적인) 노력입니다. 본업인 게임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외부로의 확장까지 가능한 대상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짧은 시간 내에 많은 M&A를 할 때는 인수 후 통합(PMI)에도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컴투스가 공격적인 M&A를 통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5. 모두 '손을 떼겠다'고만 하는 쌍용차의 미래는
쌍용자동차의 운명이 그야말로 풍전등화입니다. 쌍용차의 주주는 인도 마힌드라입니다. 최근까지 미국의 자동차 유통법인 HAAH('하'라고 읽습니다..)에 팔아보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HAAH가 손 떼겠다고 결렬 통지를 보냈습니다. 아주 손을 뗀 건지는 봐야 하지만, 작년 말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가 갈 길이 하나도 보이질 않습니다.
지금까지 쌍용차는 법정관리를 신청은 하되 개시는 하지 않고 미루면서 '벼랑 끝 협상'을 시도하는 자율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ARS를 한다고 해서 안될 일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좀 더 스무스한 진행 정도가 될 뿐이겠지요. ARS가 안 되면 법정관리를 개시해서 본격적으로 법원이 관리를 하고 채권채무를 정리합니다. 하지만 쌍용차는 사실 채권채무 정리할 것도 많지는 않습니다. 외국계 금융사가 가지고 있는 채권(마힌드라 보증)이 좀 있고 나머지는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가진 게 전부입니다.
다음 수순은 사전회생계획제도(P플랜)인데, 이건 사전에 인수자를 정해 놓고 회생절차에서 채무관계를 해소한 뒤 매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하려면 '살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HAAH는 2500억을 산은이 주면 산다 이런 입장인데 산은은 그런 돈은 줄 수가 없다 이렇습니다. (정확히는 "잠재적 투자자가 채권단에 지원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나 사업계획을 받아본 뒤 결정하겠다"고 했지요.) 산은은 채권자 중 하나일 뿐이고, 지금까지 쌍용차를 관리하는 건 이것저것 했는데 어쨌든 이 회사를 떠안아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 볼 생각은 없다는 데서 물러나지 않습니다. 뭐, 실제로 주주도 아니기도 하고요. P플랜을 하려면 채권단 과반 동의가 필요한데 그것부터 산은이 난색을 표한 상황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P플랜도 안 되면 쌍용차는 그냥 일반적인 회생절차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마땅한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몇 차례 더 M&A를 시도하겠으나 현재의 조건에서 나타나지 않는 인수자가 나중에 또 나올지는 미지수입니다. 공장은 문을 또 닫는다고 합니다. 협력사들이 돈 떼일까 무서워 부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 악순환에 빠져 있습니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뚜렷한 가운데 내연기관차에 대한 전망은 아무래도 밝지 않습니다. 저마다 손을 떼고 싶어하는 쌍용차의 현재 모습을 생각하면 노조 구성원의 복귀니 뭐니 했던 그간의 이야기들이 다 뭐였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6.그 외의 여러 딜들
-'경제의 신과 함께' 삼프로TV 많이 보시지요. 저도 애정하는 채널입니다. 삼프로TV가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은 흘러흘러 들었는데, 최근에는 IPO를 추진한다고 합니다. 전예진 기자의 단독기사입니다. 아직 주관사 선정 같은 확정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잘 되어서 콘텐츠 업계의 성공사례, 성공 비즈니스모델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LG하우시스의 자동차 내장재 사업부를 현대BNG스틸이 3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한라그룹의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가 자율주행 및 전장부품 전문기업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를 자회사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원래 이 회사는 독일의 헬라와 지주사 한라홀딩스가 각각 50%씩 지분을 가지고 있었는데, 1650억원을 들여 자기 아래에 두기로 했습니다. 만도헬라가 보유한 전장 및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인력 140여명을 데려와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화장품 제조회사로 코스닥 상장사인 본느가 친환경 생활용품을 만드는 회사 '아토세이프' 지분 68.9%를 248억원에 샀습니다. 화장품을 넘어 생활용품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철도 통신 솔루션 등을 하는 코스닥 상장사 포스링크는 환경 시설 관련 설계 및 시공을 하는 로터스엔지니어링 지분 100%를 100억원에 매입했습니다.
2주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궁금한 것 있으시면 메일 주세요.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모바일 게임사 컴투스가 M&A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년새 6번째입니다. 게임사 말고 MCN도 사고 두루두루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중입니다. LG하우시스 사업부를 현대BNG스틸이 3400억원에 인수합니다. 대한전선 인수전에는 해외 SI가 참여했다는 소식입니다. 쌍용차는 P플랜을 가느냐 안 가느냐를 두고 말이 많은데 배에 탄 사람은 많지만 키를 쥘 사람은 하나도 없는 형국입니다. 지난 2주간의 M&A 소식, '딜 리뷰'에서 전해드립니다.
1.금호석화 조카의 난, 향방은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가 작은아버지 금호석화 회장에게 반기를 들고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벌이겠다고 합니다. 아직 향방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박 상무로서는 오랫동안 준비해 온 '한 방'인 듯 합니다. 지난해 한진칼 경영권 분쟁과 비교하면 '아슬아슬한' 느낌은 좀 덜합니다만, 등장하는 여러 세력들의 면면이 어쩐지 익숙합니다. 한진그룹과 금호그룹, 뭔가 평행이론 같은 분위기입니다.
박철완 상무가 왜 들고 일어났는가를 설명하자면 구구절절한데,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1남(박성용) 2남(박정구) 3남(박삼구) 4남(박찬구)로 이어지는 아들들의 계보에서 박철완 상무는 2남의 아들입니다. 박정구 회장이 2002년 작고하면서 박삼구 회장이 그룹을 가져갔고, 이후 4남과 3남 간에 갈등이 생기면서 4남 쪽에 몸을 의탁했지요. 그런데 4남 박찬구 회장의 아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홀대받았다는 서운함이 컸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박 상무가 들고 일어나면서 이미 지난해 한진칼 표대결을 해본 KCGI 등 여러 곳에 조언도 구하고 자본시장에 SOS도 치는 모양입니다. 작년에 KCGI 조현아 반도건설 3자연합 측으로 거론된 타임폴리오는 이번엔 박 상무 쪽으로 거론되는데, 막상 본인들은 "연락받은 바 없다"고 합니다. LK자산운용도 박 상무 쪽으로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만 본인들은 상관이 없다고 한경에 밝혀 왔습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 중 한진칼 때 3자연합 편을 들었던 쪽은 '도전자 선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번 분쟁에서 박 상무 쪽 제안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SI 중에서는 IS동서 권민석 대표가 박 상무와 친분이 있고 일부 주식을 보유 중입니다. 다만 주식 보유량이 작년말 기준으로는 그렇게 많지 않은 듯 합니다. 올 들어 추가 매입 여부는 확실치 않습니다. 만약 추가 매입이 있었다면 정기주총 이후 임시주총이나 그 이후까지 계산하고 있다는 방증이 되겠지요.
흥미로운 점은 박 상무 측에 선 IS동서 권 대표가 한진칼 3자연합에 선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의 조카라는 점입니다.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이 IS동서 권혁운 회장의 형님이거든요. 조현아-박철완, 반도건설-IS동서, KCGI, 타임폴리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으로 연결고리가 다양하게 이어집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석화와 무슨 관계냐고요? 박철완 상무의 아버지 박정구 회장이 금호그룹을 이끌 때 아시아나항공이 급격히 성장했지요. 그래서 박 상무는 아시아나항공을 갖고 싶어했고 2019년 인수전에 참여하려고 시도한 정황도 있습니다. 자금력으로 인해 불발되긴 했지만요. (정몽규 HDC그룹 회장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아버지 '포니 정'(故 정세영 회장)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어한 측면이 있었지요.)
이번 분쟁이 어떻게 끝날지 아직 예단은 어렵습니다만, 박 상무 측이 이사회 우위를 가지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올해 임기만료 되는 이사가 5명으로 총 10명 중 최대 교체 가능 인원이 5명으로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박 회장이 쉽게 경영권을 뺏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국민연금이나 다른 기관들이 도전자의 편을 들 때에는 그만한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박 상무 측 주주제안이 그런 명분을 주었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박 상무는 일부만이라도 자기 사람을 심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경영권 자체는 박찬구 회장이 갖되, 박철완 상무를 신경 쓰면서 가야 하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지켜봐야겠지요.
2.한국 잡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 호주의 잡코리아
국내 최대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 잡코리아 인수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눈치 작전이 아주 치열합니다. 이번 매각전에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호주의 잡코리아라고 할 수 있는 'SEEK'의 참전입니다. SEEK은 잡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한 여러 FI들과 짝을 지으려는 분위기인데 서로 밀당이 굉장합니다.
SEEK은 지난 연말에 진행된 예비입찰에도 들어왔습니다. 이달 말에 본입찰을 앞두고 있는데, 잡코리아 몸값이 조단위는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잡코리아 밑에 알바몬도 붙어 있어서 돈 된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SEEK로서도 FI와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여기랑 손잡았다는 후문을 듣고 나서 돌아서면 또 다른 데랑 논의 중이라는 말도 들려오고 그러네요. 서로 조건이 맞는 곳을 찾고 있는 중이긴 할 텐데 하여튼 최종적으로 누구와 짝짓기에 성공할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딜 때문에 SEEK를 처음 알게 되어서 홈페이지를 찾아봤는데, 이건 구글 스타일이네요. 우리에게는 첫 화면에 여러 요소가 한꺼번에 보이는 '포털 스타일'이 익숙하고 잡코리아나 알바몬 등도 다 그런 식으로 돼 있습니다.
구글 스타일 vs 포털 스타일 문제는 잡코리아가 나중에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초기화면 노출 광고로 돈을 벌 것인가 아니면 빅데이터로 정확한 연결을 만들어줄 것인가? 생각해 볼 만한 부분입니다. 인수 후보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잡코리아 미래 비즈니스 모델(BM)'을 세우고 이 회사의 정확한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이런 치열한 과정을 거쳐 새 주인을 맞게 되면 잡코리아는 종전에 비해 한 단계 도약할 것 같습니다. 3. 포스코, 해운사 인수 '불감청 고소원'
산업은행이 HMM(옛 현대상선)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유력한 인수 후보는 포스코입니다. 1월28일자 한경 단독기사(강경민/최만수 기자)였습니다. 이후 포스코와 산은 모두 적극 부인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너무 초기단계에 기사가 나왔다고 볼 순 있지만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닙니다. 포스코는 불감청고소원 분위기이고, 산은도 HMM을 팔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다만 이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여러 장애물이 있지요. 무엇보다도 선주협회의 반대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이번 주 CFO Insight에 김리안 기자가 따로 쓴 글이 있습니다. 흥아해운이라는 중견 해운사의 M&A에서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옛 대우인터내셔널)이 해운사를 갖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는데, 이게 포스코 그룹 전체의 속마음과 매한가지라는 얘기입니다. 왜 안 가지고 싶겠습니까. 나는 주기적으로 철광석과 석탄을 실어날라야 하고, 내 물건 실어나를 때 내 배로 하면 돈이 더 남는 걸요(수직계열화).
벌크선 운용하는 중견 선사들로서는 그러나 포스코 물량을 뺏기면 먹고 살기가 빡빡합니다. (상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 물량은 컨테이너 선사들에게 영향이 있겠네요.) 포스코는 민간 회사지만 정부 입김이 상당히 미치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하여 양쪽 모두 정치권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입니다. '공공인 듯 공공 아닌 공공 같은 포스코'의 오랜 딜레마지요.
4.모바일게임 컴투스의 '굴비형 M&A'
모바일 게임회사 컴투스가 지속적으로 M&A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최근 '크리티카 온라인'과 '루니아전기' 등 PC 게임을 만드는 올엠 지분 57%를 수백억원에 매입했습니다. 컴투스가 2019년 이후 사들인 여섯 번째 회사입니다.
2019년 2월 데이세븐(51.9%), 지난해 1월 빅볼(지분 100%), 5월 티키타카 스튜디오(57.5%), 6월 동양온라인(86%) 등 다수 게임사를 인수했다. 지난해 10월엔 독일 게임사 ‘아웃 오브 더 파크 디벨롭먼츠(OOTP)’의 지분 100%를 확보했습니다. OOTP는 스포츠 매니지먼트 PC 게임 ‘OOTP 베이스볼’과 ‘프랜차이즈 하키 매니저’ 등의 흥행작을 보유한 게임사입니다. 여기까지는 게임사 산 목록인데 꼭 게임사만 사는 것도 아닙니다. 지난해 8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클레버이앤엠 지분 30%를 인수했습니다. 또 지난해 1월에는 미국 엔터테인먼트업체 스카이바운드에 투자했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를 제작한 업체입니다. 스카이바운드는 애니메이션 등 서머너즈워 IP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자 하는 (필사적인) 노력입니다. 본업인 게임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외부로의 확장까지 가능한 대상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짧은 시간 내에 많은 M&A를 할 때는 인수 후 통합(PMI)에도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컴투스가 공격적인 M&A를 통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5. 모두 '손을 떼겠다'고만 하는 쌍용차의 미래는
쌍용자동차의 운명이 그야말로 풍전등화입니다. 쌍용차의 주주는 인도 마힌드라입니다. 최근까지 미국의 자동차 유통법인 HAAH('하'라고 읽습니다..)에 팔아보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HAAH가 손 떼겠다고 결렬 통지를 보냈습니다. 아주 손을 뗀 건지는 봐야 하지만, 작년 말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가 갈 길이 하나도 보이질 않습니다.
지금까지 쌍용차는 법정관리를 신청은 하되 개시는 하지 않고 미루면서 '벼랑 끝 협상'을 시도하는 자율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ARS를 한다고 해서 안될 일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좀 더 스무스한 진행 정도가 될 뿐이겠지요. ARS가 안 되면 법정관리를 개시해서 본격적으로 법원이 관리를 하고 채권채무를 정리합니다. 하지만 쌍용차는 사실 채권채무 정리할 것도 많지는 않습니다. 외국계 금융사가 가지고 있는 채권(마힌드라 보증)이 좀 있고 나머지는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가진 게 전부입니다.
다음 수순은 사전회생계획제도(P플랜)인데, 이건 사전에 인수자를 정해 놓고 회생절차에서 채무관계를 해소한 뒤 매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하려면 '살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HAAH는 2500억을 산은이 주면 산다 이런 입장인데 산은은 그런 돈은 줄 수가 없다 이렇습니다. (정확히는 "잠재적 투자자가 채권단에 지원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나 사업계획을 받아본 뒤 결정하겠다"고 했지요.) 산은은 채권자 중 하나일 뿐이고, 지금까지 쌍용차를 관리하는 건 이것저것 했는데 어쨌든 이 회사를 떠안아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 볼 생각은 없다는 데서 물러나지 않습니다. 뭐, 실제로 주주도 아니기도 하고요. P플랜을 하려면 채권단 과반 동의가 필요한데 그것부터 산은이 난색을 표한 상황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P플랜도 안 되면 쌍용차는 그냥 일반적인 회생절차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마땅한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몇 차례 더 M&A를 시도하겠으나 현재의 조건에서 나타나지 않는 인수자가 나중에 또 나올지는 미지수입니다. 공장은 문을 또 닫는다고 합니다. 협력사들이 돈 떼일까 무서워 부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 악순환에 빠져 있습니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뚜렷한 가운데 내연기관차에 대한 전망은 아무래도 밝지 않습니다. 저마다 손을 떼고 싶어하는 쌍용차의 현재 모습을 생각하면 노조 구성원의 복귀니 뭐니 했던 그간의 이야기들이 다 뭐였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6.그 외의 여러 딜들
-'경제의 신과 함께' 삼프로TV 많이 보시지요. 저도 애정하는 채널입니다. 삼프로TV가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은 흘러흘러 들었는데, 최근에는 IPO를 추진한다고 합니다. 전예진 기자의 단독기사입니다. 아직 주관사 선정 같은 확정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잘 되어서 콘텐츠 업계의 성공사례, 성공 비즈니스모델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LG하우시스의 자동차 내장재 사업부를 현대BNG스틸이 3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한라그룹의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가 자율주행 및 전장부품 전문기업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를 자회사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원래 이 회사는 독일의 헬라와 지주사 한라홀딩스가 각각 50%씩 지분을 가지고 있었는데, 1650억원을 들여 자기 아래에 두기로 했습니다. 만도헬라가 보유한 전장 및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인력 140여명을 데려와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화장품 제조회사로 코스닥 상장사인 본느가 친환경 생활용품을 만드는 회사 '아토세이프' 지분 68.9%를 248억원에 샀습니다. 화장품을 넘어 생활용품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철도 통신 솔루션 등을 하는 코스닥 상장사 포스링크는 환경 시설 관련 설계 및 시공을 하는 로터스엔지니어링 지분 100%를 100억원에 매입했습니다.
2주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궁금한 것 있으시면 메일 주세요.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