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사무총장 불발됐지만…국제통상무대서 한국위상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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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사퇴로 7개월간 도전 마무리…한국의 세번째 도전도 실패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5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직을 사퇴함에 따라 약 7개월에 걸친 도전도 마무리됐다.
'아름다운 퇴장'이라고 말하기에는 늦은 감이 크지만, WTO가 차기 수장을 추대해 하루빨리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 세 번째 WTO 사무총장에 도전했으나, 끝내 고배를 마셨다.
WTO 첫 여성 사무총장이라는 기록도 나이지리아 출신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게 넘겨줄 전망이다.
◇ 7개월간 대장정 마무리…"미국과 조율"
유 본부장은 결선에 함께 오른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상대로 막판까지 분투했지만, 유럽과 중국, 일본 등의 표심에 발목이 잡혀 결승선을 넘지는 못했다.
처음부터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오콘조이웨알라가 국제무대에서 명망이 높은데다 권역별 복잡한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유 본부장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국가는 애초 많지 않았다.
그러나 '언더독'으로 분류됐던 유 본부장이 뒷심을 발휘하며 최종 결선까지 오르자 역전 드라마를 쓸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던 게 사실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전을 펼친 터라 아쉬움은 더욱 컸다.
문 대통령은 14개국 정상과 전화 회담을 하고, 73개국에 친서를 보내는 등 유 본부장의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유 본부장도 지난해 7월부터 이달까지 4차례 제네바, 미국 등 해외 주요 지역을 방문해 현지 지지 교섭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유 본부장은 WTO 회원국들의 최종 선호도 조사에서 오콘조이웨알라보다 더 많은 표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당시만 해도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을 들으며 유 본부장의 '아름다운 퇴장'이 예상됐던 선거전은 예상 밖 복병을 만났다.
WTO가 지난해 10월 28일 오콘조이웨알라를 차기 수장으로 추대하려 했으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오콘조이웨알라 대신 유 본부장을 공개 지지하면서 추대안이 부결된 것이다.
WTO 차기 수장 절차가 미국의 반대로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유 본부장은 회원국들의 따가운 눈총을 견뎌야 했다.
미국의 지지가 확고한 상황에서 유 본부장이 미국의 의중을 무시하고 먼저 사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후보직에서 물러난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미국이 나이지리아 후보를 반대하면 차기 총장을 여전히 뽑을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는 점도 고려됐다.
WTO는 사무총장을 164개 회원국의 컨센서스(의견일치)를 통해 추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질서 재건과 다자주의 체제 복귀를 주창했다.
이에 따라 WTO 기능 회복을 위해 오콘조이웨알라를 지지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유 본부장은 이날 사퇴 발표 브리핑에서 "사무총장 선출 문제를 조기에 확정해야 올해부터 WTO가 본격적인 다자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따라 제가 사퇴 의사를 결정하고, 이에 대한 저의 결정을 미국이 존중했고 이를 바탕으로 긴밀히 조율했다"고 설명했다. ◇ "한국이 다자무역체제 기여할 가능성 봤다"
비록 사무총장에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최종 결선 2위까지 오른 것은 분명 값진 성과라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평이다.
한국의 위상을 높였고, 우리가 세계 통상 분야에서 쌓아온 자산과 역량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한 외교전문가는 "한국이 통상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이자, 최종 결선까지 갈 만한 후보를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국가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WTO 사무총장은 1995년 김철수 전 상공부 장관과 2013년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각각 도전했으나 최종 결선 진출자는 유 본부장이 처음이다.
선거 과정에서 쌓은 외교적 경험과 해외 네트워크는 우리에게도 소중한 자산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본부장 역시 본인의 역량을 알리고 인지도를 넓히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대 영문과 출신으로 1991년 행정고시 35회에 합격한 유 본부장은 공무원 생활 대부분을 통상 쪽에서 보낸 통상전문가다.
2018년 1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으로 임명되면서 '공무원의 별'이라 불리는 1급 첫 여성 공무원이 됐다.
유 본부장은 이번 선거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에 대한) 다른 나라의 기대를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국이 164개국 회원국을 대상으로 충분히 가교 구실을 하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 중간 역할을 하면서 다자무역체제를 자리 잡게 하고, 세계 경기 회복을 이끄는데 한국이 기여할 수 있다는 희망의 가능성을 봤습니다"
/연합뉴스
'아름다운 퇴장'이라고 말하기에는 늦은 감이 크지만, WTO가 차기 수장을 추대해 하루빨리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 세 번째 WTO 사무총장에 도전했으나, 끝내 고배를 마셨다.
WTO 첫 여성 사무총장이라는 기록도 나이지리아 출신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게 넘겨줄 전망이다.
◇ 7개월간 대장정 마무리…"미국과 조율"
유 본부장은 결선에 함께 오른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상대로 막판까지 분투했지만, 유럽과 중국, 일본 등의 표심에 발목이 잡혀 결승선을 넘지는 못했다.
처음부터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오콘조이웨알라가 국제무대에서 명망이 높은데다 권역별 복잡한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유 본부장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국가는 애초 많지 않았다.
그러나 '언더독'으로 분류됐던 유 본부장이 뒷심을 발휘하며 최종 결선까지 오르자 역전 드라마를 쓸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던 게 사실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전을 펼친 터라 아쉬움은 더욱 컸다.
문 대통령은 14개국 정상과 전화 회담을 하고, 73개국에 친서를 보내는 등 유 본부장의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유 본부장도 지난해 7월부터 이달까지 4차례 제네바, 미국 등 해외 주요 지역을 방문해 현지 지지 교섭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유 본부장은 WTO 회원국들의 최종 선호도 조사에서 오콘조이웨알라보다 더 많은 표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당시만 해도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을 들으며 유 본부장의 '아름다운 퇴장'이 예상됐던 선거전은 예상 밖 복병을 만났다.
WTO가 지난해 10월 28일 오콘조이웨알라를 차기 수장으로 추대하려 했으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오콘조이웨알라 대신 유 본부장을 공개 지지하면서 추대안이 부결된 것이다.
WTO 차기 수장 절차가 미국의 반대로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유 본부장은 회원국들의 따가운 눈총을 견뎌야 했다.
미국의 지지가 확고한 상황에서 유 본부장이 미국의 의중을 무시하고 먼저 사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후보직에서 물러난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미국이 나이지리아 후보를 반대하면 차기 총장을 여전히 뽑을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는 점도 고려됐다.
WTO는 사무총장을 164개 회원국의 컨센서스(의견일치)를 통해 추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질서 재건과 다자주의 체제 복귀를 주창했다.
이에 따라 WTO 기능 회복을 위해 오콘조이웨알라를 지지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유 본부장은 이날 사퇴 발표 브리핑에서 "사무총장 선출 문제를 조기에 확정해야 올해부터 WTO가 본격적인 다자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따라 제가 사퇴 의사를 결정하고, 이에 대한 저의 결정을 미국이 존중했고 이를 바탕으로 긴밀히 조율했다"고 설명했다. ◇ "한국이 다자무역체제 기여할 가능성 봤다"
비록 사무총장에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최종 결선 2위까지 오른 것은 분명 값진 성과라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평이다.
한국의 위상을 높였고, 우리가 세계 통상 분야에서 쌓아온 자산과 역량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한 외교전문가는 "한국이 통상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이자, 최종 결선까지 갈 만한 후보를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국가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WTO 사무총장은 1995년 김철수 전 상공부 장관과 2013년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각각 도전했으나 최종 결선 진출자는 유 본부장이 처음이다.
선거 과정에서 쌓은 외교적 경험과 해외 네트워크는 우리에게도 소중한 자산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본부장 역시 본인의 역량을 알리고 인지도를 넓히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대 영문과 출신으로 1991년 행정고시 35회에 합격한 유 본부장은 공무원 생활 대부분을 통상 쪽에서 보낸 통상전문가다.
2018년 1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으로 임명되면서 '공무원의 별'이라 불리는 1급 첫 여성 공무원이 됐다.
유 본부장은 이번 선거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에 대한) 다른 나라의 기대를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국이 164개국 회원국을 대상으로 충분히 가교 구실을 하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 중간 역할을 하면서 다자무역체제를 자리 잡게 하고, 세계 경기 회복을 이끄는데 한국이 기여할 수 있다는 희망의 가능성을 봤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