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오안나(23)는 지난달 15일 가수로 데뷔했다. 사진=바이두
야오안나(23)는 지난달 15일 가수로 데뷔했다. 사진=바이두
데뷔하자마자 패션잡지 바자 및 자동차 모델로 선정, 연습 영상 조회수만 10억회.
놀랍게도 이는 데뷔 후 한 곡도 발표하지 않은 20대 초반의 한 신인 가수의 행보입니다. 지난달 15일 야오안나(23)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 계정에 연예계 데뷔를 알리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데뷔 D-100일부터 연습 과정을 담은 17분29초 분량의 영상은 공개 72시간 만에 단숨에 2000만 클릭수를 기록했습니다.

해시태그 '야오안나데뷔(#姚安娜出道)'는 지난 5일 9억7000만 조회수를 돌파했고 관련 토론 게시글은 12만6000건에 달했습니다. 이 정도면 웬만한 특급 연예인의 스캔들에 버금가는 파급력입니다. 야오안나에게는 도대체 어떤 인기 비결이 있는 것일까요?
'화웨이 공주' 라고 불리는 야오안나의 SNS. 사진=웨이보 캡처
'화웨이 공주' 라고 불리는 야오안나의 SNS. 사진=웨이보 캡처

'화웨이 공주' 야오안나…데뷔 이틀만에 잡지·자동차 모델로

사실 그녀의 정체는 중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의 늦둥이 막내딸입니다. 내세울 만한 대표곡, 드라마 작품도 없는 야오안나가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게 된 것은 그녀의 배경 때문입니다.

야오안나는 런정페이 회장이 두 번째 아내에게서 얻은 딸로, 태어날 때부터 '화웨이 공주'라고 불렸습니다. 큰 언니 멍완저우와 무려 26살 차이가 납니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런정페이 회장의 막내딸 사랑은 유명합니다. 그녀는 어릴때부터 피아노와 서예 등을 배웠고, 17세 때 미국 대학 입학 학력고사(ACT)에서 만점을 받아 미국 하버드대에 진학했습니다.
세계적인 사교계 '발 데 데뷔탕트'에 데뷔하기도 했는데, 이 모임에는 전 세계 단 20명의 여성만 초청됐습니다. 이곳에서 야오안나는 벨기에 왕자와 파트너로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중국 누리꾼들은 "춤 실력이 별로인데 아빠만 믿고 데뷔?",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돈이 최고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 등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아빠 찬스'가 아니면 그녀가 화려하게 데뷔할 수 있었겠냐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입니다. 실제 그녀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전국적 화제를 모을 만큼 실력이 뛰어나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이에 대해 야오안나는 "매우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사람들이 새 연예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실력일 것이며, 이는 나의 노력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부동산 재벌 2세 "43억 부가티 세금만 7억…마음이 피곤해"

이처럼 중국에서는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재벌이된 회장들의 자녀들이 '푸얼다이'(재벌 2세)로 막대한 부를 과시하거나 풍요로운 삶을 즐기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중국 난징의 부동산 개발 업체 난진딩예(鼎業) 투자그룹 회장 천마이린의 아들 천딩이 자신의 SNS에 43억짜리 슈퍼카를 일시불로 계산한 사진을 올렸다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그는 아버지 명의의 신용카드로 부가티를 구매했다며 약 380만달러(약 43억원)를 썼고, 이 가운데 캐나다 정부에 68만달러(약 7억7000만원)를 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영수증 사진과 함께 "이 세금, 마음을 참 피곤하게 하네"라고 적었습니다.

그간 천딩은 SNS를 통해 자신이 물려받은 막대한 부를 과시하곤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이름 '딩(ding)'이 새겨진 비행기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이 기종의 가격은 3000만달러(약 341억원)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세계 최고의 명품 시계로 알려진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를 착용한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푸얼다이'로 왕쓰총(王思聰). 사진=바이두 캡처
중국의 대표적인 '푸얼다이'로 왕쓰총(王思聰). 사진=바이두 캡처
또 다른 '푸얼다이'로는 왕쓰총(王思聰)이 꼽힙니다. 그는 중국 최대 부호로 알려진 왕젠린(王健林) 완다(萬達)그룹 회장의 외동아들입니다. 왕젠린은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부호 서열을 다투는 중국 최대 재벌입니다.

왕쓰총은 싱가포르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뒤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 최고 공립학교 중 하나로 불리는 윈체스터대학에서 공부했고, 이후 런던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습니다. 세계적인 학교를 다녔지만, 그는 중국에서 '패리스 힐튼'으로 불릴 만큼 사치벽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2016년 반려견에게 1500만원어치의 애플워치와 아이폰7 8대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문화를 좋아해 우리나라 걸그룹 '티아라'를 중국에 진출시킨 장본입니다. 최근에는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1'에 출연한 주결경과 열애설이 나기도 했습니다. 현재 그의 웨이보 팔로워 수는 4100만명에 달하며, 많은 사람들이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자금성에 벤츠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다. 이 곳은 자동차 진입이 금지된 곳이다. 사진=웨이보 캡처
자금성에 벤츠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다. 이 곳은 자동차 진입이 금지된 곳이다. 사진=웨이보 캡처

트럼프도 안되는데…세계 문화유산 '자금성' SUV 끌고 일탈

막대한 부 외에도 상식 밖의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푸얼다이'들도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류사오바오 LL'라는 이름의 웨이보 계정에 벤츠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세워두고 두 사람이 함께 포즈를 취한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습니다. 사진 속 배경은 자금성이었습니다.

자금성은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등 해외 국가 원수가 방문할 때조차 차량 진입이 금지돼 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도 걸어 들어간 이곳에, 자신의 차를 버젓이 세워두고 사진을 찍어 중국 누리꾼들을 분노케 한 것입니다.

이 여성은 "월요일 휴관일에 오니 인파도 없고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는 자랑까지 덧붙였습니다. 알고보니 그녀는 중국의 관광 정책을 총괄하는 중국여유국 국장을 지낸 허광웨이의 며느리이자, 혁명 원로 허창궁의 손자 며느리로 밝혀졌습니다.

중국 누리꾼들은 특권 의식에 젖어 대놓고 위법 행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조차 없다는 비난을 쏟아부었습니다. '푸얼다이'의 철없는 행동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자,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관리에 들어간 바 있습니다. 2015년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통전부)는 중국의 푸얼다이와 젊은 기업가들의 행동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하며, 이들의 행동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우는 시진핑 정부 방침과도 맞물려 '푸얼다이'들은 당국의 특별 지도까지 받기도 했는데요. 중국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적 위화감을 조장하는 푸얼다이. 이들의 파격 행보로 사회주의 중국 내 양극화 현상이 점점 수면위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