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수호'가 국민 여론?…네이버 실검 폐지 꺼내든 이유 [노정동의 3분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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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정책 바꾸고, 실검 개인화 등 노력
드루킹·조국 사태 등 '실검 정치화'
포털 '개혁대상'으로 지목되자 총선 앞두고 전격 폐지
![네이버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01.25271726.1.jpg)
원래 이 서비스는 네이버 직원들 사이에서 쓰기 위한 용도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네이버는 애초 직원들의 흥미와 관심, 부서 간 업무와 기술 공유를 위해 이 서비스를 개발했는데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검색어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관심이 높자 대중적 성공 가능성을 엿본 회사 측이 이를 전격 사업화시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직 네이버의 한 직원은 "내부용으로만 쓰던 당시 동료들이 어떤 검색을 하는지 궁금해 업무 도중 한 눈 파는 일이 잦았다"며 "그 정도로 흡입력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포털 이용자들은 실검 서비스를 현재 이슈를 빠르고 편리하게 파악하는데 사용해왔습니다. 뉴스 소비의 도구가 점점 신문이나 TV에서 PC와 모바일로 변하고, 그 중에서도 하루에도 수십만건씩 쏟아지는 인터넷 뉴스를 한 데 모아주는 포털 뉴스의 수요는 계속 높아져 갔습니다. 실검은 내가 뉴스를 보는 현재를 기준으로 대중들이 가장 관심 있게 보는 이슈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최신 이슈에서 뒤처지지 않는 편익을 누리게 됐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 업체들은 과거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개편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다. 사진=한경DB](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01.25271730.1.jpg)
2018년 3월 벌어진 '드루킹 사건'은 포털의 여론 조작 이슈를 본격화 한 계기가 됐습니다. 이 사건은 드루킹 일당이 매크로라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이를 구현하는 서버로 알려진 '킹크랩'을 이용해 아이디 2만여개로 댓글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아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입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소수 의견을 다수 의견으로 꾸며 민의를 왜곡하려 한 드루킹의 행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로 규정했습니다. 드루킹 일당이 조작하려한 건 '댓글'이었지만 매크로를 통해 검색어 역시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대중들에게 '실검의 순수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 중요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와 댓글 정책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계기도 됐습니다.
![2019년 '조국힘내세요'와 '조국사퇴하세요'가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함께 오른 모습. 사진=네이버 캡쳐](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01.25271761.1.jpg)
이 같은 경쟁은 '조국 힘내세요'와 '조국 사퇴하세요', '문재인 탄핵'과 '문재인 지지', '나경원사학비리의혹', 가짜뉴스아웃', '한국언론사망' 등의 검색어로 옮겨 붙었습니다. 이용자들의 자연스러운 관심사를 반영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특정한 집단에 의해 여론이 왜곡되는 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네이버는 총선을 앞두고 실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는 등 사상 초유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광고·마케팅' 도구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왔다. 사진=한경DB](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01.25271729.1.jpg)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나선 가운데 네이버 부사장 출신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 원내대표 연설과 관련해 보좌관과 메세지를 주고 받는 모습. 뉴스1](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01.25271763.1.jpg)
네이버는 지난해 4월 총선 선거운동 기간 중 실검 서비스를 중단했었습니다. 이번 실검 서비스 폐지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점도 결국 네이버가 또 한번 정치적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가기를 원치 않아 내린 결정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네이버는 실검 폐지를 이용자들에게 알리면서 "능동적으로 정보를 찾고 생산하는 지금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2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용자로부터 받은 검색어 데이터는 다시 사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로 돌려드리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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