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개가 준 치유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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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 세이슈 소설 '소년과 개'
“그래도 야이치는 사람에게 개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사람이라는 어리석은 종을 위해 하나님 또는 부처님이 보내 준 생명체인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람에게 다가와 준다. 이런 동물은 또 없다.”
일본 소설가 하세 세이슈의 연작소설 《소년과 개》(창심소)에 실린 ‘노인과 개’의 한 장면이다. 늙은 사냥꾼 야이치는 췌장암으로 아내를 잃고, 마지막 사냥개까지 떠나보낸다. 자신 역시 암으로 죽어가며 후회로 점철된 인생에 괴로워할 때 ‘다몬’이란 개가 나타난다. 야이치는 다몬이 자신의 마지막을 지켜주기 위해 찾아왔음을 직감하며 이같이 생각한다.
《소년과 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주인이었던 소년 히카루를 잃은 개 다몬이 그를 찾아 5년 동안 1700㎞에 달하는 일본 전역을 떠돌면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여섯 편의 연작소설은 ‘남자와 개’로 시작한다. 대지진으로 일자리를 잃은 청년 가즈마사 앞에 다몬이 나타난다. 잃어버렸던 그의 웃음과 행복을 다몬이 되찾아준다.
이후 다몬은 그를 어린 시절 키웠던 떠돌이 개 쇼군의 환생으로 믿는 범죄자 미겔을 만나 고독을 치유해준다. 또 평생 자신만 찾으며 의지하는 남편에게 절망해 나날이 지쳐가는 중년 여성 사에에겐 깊은 위로를 건넨다. 마침내 다몬은 대지진으로 집과 배를 잃은 채 내륙으로 이사한 히카루와 가족들 앞에 나타난다. 히카루는 다시 만난 다몬을 통해 그동안 잃었던 말과 웃음을 되찾는다.
여섯 편의 소설 속 인물 대부분은 재난과 빈곤, 병고 등 세상의 온갖 재앙에 내몰린 사람들이다. 피폐해진 인물들의 슬픔과 필사적인 그리움은 다몬과 연결되면서 조금씩 희망과 기쁨으로 뒤바뀐다.
다몬이 무언(無言)으로 건네는 타산 없는 애정과 깊은 위로를 따라가다 보면 오래도록 인간과 함께해 온 개라는 존재의 의미에 대해 깨닫게 된다. 그리고 좀 더 근본적 물음에 도달한다. ‘나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누군가 기다리는 사람은 없는가’ ‘누군가 용기 내어 찾아갈 사람은 없는가’. 지난해 일본에서 26만 부가 팔렸고,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꼽히는 나오키상을 받았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은 작품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일본 소설가 하세 세이슈의 연작소설 《소년과 개》(창심소)에 실린 ‘노인과 개’의 한 장면이다. 늙은 사냥꾼 야이치는 췌장암으로 아내를 잃고, 마지막 사냥개까지 떠나보낸다. 자신 역시 암으로 죽어가며 후회로 점철된 인생에 괴로워할 때 ‘다몬’이란 개가 나타난다. 야이치는 다몬이 자신의 마지막을 지켜주기 위해 찾아왔음을 직감하며 이같이 생각한다.
《소년과 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주인이었던 소년 히카루를 잃은 개 다몬이 그를 찾아 5년 동안 1700㎞에 달하는 일본 전역을 떠돌면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여섯 편의 연작소설은 ‘남자와 개’로 시작한다. 대지진으로 일자리를 잃은 청년 가즈마사 앞에 다몬이 나타난다. 잃어버렸던 그의 웃음과 행복을 다몬이 되찾아준다.
이후 다몬은 그를 어린 시절 키웠던 떠돌이 개 쇼군의 환생으로 믿는 범죄자 미겔을 만나 고독을 치유해준다. 또 평생 자신만 찾으며 의지하는 남편에게 절망해 나날이 지쳐가는 중년 여성 사에에겐 깊은 위로를 건넨다. 마침내 다몬은 대지진으로 집과 배를 잃은 채 내륙으로 이사한 히카루와 가족들 앞에 나타난다. 히카루는 다시 만난 다몬을 통해 그동안 잃었던 말과 웃음을 되찾는다.
여섯 편의 소설 속 인물 대부분은 재난과 빈곤, 병고 등 세상의 온갖 재앙에 내몰린 사람들이다. 피폐해진 인물들의 슬픔과 필사적인 그리움은 다몬과 연결되면서 조금씩 희망과 기쁨으로 뒤바뀐다.
다몬이 무언(無言)으로 건네는 타산 없는 애정과 깊은 위로를 따라가다 보면 오래도록 인간과 함께해 온 개라는 존재의 의미에 대해 깨닫게 된다. 그리고 좀 더 근본적 물음에 도달한다. ‘나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누군가 기다리는 사람은 없는가’ ‘누군가 용기 내어 찾아갈 사람은 없는가’. 지난해 일본에서 26만 부가 팔렸고,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꼽히는 나오키상을 받았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은 작품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