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연초 이후 1100원을 웃돌더니 한때 1123원 이상까지 급등했다. 달러 가치가 오르는 것에 대해 예상과 달랐다는 반응이 많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말 9000억달러에 이어 추가로 1조9000억달러, 한화로 2200조원 규모 추가 부양책을 발표했다. 달러 유동성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시장에서 전망하는 달러 약세의 배경이다.

하지만 달러화는 오히려 반등했다. 세 가지가 주요 이유로 판단된다.

첫째는 미국의 대규모 부양책으로 경제가 더 빠르게 개선되면서 코로나19 확산세 둔화까지 동반되면 더 이상 추가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곧 미국에서 달러 유동성이 더 늘어날 만한 강한 재료가 소멸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Fed는 지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통화정책 완화 기조 유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기대하는 추가 조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앞으로의 정책으로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 확대를 요구했다. Fed의 정책 기조는 이전보다 더 중립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마지막으로 가장 근본적 요소인 코로나19 확산세 둔화 조짐이다. 그동안 달러 유동성 증가, 달러 약세의 근본 배경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완충하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하면 더 이상 추가 조치를 시행할 명분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겨울이 지나면 바이러스 활동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경제공작회의와 올해 초 인민은행을 통해 경제 정상화 이후 정책 정상화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면 경제가 정상화되고, 이는 정책 정상화의 주요 배경이 된다.

1120원대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일시적인가, 추세 전환인가
만약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 둔화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경제 정상화와 성장세로 이어진다면 정책 정상화가 시작될 것이다. 결국 달러 약세 전망의 한 축인 미국의 완화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며, 달러화 가치 및 원·달러 환율의 반등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문정희 <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