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해치백의 무덤'으로 불리는 시장이다. 짧은 후면 오버행(차량 끝단에서 뒷바퀴 중심까지의 거리), 좁은 트렁크룸 등 비교적 생소한 디자인 탓에 세단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밀렸기 때문이다.

BMW가 제품 라인업의 '막내' 격인 신형 1시리즈로 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2004년 첫 출시된 BMW 1시리즈는 전세계에서 누적 200만대 이상 판매된 스테디셀러다. BMW는 지난해 초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해 3세대 '뉴 1시리즈'를 출시했다. 최근 BMW의 118d M 스포츠 모델을 시승해봤다.
디자인은 날렵하다. 보닛과 측면에 잡힌 캐릭터 라인이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뒤쪽으로 갈수록 사선으로 올라가는 창문 라인도 스포티함을 더한다. '해치백은 실용성이 높은 대신 디자인은 타협할 수밖에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릴 정도로 세련됐다. BMW 특유의 '키드니 그릴'은 크기가 더욱 커졌다. 헤드라이트도 사선형으로 디자인돼 감각적이면서도 공격적인 느낌을 구현했다.

실내 공간은 이전 모델보다 넓어졌다. 모델 최초로 전륜구동 플랫폼을 적용하면서 뒷쪽에 있던 복잡한 구동계를 앞으로 옮겨온 덕분이다. 앞뒤 좌우 공간이 각각 42㎜, 13㎜ 넓어졌고, 뒷좌석의 무릎 공간은 33㎜ 늘어났다. 1인 가구뿐 아니라 어린 아이를 둔 젊은 부부에게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인테리어도 고급스럽다. 고성능 발광 인테리어 트림인 '일루미네이티드 인테리어 트림 피니셔'가 엔트리 모델인 '118d 조이 퍼스트 에디션'을 제외한 모든 트림에 적용됐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감싸는 청록 빛깔의 은은한 조명이 감성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

'주행의 즐거움'은 1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스포츠', '컴포트', '에코 프로' 등 3개의 주행모드를 선택할 때마다 마치 서로 다른 차를 타고 있는 것처럼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예컨대 고속도로에서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배기음과 함께 가속력이 올라가 마치 스포츠카를 타고 있는 듯한 재미를 준다. 그러다 에코 프로 모드로 바꾸면 순식간에 차분하고 부드러운 주행감을 자랑한다. 디젤 엔진이지만 가솔린 못지않게 정숙한 것도 특징이다.
업그레이드된 인포테인먼트(차량 내 정보·오락을 제공하는 장치) 시스템도 편의성을 강화했다. 10.25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계기판에도 가야 할 방향이 표시된다. BMW 관계자는 "기존 DMB 기반의 정보가 아니라, 차량에 탑재된 심 카드를 통해 교통흐름, 공사구간 및 사고상황 등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기 때문에 정확한 길 안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