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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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의 한 '헌팅포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자 지방자치단체의 방역 관리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헌팅포차가 주로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방역 사각지대에 있는데도 서울시와 구청이 1년째 별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서다. 집합금지 등 영업제한을 받는 자영업자들은 "시와 구청이 책임을 지지 않고 서로 떠넘기는 바람에 거리두기 지침만 더 길어지게 생겼다"고 비판했다.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광진구 헌팅포차인 '포차끝판왕 건대점'과 관련한 코로나19 확진자는 69명이다. 지난달 29일 최초 확진자가 나온 뒤 이달 5일까지 56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7일 13명이 추가됐다.

확진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방역당국은 업소 관계자와 확진자의 접촉자 등 813명을 검사하고 있다. 역학조사에서 업소 이용자들은 춤을 추고 2∼3층에 위치한 테이블을 오가며 다른 고객과 합석해 술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헌팅포차는 방역 사각지대에 있는 업종 중 하나다. 유흥주점, 콜라텍, 단란주점, 감성주점과 함께 '5대 집합금지 업종'에 포함됐지만, 일반 술집처럼 '일반음식점'으로 영업허가를 받는 경우가 많아서다. 법적인 업종 분류에 '헌팅포차'라는 업종은 없다. 춤추는 무대를 갖추지 않은 '감성주점'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집합금지 명령을 준수하는지 확인하려면 구청 직원이 직접 현장에 나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방역 주체인 지자체가 헌팅포차 관리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클럽 등 유흥업소에 집합금지가 내려지자 홍대 강남 등 헌팅포차에 '풍선 효과'로 사람이 모였다. 그러자 서울시는 헌팅포차를 '음식, 술과 함께 춤을 추는 행태가 이뤄지는 곳'이라고 임의 규정만 한 채 별도 관리에는 소홀했다.

지난해 8월 집합금지 때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헌팅포차는 버젓이 운영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방역 단속 주체는 시가 아니라 각 구청"이라며 "헌팅포차 등에 대한 특별점검은 했지만, 시가 주기적으로 이들 업종을 점검할 의무는 없다"고 구에 책임을 돌렸다.

광진구는 지난 6일에서야 모든 음식점에서 합석·춤추는 행위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주 3회 현장 점검을 나갔고, 7월부터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명령을 내려 그동안 구내 헌팅포차 6곳 중 4곳을 방역 수칙 위반으로 적발했다"며 "방역 점검을 더 세밀하게 하겠다"고 했다.

다른 자영업자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서울 연남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모씨(45)는 "오후 9시 영업제한 등으로 지난달 매출이 전년대비 80% 넘게 줄었는데, 어떻게 집합금지 업종은 버젓이 운영되느냐"며 "좌석 거리두기, 매장 소독하면서 방역 지켰는데 허무하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업종별 일괄 제한 같은 방안이 오히려 '변칙 영업'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