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투자은행(IB)업계 종사자를 중심으로 재량근로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주 52시간 근무제가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된 이후 금융업에 걸맞지 않은 제도라는 비판이 이어진 지 1년여 만이다. 금융위는 또 원리금을 연체하지 않은 소상공인이 코로나19 여파로 장사를 접더라도 대출금을 한꺼번에 갚지 않아도 되는 방안을 내놨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의 ‘2021년도 금융정책·글로벌 금융 추진 과제’를 8일 발표했다. 추진 과제에 따르면 금융위는 IB업무 종사자 등에 대한 재량근로제 시행과 외국인 생활 여건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재량근로제는 근로자가 특정 업무를 할 때 실제 작업한 시간과 상관없이 노사가 서로 정한 시간만큼만 일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국이 글로벌 금융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금융제도뿐만 아니라 고용과 생활 여건 등 전반적인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며 “고용노동부와 서울시, 부산시 등과 함께 적극적으로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 IB업계는 주 52시간 규제로 업무 생산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우려해왔다. 대형 IB 관계자는 “한국에 있는 직원들이 주 52시간 근무제에 발목이 잡혀 딜 하나를 겨우 처리할 때 홍콩에서 2~3건씩 처리한다면 무슨 수로 한국을 금융 허브로 만들겠느냐”며 “지금처럼 경직된 근무 환경이 이어지면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들도 1년 전부터 “한국 직원들이 해외 지점과 업무 협조가 어려워지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한국에는 영업직원만 남고 기업금융과 리서치, 자산운용 등 고부가가치 금융업무는 해외로 다 빠져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위는 또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해 대출받은 소상공인이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갚고 있었다면 당분간은 폐업하더라도 대출금 전체를 즉시 상환할 필요가 없도록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보가 오는 9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부실 처리를 유보하고 은행은 해당 폐업 소상공인에게 만기까지 대출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신보 보증을 받은 대출의 경우 소상공인이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했더라도 폐업할 때 대출을 한꺼번에 갚아야 했다. 대출 일시 상환에 대한 부담으로 폐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일자 금융위가 대책을 내놨다.

박종서/오형주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