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중국이 불안하다
중국이 ‘백신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국유 제약사 중국의약그룹(시노팜)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지난 6일까지 3100만 명에게 접종했다. 춘제(중국 설) 전까지 5000만 명에게 맞힐 계획이다.

그런데 중국은 자국 백신을 59세까지만 접종하고 있다. 68세인 시진핑 국가주석 등 고위층은 자연스럽게 대상에서 제외됐다.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보건당국의 설명에도 많은 국민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백신을 개발한 시노팜이나 승인한 정부가 ‘예방률 79%’라는 수치 외에 별다른 정보를 내놓지 않아 불신은 더 커지고 있다.

심해지는 '무결점' 강박증

중국 정부가 불리한 정보를 일단 숨기고 보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때도 그랬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진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의 실제 감염자 수가 공식 통계보다 10배 많은 50만 명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지난해 말에서야 내놨다. 더구나 이 보고서의 대부분을 “빠른 통제로 더 큰 확산을 막았다”는 선전으로 채웠다.

적반하장식의 대응도 단골 메뉴다. 각국에서 제기된 중국 책임론에는 어김없이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관들이 나서 “너희나 잘하라”는 막말을 쏟아냈다.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등의 현안에서도 “내정에 간섭하면 보복한다”는 윽박지르기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중국은 결점이 없어야 한다’는 강박증처럼 보일 때가 많다. 많은 중국 전문가는 공산당 집단 지도체제에서 시 주석 1인 지배체제로 바뀐 이후 이런 경향이 더 심해졌다고 분석한다. 시 주석 체제에 흠집이 날 만한 문제는 아예 발생해선 안 된다는 기류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몸을 사리는 관리들은 불리한 건 일단 덮고, 충성 경쟁을 벌이는 외교관들은 중국에 돌아올 역효과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가장 큰 대외 리스크인 미국과의 갈등은 오히려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압박을 지속할 것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중국이 먼저 손을 내밀어도 모자랄 판에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 20일이 되도록 아직 통화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정치국 위원은 “내정 간섭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과도한 자신감까지

베이징에서 만난 한 경제연구소 임원은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강압적 분위기에 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변학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쌓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인이 느낄 정도로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이 아직 차단하지 않은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선 금기나 마찬가지인 홍콩·신장 인권을 다루는 중국어 대화방이 열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주요 경제대국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다. 미국과의 경제력 역전 시점 전망도 2028년으로 앞당겨졌다. “미국과 패권을 경쟁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던 겸양은 어느새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최근 공개된 미국 전직 고위 당국자는 ‘시 주석 교체론’ 보고서를 통해 “중국 공산당 다수가 시 주석 없는 중국을 선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곧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예상이 많아지고 있다. 불리한 정보는 숨기고, 비판에는 발끈하는 나라가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가.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아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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