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주택 공급대책’을 내놓고 자신만만하던 정책 책임자들이 발표 1주일도 안 돼 자신감이 확 떨어진 모습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제 한 방송 인터뷰에서 “서울 도심에서 충분한 양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며 “한번 믿고 지켜봐 달라”고 했다. 이는 대책 발표 당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쇼크 수준의 공급확대로 시장이 확고한 안정세로 접어들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다. 자신감 대신 ‘읍소 모드’로 전환한 듯하다.

정부가 서울에 공급하겠다는 32만3000가구는 3기 신도시의 2배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전문가들도 “목표대로 원활히 공급되면 집값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문제는 이번 대책이 시장 현실을 외면한 채 ‘가정’에 기반한 ‘숫자놀음’으로 짜맞춰졌다는 점이다. 전체 공급 목표물량의 60%를 담당할 공공주도 개발은 역세권 땅과 준공업지, 정비사업지 등 사유지를 충분히 확보해야 가능한 사업이다. 정부는 용적률 확대, 실거주 의무기간(2년) 면제 등 인센티브를 늘린 만큼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들도 주시할 것”(변 장관)이라고 기대하지만, 시장에선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공급물량이 ‘0’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작년 8·4 대책에서 도입된 공공재건축 사업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후보지도 못 정했다. 공공재개발은 시범사업지 8곳을 선정했지만, 몇몇 조합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선 이런 실상을 다 아는데, 정부가 공급 예정지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믿어달라”고 우기니, “이번 대책도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여론이 53%(리얼미터)에 달하는 것이다. 정부가 “2·4대책의 성공여부는 땅주인·건물주에 달렸다”(윤성원 국토부 제1차관)고 밝힌 데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부동산 소유주들에게 공공주도 개발에 참여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라고 의구심을 제기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특단의 공급대책’을 예고했을 때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선 “규제를 대폭 풀고, 거래를 활성화하는 친(親)시장 정책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결국 나온 건 실효성이 의심되는 공공주도 개발이다. ‘불로소득 엄단’이라는 이념을 포기 못 한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뢰 잃은 정책으로는 집값을 잡는 게 불가능하기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