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피의자 방어권 보장 필요…증거인멸 염려도 없어"
'월성원전 의혹' 백운규 전 장관 영장 기각…검찰 수사 제동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는 백운규(56) 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백 전 장관의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전날 오후부터 6시간 동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오 부장판사는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 부족'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오 부장판사는 "백 전 장관 범죄 혐의에 대한 검찰 소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범죄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여 피의자에게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월성 원전 자료 삭제 등 혐의로 산업부 공무원 2명이 이미 구속 기소된 데다 이들의 진술도 확보된 상태여서 백 전 장관에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교도소에서 대기 중이던 백 전 장관은 법원 영장기각 결정에 따라 귀가했다.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앞서 지난 4일 월성 1호기 폐쇄에 앞서 당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경제성 평가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와 월성 원전 운영 주체인 한수원 측 정당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백 전 장관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백 전 장관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앞서 취재진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국정과제였다"며 "장관 재임 때 법과 원칙에 근거해 적법 절차로 (원전 관련) 업무를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백 전 장관에 대한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월성원전 의혹 수사는 일단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청와대 등 이른바 '윗선'으로 향하려던 검찰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