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생업 제한된 이웃의 목소리 경청해야

지난 1월 초 한파 속 느닷없이 내린 폭설로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이 뒤엉키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는 혼란스러운 와중에, 코로나19로 고통받아 온 지난 1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해가 바뀌어도 코로나19는 소리 없이 거리에 쌓인 눈처럼 녹지 않은 채 점점 더 우리를 옥죄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일부 국가의 백신 접종 소식이 우리를 짓누르는 바이러스 눈덩이를 녹여낼 한 줄기 햇살처럼 다가왔다.

2020년 12월 8일 오전 6시 31분(현지시간) 화이자 백신 접종 '세계 1호' 주인공인 영국의 마거릿 키넌 할머니가 주사 맞는 모습은 희망을 향해 내딛는 첫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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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번트리의 한 대학병원에서 편안한 자세로 카우치에 기대어 살짝 미간을 찡그린 채 주사를 맞는 모습은 여느 독감 주사를 맞는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이제는 91세가 된 할머니의 용기 있는 행동에 의료진은 병원 복도에 길게 줄을 서서 박수로 배웅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EU 회원국 등을 시작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올해 1월 멕시코와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서도 이어졌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우리 정부도 2월 말 접종을 시작으로, 11월에는 전체 국민의 60∼70% 정도가 면역을 획득하는 집단면역 형성 목표를 제시했다.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코로나 사태는 이제 집단면역이라는 탈출구를 향해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연말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천여 명을 넘나들던 3차 대유행은 강화된 물리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시행으로 그 기세가 꺾였다.

하지만 한두 개의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다시 확진자 수가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역사회에 퍼져있을 눈에 보이지 않는 감염도 복병이다.

이제 핀셋 방역은 불가능하다.

거리두기 강화 등의 확산 차단이 최선책이지만,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커져만 간다.

무엇보다도 형평성과 공정이라는 잣대와 충돌하면서 생업을 제한받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우리는 언제 불만을 느낄까? '불만'이라는 단어의 뜻 그대로 마음이 흡족하지 않을 때가 아닐까.

우리는 도덕이나 법률이 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지키면서 평정심을 유지하지만, 주변과 비교해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판단되면 이내 마음의 균형을 잃는다.

카페, 실내 체육시설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특히 필라테스·피트니스 사업자 연맹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벌인 항의 시위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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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색 죄수복을 입은 그들은 모형 철창 안에서 퍼포먼스를 펼쳤다.

연맹 대표는 "지난해 4월 첫 거리두기 영업 제한 정책부터 체육시설에만 잣대를 대고 있다"며 "벼랑 끝에 선 실내 체육 사업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실내 체육시설임에도 돌봄 목적을 이유로 권투와 태권도장 등 일부 업종의 운영을 제한적으로 풀어준 정부의 방역지침이 형평성을 잃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물리적 거리두기를 위한 정부의 통제는 불가피하다.

그것이 '모두'가 아닌 '나만 왜?'라고 느껴지지 않게, 더욱 더 정교한 방역지침 마련이 요구되는 때다.

방역과 거리두기로 생업이 제한되어 온 이웃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는 새로운 문 앞에 서 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2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