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배로 불어난 한 독일대학 한국학 전공자…그 뒤엔 그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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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장, 동아시아대학원장에 취임
"한국학 최대 5대1 경쟁률…지금은 한국학과 떨어지면 일본학과로"
2008년 25명에서 2021년 350명으로….
독일 베를린자유대의 한국학 전공자 수가 이처럼 13년 만에 14배로 불어난 배경에는 이 대학 한국학과장 겸 한국학연구소장인 이은정 교수가 있다.
2008년 한국학과로 부임한 이 교수는 최근 이 대학 동아시아대학원장(GEAS)으로 취임했다.
일본학과장과 중국학과장은 각각 부원장을 맡았다. 이 원장은 8일(현지시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한계를 넘어서 해야 할 일을 했다"면서 "일이 한 번 굴러가기 시작하니 정신없이 돌아갔다"고 한국학과의 성장 가도에 대해 회상했다.
처음 부임했을 때만 해도 한국학과는 창고 같은 건물에 위치한 조그마한 학과였다.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는 2001년 창설 공고 이후, 2003∼2004년 첫 수업을 했고, 2005년부터 학부생을 뽑는 정식학과가 됐다.
이후 이 원장이 부임하면서 2008년 석·박사과정을 만들었고, 2012년에는 독일 정부의 엘리트 대학원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동아시아대학원을 설립했다.
동아시아 핵심 엘리트를 양성하는 동아시아대학원은 박사과정으로만 운영된다.
지원자는 해당 지역 언어에 통달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법학, 지역학 등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토대로 연구해 논문을 쓴다.
한국학과 중국학, 일본학 전공자를 동등한 비율로 뽑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현재 베를린자유대의 한국학 전공자는 학부생 330∼350명, 석사과정 40명, 박사과정 12명 등 350여 명에 달한다.
이 원장은 "한국학 전공 지원자들은 최대 5대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다"면서 "1년 기다렸다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옛날에는 일본학과나 중국학과 떨어지면 한국학과 왔는데, 지금은 한국학과 떨어지면 일본학과로 간다"고 말했다.
이어 "졸업생들은 베를린시 정부나 외무부, 언론사, 국회 등에도 포진해있지만, 기업에 가장 많이 간다"면서 "특히 게임회사가 인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한국 대학에서 독문학을 왜 공부하는지 묻지 않듯이 이제 독일에서 한국학은 당연한 선택의 대상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국학의 연구대상은 남북한을 아우르기 때문에 한국학 전공자들은 시작부터 남북한을 함께 공부한다.
이 원장은 "여건이 허락된다면 베를린자유대 차원에서 학생들이 남북한을 동시에 답사하면서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베를린자유대는 지난 2018년 9월 김일성종합대와 인문사회학 분야에서 교류협력 관계를 맺었다.
지난해 1월에는 김일성종합대 도이칠란트어문학과 교수 2명과 학생 12명이 베를린자유대 초청으로 3주간의 계절학기 프로그램에 참석, 독일어 수업과 독일의 정치와 경제, 사회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남측에서는 부산대와 홍익대를 중심으로 80명 정도의 학생이 계절학기를 수강해, 계절학기는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와 남북 학생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는 화합의 장이 됐다. 이 원장은 "북한이 교육과정에서 독일어를 제2외국어로 만들기 위해 독일어 교육을 더 강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와 그 연장선상에서 김일성종합대 학생들이 계절학기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불발됐지만, 베를린자유대에서 북측 학생들의 연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를린자유대는 '지식의 변동'이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7세기 지식을 만드는 기관이었던 서원(書院)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원장은 김일성종합대의 도움을 받아 북한의 서원과 관련한 고문헌 리스트를 확보하고, 북한 길주향교와 소현서원 등을 답사하기도 했다.
1963년생인 이 원장은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에 다니던 시절 유학해 1984년부터 독일에서 생활했고, 1993년 독일 괴팅겐대에서 정치사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에는 독일 할레대에서 '유럽이 본 동아시아상'을 주제로 교수자격을 취득했다.
교수자격 취득 당시 나이가 불과 38세였을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통상 독일 정치사상사 전공자들이 40대 중반이 넘어야 교수자격을 취득하는 데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다.
이후 2001년부터 5년간 일본에 머물면서 동아시아 사상사를 연구한 학자들과 교류했고, 이후 멘토가 된 독일인 여성 일본학자를 만나 권유를 받은 끝에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이 원장은 정치사상사에 새로운 분석 틀을 도입해 상호문화적인 연구를 개척한 공로로 유럽 한림원 정회원이자 베를린-브란덴부르크학술원(옛 프러시아 왕립학술원) 정회원으로 선출됐다.
베를린-브란덴부르크 학술원에 아시아 출신 정회원이 선출된 것은 설립 이후 300년 만에 처음이다.
이 원장은 "한국학 전공자가 크게 늘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일본학이나 중국학보다 학계 내 비중이 약하다"면서 "독일 내 한국학과가 독립학과로 있는 곳은 3개 대학뿐이고, 3개는 일본·중국학과 소속이며, 정교수는 3∼4명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독일 내 일본학과가 있는 대학은 40여 개나 된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덩달아 교수 숫자나 연구성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는 "앞으로 뛰어난 후배 한국학자를 키워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유럽 내 한국 전문가 육성을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과 공동으로 한국유럽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현지 싱크탱크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유럽 내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게 목표다.
/연합뉴스
"한국학 최대 5대1 경쟁률…지금은 한국학과 떨어지면 일본학과로"
2008년 25명에서 2021년 350명으로….
독일 베를린자유대의 한국학 전공자 수가 이처럼 13년 만에 14배로 불어난 배경에는 이 대학 한국학과장 겸 한국학연구소장인 이은정 교수가 있다.
2008년 한국학과로 부임한 이 교수는 최근 이 대학 동아시아대학원장(GEAS)으로 취임했다.
일본학과장과 중국학과장은 각각 부원장을 맡았다. 이 원장은 8일(현지시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한계를 넘어서 해야 할 일을 했다"면서 "일이 한 번 굴러가기 시작하니 정신없이 돌아갔다"고 한국학과의 성장 가도에 대해 회상했다.
처음 부임했을 때만 해도 한국학과는 창고 같은 건물에 위치한 조그마한 학과였다.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는 2001년 창설 공고 이후, 2003∼2004년 첫 수업을 했고, 2005년부터 학부생을 뽑는 정식학과가 됐다.
이후 이 원장이 부임하면서 2008년 석·박사과정을 만들었고, 2012년에는 독일 정부의 엘리트 대학원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동아시아대학원을 설립했다.
동아시아 핵심 엘리트를 양성하는 동아시아대학원은 박사과정으로만 운영된다.
지원자는 해당 지역 언어에 통달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법학, 지역학 등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토대로 연구해 논문을 쓴다.
한국학과 중국학, 일본학 전공자를 동등한 비율로 뽑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현재 베를린자유대의 한국학 전공자는 학부생 330∼350명, 석사과정 40명, 박사과정 12명 등 350여 명에 달한다.
이 원장은 "한국학 전공 지원자들은 최대 5대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다"면서 "1년 기다렸다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옛날에는 일본학과나 중국학과 떨어지면 한국학과 왔는데, 지금은 한국학과 떨어지면 일본학과로 간다"고 말했다.
이어 "졸업생들은 베를린시 정부나 외무부, 언론사, 국회 등에도 포진해있지만, 기업에 가장 많이 간다"면서 "특히 게임회사가 인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한국 대학에서 독문학을 왜 공부하는지 묻지 않듯이 이제 독일에서 한국학은 당연한 선택의 대상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국학의 연구대상은 남북한을 아우르기 때문에 한국학 전공자들은 시작부터 남북한을 함께 공부한다.
이 원장은 "여건이 허락된다면 베를린자유대 차원에서 학생들이 남북한을 동시에 답사하면서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베를린자유대는 지난 2018년 9월 김일성종합대와 인문사회학 분야에서 교류협력 관계를 맺었다.
지난해 1월에는 김일성종합대 도이칠란트어문학과 교수 2명과 학생 12명이 베를린자유대 초청으로 3주간의 계절학기 프로그램에 참석, 독일어 수업과 독일의 정치와 경제, 사회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남측에서는 부산대와 홍익대를 중심으로 80명 정도의 학생이 계절학기를 수강해, 계절학기는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와 남북 학생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는 화합의 장이 됐다. 이 원장은 "북한이 교육과정에서 독일어를 제2외국어로 만들기 위해 독일어 교육을 더 강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와 그 연장선상에서 김일성종합대 학생들이 계절학기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불발됐지만, 베를린자유대에서 북측 학생들의 연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를린자유대는 '지식의 변동'이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7세기 지식을 만드는 기관이었던 서원(書院)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원장은 김일성종합대의 도움을 받아 북한의 서원과 관련한 고문헌 리스트를 확보하고, 북한 길주향교와 소현서원 등을 답사하기도 했다.
1963년생인 이 원장은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에 다니던 시절 유학해 1984년부터 독일에서 생활했고, 1993년 독일 괴팅겐대에서 정치사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에는 독일 할레대에서 '유럽이 본 동아시아상'을 주제로 교수자격을 취득했다.
교수자격 취득 당시 나이가 불과 38세였을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통상 독일 정치사상사 전공자들이 40대 중반이 넘어야 교수자격을 취득하는 데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다.
이후 2001년부터 5년간 일본에 머물면서 동아시아 사상사를 연구한 학자들과 교류했고, 이후 멘토가 된 독일인 여성 일본학자를 만나 권유를 받은 끝에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이 원장은 정치사상사에 새로운 분석 틀을 도입해 상호문화적인 연구를 개척한 공로로 유럽 한림원 정회원이자 베를린-브란덴부르크학술원(옛 프러시아 왕립학술원) 정회원으로 선출됐다.
베를린-브란덴부르크 학술원에 아시아 출신 정회원이 선출된 것은 설립 이후 300년 만에 처음이다.
이 원장은 "한국학 전공자가 크게 늘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일본학이나 중국학보다 학계 내 비중이 약하다"면서 "독일 내 한국학과가 독립학과로 있는 곳은 3개 대학뿐이고, 3개는 일본·중국학과 소속이며, 정교수는 3∼4명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독일 내 일본학과가 있는 대학은 40여 개나 된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덩달아 교수 숫자나 연구성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는 "앞으로 뛰어난 후배 한국학자를 키워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유럽 내 한국 전문가 육성을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과 공동으로 한국유럽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현지 싱크탱크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유럽 내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게 목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