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 공무원 받았던 악플 보니 "20세 합격 축하받을만 하지만…"
"어린 나이에 성취는 축하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연극영화 전공, 그것도 그쪽에서 하위권인 경희대 출신, 냉정하게 저 증명사진이 아니라 실물을 보면…" (중략)

서울시 소속 20대 여성 7급 공무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그가 지난해 한 예능프로그램에 '20세 최연소 7급 공무원 합격' 주인공으로 소개된 김 씨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근무 중인 A씨는 지난 8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온라인상에서 그런 이야기가 돌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유족 입장을 생각해 동일인 여부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인물이 살아 있다면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왔을 것이란 점에서 동일인물이라는 가정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각에선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가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 측은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다"며 이를 공식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 게시판 스누라이프에는 이날 오전 '사망한 김 씨가 7급 공무원에 합격한 뒤 받았던 댓글'이라는 이전 캡처 이미지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공유된 댓글 내용에 따르면 해당 글 게시자는 김 씨 합격 수기글로 추측되는 내용에 "아마도 연극영화 전공 지망자가 단기간에 합격했다는 것은 부모님이 공무원 혹은 가산점이 반드시 수반되었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면서 "보통 어린 친구들 공무원 시험 뛰어드는 계기가 주변 어른들 권유가 많더라"라고 적었다.

이어 "어린 친구의 성취를 깎아내리거나 비하할 의도는 없다"면서도 "다만 한국의 현실을 바로 보여주는 사례라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외모 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천박한 대한민국의 오늘을 댓글에서 볼 수 있었다"고 악플을 달았다.

그러면서 "객관적으로 보면 부러워할 것도, 미워할 필요도 없다. 각자의 삶 속에서 건승하시길 바란다"라고 짐짓 의연하게 충고했다.

해당 이미지에는 김 주무관이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되는 댓글이 달렸다.
"수기 작성자 본인입니다. 저를 깎아내리거나 비하할 의도가 없다고 하셨지만 제 개인과 가족에 대한 확신에 가까운 억측, 저희 학과까지 묶어 깎아내리시는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답글 남기게 되었습니다. 먼저 부모님 두 분은 공무원이 아닌 일반 회사원이십니다.

제게 시험에 대한 강요나 권유는 일절 없으셨으며, 공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 의지로 했던 것입니다. 또한 행여나 그 계기가 주변의 권유였다 해도, 그게 개인의 성취를 평가절하할 요서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산점은 서울시 7급 시험을 두 달 가량 남겨두고 획득한 0.5%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이 전부입니다.

애정을 가지고 재학중인 대학과 제 전공에 대한 말씀 역시 어떻게든 제게 상처를 주시겠다는 의도로 가득찬 듯 하여 마음이 좋지 않네요."

예능 방송에 출연했던 김 씨는 당시 방송에서 원두커피 갈아놓은 가루를 먹으며 잠을 쫓다가 위에 구멍이 날 뻔했다는 치열한 합격 준비과정을 전했다.

이어진 공무원의 장단점을 묻는 질문에 "여자가 나 뿐이다. 같이 일하는 분들이 모두 내 아버지뻘이다"라면서 "내 얘기는 아니고 지인의 지인에게서 들은 얘기인데 내가 (직장에서) 잘리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상대방도 평생 잘리지 않는다"라고 말해 좌중들을 소름돋게 한 바 있다.

해당 방송 주인공 김 씨가 A 씨와 동일인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씨 출신 대학교 게시판에는 "동일인이 맞다"는 글이 게재됐고 애도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7급 공무원 받았던 악플 보니 "20세 합격 축하받을만 하지만…"
한 현직 공무원은 한경닷컴에 "온라인에서 확산되는 김 씨의 업무배장표를 접했다. 내부 사정을 모르니 업무량을 알 수는 없다"면서도 "급여 관련 업무는 자동화가 돼 있어서 거의 일이 없다. 다른 업무들을 보고 '주무관이 저런 일까지 하지는 않는데 이상하기는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종로경찰서는 A 씨의 사망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직장동료들을 포함한 주변인들에 대한 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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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