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든 교수 "매춘부는 위안부관련 표현될 수 없다…피해자 시각서 배워야"
"미 아시아학계, 몸서리치고 있어…해당 저널과 하버드에 수십명 항의서한"
미 역사학자 "'위안부는 매춘' 주장은 학문적 자유로 용납 안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성노예가 아니라 '자발적 매춘부'라는 취지의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에 미국의 역사학계가 경악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다수 학자는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해당 논문을 비판하면서 하버드대 등에 항의 서한을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과 한국 근현대사를 전공한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는 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성노예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칭한 논문도 학문의 자유로 용납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아니다.

그것은 옳지 않다"라고 답했다.

더든 교수는 지난 2015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과거사 왜곡 드라이브를 비판하는 세계 역사학자 187명의 집단성명을 주도하는 등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왜곡된 시각에 목소리를 높여온 대표적인 지성이다.

그는 "매춘부(prostitute)라는 단어는 어떠한 (위안부) 관련 표현의 올바른 영어 번역도 될 수 없다"라며 자신의 강의에서는 "할머니 역사"(halmoni history)라는 표현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이어 "고통을 겪은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존엄성을 되찾아주는 데 우선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이러한 역사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러면 전 세계에 걸쳐 현재의 비슷한 끔찍한 행위로부터 살아남은 사람들도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일본 정부가 위안부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다는 램지어 교수의 주장에 대해선 "난징대학살 이후인 1938년 일본 내무성과 육군성이 젊은 여성들의 위안소 모집을 포함한 명령을 내린 바 있다"면서 "이는 명백히 일본 정부의 대리인들이 인신매매를 금지한 국제 협약과 국내법 위반을 알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반박했다.

더든 교수는 "램지어 교수 논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오직 한국인만을 겨냥했다는 점"이라면서 "만약 범죄 피해자를 비난하는 게 학문적인 미덕이 된다고 가정하더라도 그렇다면 왜 대만부터 시작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1895년 일본에 병합된 대만에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위안부 피해자가 많았다.

미 역사학자 "'위안부는 매춘' 주장은 학문적 자유로 용납 안돼"
그는 "이는 부끄럽게도 학계가 역사적 기록에 위안부로 등재된 첫 번째 피해자가 일본인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1932년 일본의 인신매매 업자들이 일본인 소녀 15명을 속여 상하이의 위안소로 데려간 일을 언급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근거로 "불행히도 램지어 교수는 이런 사실 중 어느 것도 설명하지 못했고, 유엔이 반인류적 범죄로 규정한 행위에 대해 단지 한국인들만을 탓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논문에 수많은 역사적 오류가 있다"며 "이는 매우 충격적이고, 반역사적이며 논리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학계 반응과 관련해서는 "아시아학은 물론 그 외의 분야에서도 수많은 사람이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몸서리치고 역겨워한다"고 전했다.

또 이번 논란에 대한 대응으로 "수십 명의 학자들이 자발적으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실린) 해당 저널과 하버드대에 항의의 글을 써 보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램지어 교수의 사실적, 논리적 오류를 지적하는 동료 학자들의 글이 많이 축적될수록 역사 기록이라는 차원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더든 교수는 평가했다.

하버드대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카터 에커트 교수와 앤드루 고든 역사학과 교수는 이미 해당 저널에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는 논문을 실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990년대 초중반 시카고대에서 램지어 교수로부터 '일본법' 강의를 들었다는 더든 교수는 "당시에는 램지어 교수가 잘못된 역사를 가르친 적이 없다.

그 강좌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하버드대 소속 교수 3명은 연합뉴스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에커트 교수는 의견서를 보내 램지어 교수를 겨냥, "위안부 시스템 구축에서 일본 제국주의 정부와 육군의 중심적 역할을 경시한 것은 물론 식민주의와 위안부 시스템이 잉태된 성(性)의 정치·경제적 큰 맥락에 무감각했다"고 지적했다.

에커트 교수는 "피해 여성들을 합리적 선택을 하는 일차원적 행위자로 국한한 것은 게임이론을 단순하게 잘못 적용한 것"이라며 램지어 교수가 게임이론을 활용해 위안부 문제를 매춘업자와 매춘부 사이의 계약관계로 설명한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미 역사학자 "'위안부는 매춘' 주장은 학문적 자유로 용납 안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