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가 GV70 전기차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제네시스 GV70.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가 GV70 전기차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제네시스 GV70. 사진=제네시스
최근 애플과 자율주행차 협의를 중단한 현대차가 '제네시스'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는다. 올해 제네시스는 '친환경'과 '디자인'이라는 두 날개를 달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초 울산2공장의 제네시스 생산라인을 멈추고 '라인 합리화' 작업을 하고 있다. 라인 합리화는 기존 생산라인 정비나 신차 생산을 위한 준비로, 통상 연휴에 맞춰 이뤄진다.

이번 라인 합리화는 현대차 아이오닉5 생산라인은 물론, 제네시스 전기차 GV60와 GV70 EV 양산 준비를 위한 작업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최근 '울산 2공장 전기차 JW/JK EV 생산준비 공사' 일정을 내부 공지한 바 있다. 울산2공장은 제네시스 GV70, GV80 등을 생산한다. 21라인은 지난 3일부터 오는 16일까지, 22라인도 지난 6일부터 오는 15일까지 멈춘다.

현대차는 전용 플랫폼 E-GMP를 장착한 준중형 전기차 JW(코드명)의 차명을 GV60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JK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네시스 GV70의 코드명이었다. JK EV는 GV70 전기차로 해석할 수 있다. 제네시스 최초 전용 플랫폼 기반 순수 전기차인 GV60와 GV70 전기차 모델 양산이 준비되는 것이다.
이달 '라인 합리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현대차 울산공장 전경. 사진=현대차
이달 '라인 합리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현대차 울산공장 전경. 사진=현대차
이 외에도 현대차는 제네시스 G80 전기차인 eG80와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G90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제네시스에서 준비하는 전동화 모델만 4종에 이르는 셈이다. GV60, eG80, G90 PHEV 출시 시기는 올해 하반기로 점쳐진다. GV70 EV는 빠르면 연말이 될 수 있지만,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GV60, GV70 EV가 미국에서 생산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미국 정부기관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을 발동했기 때문이다.

'바이 아메리칸'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미국에서 생산되거나 미국산 부품이 적어도 50%이상 사용된 차량만 구매해야 한다. 2019년 기준 65만대에 달하는 연방 정부 보유 차량이 대상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나 판매 장려금 지급도 검토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미국산 전기차로 한정될 가능성이 있다. 대폭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려면 현지생산이 이뤄져야 하는 것.

유지웅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미국 현지생산 EV는 아이오닉5, GV60EV, GV70EV, 또는 아이오닉7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GV60또는 GV70의 현지생산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미국내 인지도 상승은 연산 30만대를 넘어서는 핵심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자동차 사이트 콜레사에 등장한 제네시스 GV80 쿠페 예상도. 사진=콜레사
러시아 자동차 사이트 콜레사에 등장한 제네시스 GV80 쿠페 예상도. 사진=콜레사
이와 동시에 디자인 강화도 이뤄진다. 제네시스는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준대형 SUV GV80의 쿠페 모델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예상도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 이르면 올해 7월 위장막을 씌운 차량을 도로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프리미엄 SUV에서는 쿠페 모델이 높은 인기와 수익성을 동시에 거두는 열쇠로 여겨진다. GV80와 같은 차급인 메르세데스-벤츠 GLE, BMW X5, 아우디 Q7 모두 쿠페 모델을 내놓고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포르쉐 역시 카이엔 쿠페를 출시하면서 연간 판매량이 90% 가까이 늘어난 바 있다. GV80의 경우에도 쿠페 모델이 출시되면 연간 판매량이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애플과의 협업 논의를 중단한 것도 제네시스 경쟁력 강화에 대한 자신감이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이 전장분야 기술을 공유하지 않고 하드웨어 하청업체로 현대차를 이용하려 했고, 현대차는 자체적으로도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만큼 애플의 하청업체가 되는 것은 거부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E-GMP를 비롯해 전기차 분야에 적지 않은 노하우를 갖췄다"며 "전기차 시장에서 제조역량을 갖추지 못한 특정 업체의 하청을 자처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제네시스는 물론 현대차 라인업에서도 전동화 속도를 높여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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