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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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점포를 폐쇄하는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고령층이 많은 지역이나 농어촌 등에서 은행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차원이지만, 디지털 금융 시대에 과도한 경영 간섭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는 은행 점포 폐쇄 관리 방안을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우선 은행권은 내달부터 점포 폐쇄를 결정하기 전에 고객에게 미칠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영향 평가를 수행하기로 했다. 소비자의 불편이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면 점포를 유지하거나 지점을 출장소로 전환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키로 했다. 평가 과정은 객관성을 위해 해당 은행의 소비자 보호부서와 외부 전문가가 동시에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점포 폐쇄가 결정되면 은행은 다양한 대체 수단을 모색하기로 했다.매주 1회 정기 이동점포를 운영하거나 직원 1∼2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점포를 두는 방안, 고기능 무인 자동화기기(STM)를 설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기존에 진행됐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운영, 타 금융사와의 창구업무 제휴 등도 유지한다.

공시 및 안내 절차도 강화한다. 점포 폐쇄가 결정되면 은행은 관련 내용을 폐쇄일로부터 최소 3개월 이전부터 총 2회 이상 고객에게 통지키로 했다. 금감원은 또 은행의 분기별 업무 보고서에 사전 영향평가 결과 자료를 첨부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1준기 중 은행업 감독규정 시행세칙도 개정할 예정이다.

전체 점포수 외에 신설·폐쇄 관련 세부 정보도 매년 공시하도록 경영공시 항목도 개편한다는 게 금감원 계획이다. 시도별 지점과 출장소 현황, 연중 신설된 점포와 폐쇄된 점포 숫자도 알려야 한다. 기존에는 국내외 지점, 출장소, 사무소의 숫자 현황만 공개했다.

금감원이 점포 폐쇄 절차를 강화는 것은 소비자의 은행 접근성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최근 몇년새 점포 폐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게 금감원의 시각이다. 국내 은행 점포(지점, 출장소 포함)는 2019년 6709개에서 지난해 6406개로, 한해 새 303개가 줄었다. 2015년(7천281개)에 비하면 5년새 875개가 사라졌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과도한 모니터링 절차가 오히려 은행의 구조 조정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거래가 급증해 점포 수요가 빠르게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에 그렇지 않아도 고객수가 많이 줄었고, 빅테크(대형 IT기업)의 금융 참여로 인해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점포 폐쇄 절차가 어려워지는 것은 경영에 부담이 될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