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18 악몽' 재현?…"이번엔 다르다"
삼성전자가 최근 조정을 받으면서 2018년의 ‘악몽’을 떠올리는 투자자가 많아지고 있다.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모양새가 그때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황제주’였던 삼성전자는 그해 5월 액면 분할 직후 ‘국민주’로 각광받았지만 주가가 급락하면서 장기간 강제 투자하는 의미의 ‘국민적금’으로 불렸다.

이 때문에 지난달 10만원 돌파를 넘보던 삼성전자가 8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지자 2018년처럼 주가가 단기에 반짝하고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개인 11.5조원 순매수

9일 삼성전자 주가는 0.36% 내린 8만270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11일 장중 최고점인 9만6800원 대비 15% 떨어졌다. 하지만 작년 11월 초 주가인 5만원대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개인들 사이에서 ‘고점’에 물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전자 '2018 악몽' 재현?…"이번엔 다르다"
최근 하락세를 주도하는 것은 기관과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연초 이후 5조212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기관도 6조507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들은 11조491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올해 삼성전자를 사들인 개인들의 매입 단가는 9만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최근 주가가 하락한 이유는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컨센서스는 8조5000억원 수준이나, 최근 7조5000억원을 예상하는 증권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가 고평가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내년 영업이익 59조원

삼성전자가 고평가됐다는 근거는 실적이다. 주가가 5만원을 넘어섰던 2018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58조8867억원이었다. 내년 전망치인 59조3072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은 2018년보다 적은 45조9699억원이다.

전문가들은 그때와 상황이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2018년에는 D램 가격이 단기에 급등했다가 빠지면서 반도체 경기가 악화됐지만, 지금은 중장기 호황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8년에는 반도체 업체들의 대규모 증설로 공급이 늘어나고 미·중 무역분쟁 발발로 수요가 감소하는 다운 사이클이 시작됐다”며 “지금은 내년도 영업이익 전망치가 계속 확대되고 있어 상승 사이클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D램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든 점도 주가 상승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로 꼽힌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18년에는 D램 가격에 실적이 좌우됐지만 지금은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어 비메모리 사업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분석했다.

다른 사업부도 여건이 우호적이다.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 스마트폰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삼성전자의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이미지센서도 세계 1위인 소니와 점유율을 좁히고 있다는 평가다. 작년 기준 이미지센서 세계 점유율은 삼성 19.6%, 소니가 49.8%다.

이를 바탕으로 매출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단순히 수익성만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매출은 올해 261조632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287조2104억원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매출은 243조7714억원이었다.

“목표주가 12만원 가능”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을 충분히 넘길 수 있다는 의견이다. 유동성 장세와 우호적인 사업 여건을 감안하면 주가가 재평가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도연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측정하는데 이미 역사적 고점인 두 배를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이미 재평가 구간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최 연구원은 “최근 주가가 부진한 것은 기대감에 의한 상승이 실적 장세로 전환되는 과도기의 일환”이라며 “목표가인 12만원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적 장세가 시작되는 시점은 2분기로 예상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조정 시 매수하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적 장세가 시작되면 목표가인 10만7000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현대차증권도 목표가인 11만원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D램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등 다른 사업부에 대한 기대가 크고 반도체도 빅사이클이 임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