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점포를 폐쇄할 때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고령층이 많은 지역이나 농어촌 등에서 은행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차원이지만, 디지털 금융 시대에 과도한 경영 간섭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과 은행연합회는 은행 점포 폐쇄 관리 방안을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우선 은행권은 다음달부터 점포 폐쇄를 결정하기 전에 고객에게 미칠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사전 영향 평가를 수행하기로 했다. 평과 결과 소비자 불편이 커질 것으로 판단되면 사실상 점포를 닫기 어려워진다. 은행은 기존 점포를 유지하거나 지점을 출장소로 전환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평가 과정은 객관성을 위해 해당 은행의 소비자 보호부서와 외부 전문가가 동시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공시 의무도 강화한다. 금감원은 은행이 분기별 업무 보고서에 점포 폐쇄 영향평가 결과 자료를 첨부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신설·폐쇄 관련 세부 정보도 매년 공시하도록 경영공시 항목을 개편한다. 앞으로는 은행마다 시·도별 지점과 출장소 현황, 연중 신설된 점포와 폐쇄된 점포 수도 알려야 한다. 기존에는 국내외 지점, 출장소, 사무소의 숫자 현황만 공개했다.

금감원이 점포 폐쇄 절차를 강화하는 것은 소비자의 은행 접근성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은행 점포(지점, 출장소 포함)는 2019년 6709개에서 지난해 6406개로 한 해 동안 303개가 줄었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은행의 구조조정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거래가 급증해 점포 수요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