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난지원금, 지역 쏠림 해결해야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운동장이 점점 더 기울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주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자, 최근 수도권 일부 자치단체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모든 주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1인당 10만원씩, 총 1조4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수도권의 예기치 못한 부동산 급등과 거래 증가로 경기도의 취득세는 2020년에 9조원으로 전년보다 1조6000억원, 서울시도 1조5000억원 증가했다. 예상치 못한 수입을 나눠주겠다는 것이고, 표면적으로는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수도권의 이런 세입 증가는 생산성 향상과는 무관한, 그간의 수도권 집중이 빚어낸 비정상적인 현상이기에 걱정이 앞선다. 특히 국민통합이란 국가적 근본 명제 앞에서 더더욱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오늘날의 수도권이 이렇게 잘살게 된 것은 오로지 수도권만의 노력과 혁신으로 이룬 과실인가? 브루나이나 노르웨이처럼 석유나 천연가스가 나와 부자가 된 것인가? 아니다. 오늘의 수도권은 각 지방이 애지중지 길러낸 인재들이 모여 이뤄낸 우리 국민 모두의 결실이다. 경북만 봐도 최근 20년간 수도권으로 이동한 인구가 20만5000명에 이른다. 영남권 전체로는 90만 명, 호남권에서도 51만 명이 같은 기간 수도권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특히, 이동 인구의 대부분은 일자리를 찾아 떠난 청년층이어서, 이들이 빠져나간 지방은 생산력 약화에 활력마저 잃고 저출산·고령화 등 이중, 삼중의 손실을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인구뿐만이 아니다. 효율성에 치중한 국가발전 전략은 국가 주요 기관과 대학, 연구소 등 핵심자산을 수도권으로 집중시켰다. 국내 1000대 기업의 본사 74%, 제조업체의 50% 등 산업기반도 수도권으로 쏠리게 했다. 2014년 이후 수도권 광역철도에 3조원 이상 투자될 동안 비수도권에는 2000억원만 투자됐다는 주장이 있다. 수도권은 철도뿐만 아니라 도로, 공항, 문화, 교육 인프라 등 전방위적으로 집중적인 지원을 받았다. 특히 첨단기업의 생산시설까지 집중시키는 등 수도권 전체를 거대한 블랙홀로 만들어 버렸다.

이렇듯 수도권은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비수도권의 희생 속에서 오늘날의 풍요를 누리게 됐다. 필자는 국회의원 시절 개헌특위를 주도하면서, 현재와 같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국세의 지방세 이양을 통한 재정분권을 아무리 해봐도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세와 지방세를 통합하고 인구·면적 등을 기준으로 한 포괄분권을 주장한 바 있다. 또 현재는 한 지역을 책임지는 도지사로서 지역의 규모를 키우고 청년이 다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대구시장과 의기투합해 ‘대구경북행정통합’이라는 새 길을 개척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지역을 넘어 전국이 동일하다. 아니, 피해는 지방이 더 크다. 지난해 초 대구·경북에서 대규모 확진환자가 발생했을 때 수도권은 영업제한을 하지 않고 일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수도권이 발생의 중심이지만 모든 지방에 동일한 영업제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고, 심지어 확진환자 발생이 몇 주째 없는 군 단위 읍·면까지도 함께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자치단체의 살림살이 차이 때문에 누구는 재난기본소득을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한다면 이는 공정하지 못할 뿐 아니라 비수도권이 감내해야 할 허탈감이 커지고 국민 통합에도 저해된다. 재난을 당한 국민을 돕고, 일으켜 세우는 것은 국가 존재이유이며 기본 책무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국가가 나서서 책임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일부 지자체가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면, 각 자치단체의 재정 형편을 감안해, 국가 차원에서 비수도권 주민들에게도 동일하게 지원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같은 대한민국 하늘을 이고 사는 국민들이 다른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하는 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