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을 잘못 인식하면 기존에 공시한 매출을 취소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매출인식에 중요한 조건이 되는 사항들을 소개한다.

바이오 기업의 두 가지 매출형태

바이오 기업은 각자의 기술력과 적용분야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되고 있으나 회계의 관점에서는 재고자산을 판매하는 기업과 기술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단순하게 구분해 볼 수 있다. 재고자산을 판매하는 형태는 기존의 제조업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나 기술이전을 사업모델로 하는 경우는 일반회사의 매출형태와는 매우 다르며, 대다수의 바이오 기업들은 이 두 가지 모두가 사업모델인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 상장한 젠큐릭스, 엔젠바이오, 지놈앤컴퍼니, 프리시젼바이오가 이러한 특징들을 다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며, 큐리언트는 기술이전만을 사업모델로 하고 있는 바이오 기업이다.

재고자산을 판매하는 바이오 기업

재고자산 매출의 경우를 먼저 보면, 검수조건부 매출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바이오기업이 생산·판매하는 제품은 대부분 의료 및 생활건강관련 제품이기 때문에 구매자로부터 납품 시 검수확인을 받는 조건으로 매출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병의원이나 건강검진센터 등 의료기관에 납품되는 경우에는 불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사용시점을 검수시점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는 100개를 납품한 후 납품수량 100개에 대해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일반적으로 100개분 전체를 매출로 인식한다. 그러나 실제로 고객이 검수완료된 80개분만 대금을 지급한다고 하면 매출은 검수완료된 80개분만 인식해야 한다. 회계는 세금계산서보다 검수확인서와 대금회수 여부가 매출인식에 더 중요한 조건이 되는 것이다.

기술을 판매하는 바이오 기업

다음으로 기술이전 매출의 경우를 살펴보자. 기술이전 매출은 대부분 선수실시료(Upfront Fee), 실적실시료(Milestone Fee), 경상실시료(Running Royalty)의 구조로 되어 있다. 최근에는 선수실시료는 거의 대부분 반환불가 조건으로 되어 있다. 회계에서 이슈가 되는 부분은 계약시점에 수령한 선수실시료를 일시에 수익으로 인식할 것인지, 계약기간 동안 안분해서 인식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기술 판매 회계처리 사례

사례로 SK바이오팜의 2019년 연차재무제표 공시 내역 중 매출 공시 주석을 살펴보자. SK바이오팜은 혁신신약 개발 기업으로, 대표적인 기술 판매 바이오기업이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SK바이오팜의 사례처럼 선수기술료를 수령하는 시점에 매출로 인식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기술을 판매하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그러길 원할 것이다. 반환불가 조건으로 수령한 선수기술료이기 때문에 당연히 일시에 수익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고 안분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회계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이오 회계 상담] 바이오 기업이 매출을 인식할 때 주의해야 하는 사항들
추가 지원 의무가 없는 기술이전만 매출로 인식해야

SK바이오팜 사례에서 보듯이 한 시점에 이행한 것으로 보아 일시에 매출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반환불가 조건은 큰 의미가 없으며, 중요한 것은 계약시점 이후에 공급자인 회사가 상대방 회사에게 기술지원, 원재료 제공, 공동연구 등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계약상, 그리고 실제로도 없어야 한다. 즉 기술을 구매한 상대방은 회사가 아무것도 지원하지 않아도 구매한 기술을 가지고 스스로 효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기준으로 SK바이오팜의 2019년도 기술이전 매출을 다시 해석해보면, SK바이오팜이 외부의 회사에게 기술이전을 해주는 대가로 약 1230억 원을 받기로 했는데, 기술이전 이후의 시점에 SK바이오팜은 상대회사에게 추가적인 별도의 지원이나 공동연구 등의 이행의무가 없기 때문에 기술이전 시점에 수령한 대가를 일시에 매출로 인식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으로 기술이전 계약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가령 회사가 거액의 대금을 지급하고 기술을 이전받는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추가적인 기술지원, 특허물질의 제공, 공동연구 지원 등의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기술이전료를 매출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계약조건, 실질적인 의무의 존재 여부를 꼼꼼히 잘 따져서 매출로 인식해야 한다. 회사가 일시에 인식한 기술이전 매출액이 외부감사 결과 안분대상 내지는 결과 확정 시까지 이연되는 것으로 수정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이 경우 회사는 기존에 공시한 매출을 취소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저자 소개>

조완석
2003년부터 바이오 기업의 상장전략 수립 및 자문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바이오 기업이 상장하는 데 주의해야 할 회계, 세무 및 기타 이슈 사항에 대해서 사전에 점검하고 해결책을 제공해 효율적으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국내 투자기관들과도 오랜 기간 협업해 지속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