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모임 금지라는데…시댁 신고해 주실 분 찾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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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5인 모임 금지는 남의 나라 얘기인가보다"라며 원망 섞인 글이 쏟아졌다. "저희 시댁 좀 신고해달라"는 웃지 못할 요청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품앗이 신고'. 5인 이상 모임이 예정된 시댁, 처가를 방문해야하는 이들의 답답함이 만들어낸 안타까운 현상이다.
A씨는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언급하니 시댁 근처에 숙소를 잡고 쉬다가 시댁 어르신들이 오면 문 밖에서라도 인사를 하라고 한다. 남편이 강력하게 가지 않겠다고 하자 계속 내게 전화를 해서 설득하려 한다"며 "대체 며칠 째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스트레스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A씨 외에도 온라인 상에서는 이와 비슷한 사연들이 속출했다. 특히 맘카페에서는 "누가 우리 시댁 신고 좀 해달라", "서로의 시댁을 신고해주지 않겠느냐", "친구한테 신고해달라고 해야겠다", "자수한다는 마음으로 자진신고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 "사진이나 영상을 첨부해야되는데 직접 하면 너무 티나지 않겠냐" 등 근심 어린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적인 모임을 자제하라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생겨난 명절스트레스의 유형도 다양했다. 서울에 거주 중인 김모(33)씨는 "작년 추석에도 지방에 있는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해서 이번에는 꼭 갈 생각이었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니 조심스럽다. 다행히 5인 이상은 되지 않지만 타 지역으로 가는 거라 더 신경이 쓰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이모(28)씨는 "원래 가족끼리 모이면 4명인데 오빠가 올해 결혼을 해서 새 언니까지 딱 5명이 모인다더라. 그래서 내가 빠지겠다고 하니 결혼 후 첫 모임인데 안 된다며 난리가 났다. 또 오빠네 부부는 본인들이 빠지겠다고 하더라.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부모님 기분만 안 좋아져버렸다"며 난감해했다.
그는 "평소 친정에 갈 때마다 '우리 아들 힘들어서 어째'라고 말하며 눈치를 주는 것도 불편했다"면서 "주말마다 교회 가는 시어머니가 대뜸 코로나19가 걱정된다며 친정에 가지 말라고 하니 당혹스러울 뿐이다"고 했다.
정부는 설 연휴가 끝나는 14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를 유지한다. 이에 따라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 또한 계속 유지된다. 그러나 가족 단위로 모이는 것을 일일이 단속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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