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름이 3000개나 된다고?"…산업부가 놀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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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SAM SUNG' 등 표기
경쟁자에 회사 정보 숨기려는 전략
소부장 현황 파악하는 정부는 곤혹
경쟁자에 회사 정보 숨기려는 전략
소부장 현황 파악하는 정부는 곤혹

'SAMSUNG' 'SAM SUNG' 등 띄어쓰기를 다르게 한 것부터 'Samsung', 'SamSung' 등 영문 대문자와 소문자를 다른 방식으로 섞은 것까지 다양했다. 한 관계자는 "분명히 삼성전자가 수입한 것으로 보이는데 회사 이름을 다르게 쓴 경우까지 모두 합하면 삼성전자를 표기하는 방식은 3000여개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에서 중국과 베트남 등의 해외 법인으로 나가는 반도체 관련 기자재도 같은 이유로 다양한 방식으로 표기되고 있다. 특정 기간의 BL 내역은 누구든 구입할 수 있어 해외 경쟁자들에게 뜻하지 않은 힌트를 줄 수 있다.
산업부가 BL까지 분석하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일본 무역제재에 맞선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 글로벌 공급망(GVC·global value chain) 관련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전까지 정부는 산업 및 통상 전략을 수립하며 무역거래 품목분류코드(HS)를 활용해왔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HS코드를 활용하면 개별 상품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발전으로 제품 분류가 세분화되면서 한계가 커졌다. 휘어지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로 일본과의 무역 분쟁 당시 주요 수출 규제 품목 중 하나인 폴리이미드가 단적인 예다.
비슷한 문제는 에칭가스를 둘러싸고도 있었다. 한국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이 일본에 수출한 에칭가스는 39.65톤이지만 일본측 자료에서는 0.12톤에 그쳤다. HS코드의 10개 숫자 중 앞부분 6개는 국제 공통이지만 나머지 4개는 나라마다 다르게 부여하면서 빚어진 혼선이다.
이같은 어려움 때문에 산업부는 주요 장비 및 소재의 수출입물량을 파악할 때마다 기업들에 일일이 연락해 수치를 취합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해당 수치 자체가 영업비밀에 해당되다보니 정부는 현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