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해 11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태흥빌딩 '희망 22' 사무실에서 '결국 경제다'를 주제로 열린 주택문제, 사다리를 복원하다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해 11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태흥빌딩 '희망 22' 사무실에서 '결국 경제다'를 주제로 열린 주택문제, 사다리를 복원하다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중심으로 기본소득 논의가 불붙은 가운데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사진)은 "보편적 기본소득 논쟁을 할 정도로 현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IMF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제목의 글을 올리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IMF 위기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 일자리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이럴 때 국가는,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세금으로 만든 단기 알바 일자리라도 만든 덕분에 그나마 이 정도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노동개혁·규제개혁 단행 △부실기업 연착륙 계획 마련 △K-양극화 대응 위한 K-복지 플랜 마련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어 "지금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니 보편적 기본소득이니, 이런 한가하고 사치스러운 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나랏돈을 어디에 먼저 써야 할지도 모르는 정치인은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다음은 유승민 전 의원 페이스북 전문.

< IMF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

예상한 대로 올해 1월 고용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코로나 경제위기가 얼마나 심각하지는 몇 가지 고용지표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취업자 수는 98만명이나 줄었다.
IMF 위기 발생 1년 후인 1998년 12월의 128만명 감소 이후 23년 만의 최대폭 감소다.

1월의 실업자는 157만명, 실업률은 5.7%로서, 1999년 통계작성 이후 최악이다.
비경제활동인구가 87만명 증가하고 구직단념자가 78만명 증가한 것도, 일자리 상황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IMF 위기 때는 대량실업에도 불구하고 요즘같이 세금으로 고령층을 고용하는 단시간 일자리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단시간 세금 일자리가 취업자 수에 포함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고용상황은 IMF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주 36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가 159만명이나 감소한 것이 그것을 말해준다.

IMF위기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 일자리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이럴 때 국가는,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세금으로 만든 단기 알바 일자리라도 만든 덕분에 그나마 이 정도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세금 일자리는 근본 해법이 아니라는 게 입증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안한다.

첫째, 이 정부 들어서 한번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을 시작하라.
민간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고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flexicurity)를 높이는 노동개혁을 단행하라.
그래야 민간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할 거다.

둘째, 부실기업의 연착륙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한다.
3년 이상 이자보상비율이 1.0 이하인 부실기업들의 주가가 치솟는 지금의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이 거품이 꺼지기 전에 정부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경(硬)착륙이 아니라 연(軟)착륙이 되도록 즉시 대비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부실기업에서 쏟아져 나올 대량실업을 막을 수 있다.

셋째, 내가 계속 강조하지만 K-양극화에 대응하는 K-복지를 짜야 한다.
특히 급증한 비경제활동인구와 실업자 중 버티기 어려운 분들을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고용보험의 적자가 심각하다.

이런 상황인데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니 보편적 기본소득(UBI)이니, 이런 한가하고 사치스러운 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

나랏돈을 어디에 먼저 써야 할지도 모르는 정치인은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