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끝나지 않은 황희 문체부 장관 자질 검증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

권력을 좇는 정치검사가 주인공인 영화 ‘더 킹’에 나오는 대사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치·사회적 이슈를 유명 연예인 스캔들과 같은 대중적 이슈로 덮는 ‘물타기’를 빗댄 표현이다. 지난 9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순간, 영화 대사와 함께 “갖은 의혹이 진짜 중요한 이슈를 덮었다”는 생각이 든 건 지나친 억측일까.

이날 청문회는 개회 14시간 만인 밤 12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월 60만원 생활비, 42개의 은행 계좌, 국회 본회의 중 병가를 내고 떠난 스페인 가족여행 등 청문회 전부터 제기된 의혹 외에 자녀 편법 유학, 재산 내역 등 도덕성 관련 질의가 쏟아졌다. 특히 2017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던 황 장관이 지도교수의 용역보고서 내용을 베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는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표절을 넘어 특권을 이용한 ‘논문 게이트’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갖은 의혹에 집중하느라 문체부 장관으로서 자질과 역량을 검증하는 정책 관련 질의는 부족했다. 가물에 콩 나듯 나온 정책 질의조차 “장관이 되면 챙겨보라”는 식의 당부성 조언이 대부분이었다. 각종 의혹을 적극 해명하던 황 장관도 마찬가지였다. 문체부 분야별 예산 비중, 예산 집행률 등 현안 관련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는 옹색한 답변만 내놨다.

황 장관의 전문성 부족은 장관 후보로 지명될 때부터 제기된 문제다. 20대 후반에 정당활동을 시작해 청와대를 거쳐 2선 의원이 된 그의 행적에서 문체부 장관으로서 필요한 경험과 자질은 찾아볼 수 없어서다. 그나마 소통 능력과 관련이 있다는 당 홍보위원장 활동은 단 8개월에 불과하다. 문화와 예술, 스포츠, 관광 등 문체부 관련 분야의 자질과 역량에 대한 검증이 무엇보다 필요했던 이유다.

황 장관은 전문성이 부족한 자신이 후보로 지명된 데 대해 “오랫동안 기획 분야에서 활동한 이력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 그린뉴딜정책 개발에 참여한 경험을 살려 문화와 예술, 스포츠, 관광 분야에서 혁신 성장을 이루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예상했던 것처럼 10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야당의 ‘부적격’ 의견에도 불구하고 황 장관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어 오후엔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 임명안을 재가했다. 현 정부 들어 야당 동의를 받지 못한 채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황 장관이 29번째다.

단 하루 인사청문회로 장관의 자질과 역량을 온전히 검증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도덕성 논란도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아직 검증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각 분야의 송곳 검증이 시작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