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메리츠화재 상무/사진=메리츠화재
이동욱 메리츠화재 상무/사진=메리츠화재
이동욱 메리츠화재 상무는 보험업계 TM(텔레마케팅)에서 ‘웹인바운드’를 유행시킨 주인공이다.

전통적으로 TM을 하는 보험사들은 콜센터에 집중해왔다. 콜센터 인프라와 상담사의 고객 응대 능력을 개선하는데 관심을 쏟았다.

이 상무는 인터넷에서 보험을 찾는 고객을 챗봇, 채팅, 보장분석, 상담톡과 같은 다양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툴로 지원한 뒤 전문 상담사가 추가로 설명해서 계약을 이끌어내는 웹인바운드를 새로운 마케팅·영업 방식으로 만들어냈다.

웹인바운드는 온라인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는 고객이 많다는 점과 보험상품의 특성상 전문 상담사의 설명을 들어야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방식이다.

이 상무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화재, 현대카드, 현대라이프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5년 메리츠화재에 합류해 인터넷 자동차보험 사업 준비에 참여했다. 2019년 다이렉트사업부문 상무로 승진했고 현재 다이렉트영업마케팅본부장을 맡고 있다.

Q: 웹인바운드를 어떻게 만들었나

A: 삼성화재에서 인터넷 자동차보험을 런칭하는 일에 참여했을 때부터 ‘인터넷’ 업무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엔 TM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자동차보험 만기가 가까워지면 보험사들에서 걸려오는 전화가 고객을 귀찮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고객 입장에선 필요하면 스스로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전화가 걸려오는 게 싫기 때문이다.

TM업무를 맡게 되면서 고객을 귀찮게 하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특히 자동차보험은 상품이 표준화돼 있어 비교하기 쉽지만 장기보험은 인터넷 검색만으론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다. 장기보험은 TM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웹인바운드를 기획했다. 인터넷에서 보험을 찾는 고객은 도움을 원하는 사람이므로 챗봇을 통해 말을 걸어 정확한 니즈를 파악하고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한 뒤 전문 상담사가 채팅이나 전화로 상세한 조언을 해주는 방식을 만들었다.

Q: 인터넷 가입 다이렉트보험 비중이 높지 않나

A: 자동차보험은 38%가 다이렉트보험이다. 다이렉트보험 중 인터넷은 48%이고 전화가 52%에 달한다. 자동차보험은 상품이 표준화돼 있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의 고객은 보험을 낯설고 어려워한다는 방증이다.

건강보험은 회사마다 출시하는 상품 구조가 달라서 비교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전문 상담사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 실제로 건강보험의 경우 다이렉트보험 중 전화가 87%를 차지한다.

Q: 그래서 전화 권유 대신 챗봇을 만들었나

A: 그렇다. 과거 아웃바운드 전화 마케팅은 고객을 귀찮게 한다. 전화가 필요한 건 권유 단계가 아니라 설명을 듣고 싶어하는 고객들에게 상세한 설명을 할 때이다.

그래서 권유 단계를 전화가 아닌 챗봇이 맡게 했다. 고객이 원하는 질문을 원하는 방식으로 쏟아내면 챗봇이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고객이 자주하는 질문에 대답하는 정형화된 챗봇이어선 안된다고 판단했다. 고객의 머뭇거림을 먼저 포착해서 말을 걸어 우리 상품의 매력을 알리고 가입의사를 높일 수 있는 세일즈 봇을 만들고 싶었다.

계약성사규모 상위 20%의 우수 상담사들이 고객과 상담한 전화통화 1만3000건을 분석해서 대화모형과 시나리오 1000개를 만들어 챗봇에 탑재했다. 챗봇엔 모바일과 다이렉트의 약자를 딴 ‘몬디’(Mondi)란 이름을 붙였다.

몬디의 활약으로 웹인바운드는 놀라운 성과를 올리고 있다. 몬디와의 1차 대화(채팅) 후 상담사와 2차 대화, 거기에 전문 상담사의 전화 상담을 거친 고객들은 보험가입률이 50%에 달한다. 이는 보험가입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검색광고 보다 훨씬 좋은 성과이다. 대화의 양과 깊이가 더해질수록 소비자의 만족도와 확신이 커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Q: 퍼포먼스 마케팅은 성과 관리가 중요한데

A: 디지털이 매력적인 이유는 성과를 즉시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 어떤 업무를 했을 때 “잘 했어” 또는 “별로인데”라는 식의 정성적으로 툭툭 던지는 말로 평가받는 게 싫었다.

디지털은 정성적 평가에 휘둘릴 일이 없다. 메리츠화재에 합류한 뒤 ‘퍼포먼스 랩’이란 성과 측정 시스템을 만들었고 계속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퍼포먼스 랩을 통해 현장에서의 성과 지표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퍼포먼스 랩의 로그인 화면에 ‘No Measurement, No Improvement(측정하지 않으면 개선시킬 수 없다)’라는 글을 써놓았다.
보험업계 TM시장에 ‘웹인바운드’ 마케팅·영업 방식 제시

Q: 웹인바운드를 경쟁사들도 시도할텐데

A: 시장과 고객은 이미 웹인바운드쪽으로 움직여 왔다. 그러나 많은 회사들이 디지털플랫폼과 역량 면에서 아직 부족하다. 앞서서 준비하고 시작한 만큼 2년 정도는 시간을 벌었다고 판단한다.

물론 예전보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긴 하다. 그래서 우리는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오지 못하도록 ‘해자’(성 주위에 둘러 판 못)를 파고 있다. 챗봇도 해자 중 하나다.

웹인바운드는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공부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유지할 수 있게 해자를 더 깊게 파려고 한다.

Q: 경쟁사 외에 다른 어려움은 없나

A: 전통적으로 아웃바운드는 손해율이 좋다(낮다). 그런데 인바운드는 고객 관여도가 높고 보험쇼핑 잘하는 고객도 있어서 손해율이 나쁘다(높다).

웹인바운드도 인바운드라서 계약의 양을 늘리면 질이 나빠지고 질을 개선하면 양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 계약의 양과 질이 상충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고객으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면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고객에게 정보를 요구하면 반발이 심해진다. 고객이 자연스럽게 정보를 말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Q: 다이렉트마케팅팀의 강점은

A: 비보험사 출신이 90%가 넘는다. 이게 강점이다. 마케팅, 광고, CRM, IT개발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업무 특성상 결국엔 디지털로 구현해야 해서 IT엔지니어 출신 마케터 2명도 함께 일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하지 않는다. 대신에 “이거 해보고 싶어요”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한다. 상사가 지시를 하게 되면 그 때부터 지시를 받은 사람은 그 일의 리더가 아니라 지시를 수행하는 사람이 된다. 그렇게 수동적으로 하다 보면 생각이 많이 뻗어나가지 못하고 상사에게 숙제검사만 받게 된다.

매월 ‘변화 시리즈’ 회의를 연다. 각자가 한 달동안 준비한 “해보고 싶어요”를 발표하는 회의다. 동료들이 발표를 듣고 먼저 평가하고, 나중에 그것이 실제로 현장에 적용돼 만들어낸 결과를 평가에 합산한다. 우리 팀 업무의 절반 이상이 ‘변화 시리즈’를 통해서 나왔다.

■ Interviewer 한 마디

“사람의 마음을 사는 사람이 마케터잖아요. 저는 고객과 회사 후배, 상담사들의 마음을 사려고 노력하는 마케터입니다.”

이동욱 상무는 “그동안 좋은 선배들을 만나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게 행운이었다”며 “선배들로부터 질리도록 많이 들었던 말이 ‘고객’이었다”고 했다.

“그동안 일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것만 찾아드려도 절반 이상 성공한다는 사실을 경험했습니다. 고객, 후배, 상담사 모두 제 고객입니다. 고객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관찰’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숫자와 디지털로 움직이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마케터도 가장 집중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