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맛 우유, ‘공감’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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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하루 평균 80만 개 팔려
음성사서함 소환, ‘요술단지’이벤트 공감 마케팅 결정판
고객 공감 친환경 캠페인, 소수 취향 공감 이색 우유
음성사서함 소환, ‘요술단지’이벤트 공감 마케팅 결정판
고객 공감 친환경 캠페인, 소수 취향 공감 이색 우유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1974년 출시됐다. 동네마다 대중 목욕탕이 있던 시절 목욕탕에서 바나나맛 우유를 먹었던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오랜 기간 사랑받은 장수제품이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바나나우유 시장에서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하루 평균 80만 개씩 판매된다. 2019년 매출 2200억원을 기록했다. 빙그레 전체 매출의 24%에 달한다.
혁신적인 마케팅이 이런 성과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황 1 나이키가 ‘브랜드 액티비즘’ 촉발시켜
예전엔 브랜드가 사회적 이슈에 대해 말하는 게 사실상 금기시됐다.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슈에 잘못 휘말려 브랜드 이미지가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2018년 나이키가 과감한 선택을 하면서 브랜드가 이슈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브랜드 액티비즘’이 화두로 떠올랐다. 나이키는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청년을 추모한 NFL 선수 콜린 캐퍼닉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처음엔 나이키 제품을 불태우는 영상이 퍼지는 등 미국 전역에서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키에 호응하는 소비자가 더 많아졌다.
빙그레 마케팅의 DAIRY제품팀은 어떤 이슈에 대해 말할 수 있을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당시는 쓰레기 대란이 사회적 이슈였다. 환경 이슈를 선택했다.
친환경 캠페인 ‘지구를 지켜 바나나’를 기획했다. 친환경을 어떻게 얘기하느냐가 문제였다. MZ세대를 대상으로 친환경 메시지를 쉽게 전달할 방법을 모색했다. ‘용기를 씻어서 분리배출하자’는 메시지를 만들었다.
소비자들이 이 메시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팝업 스토어 ‘단지 세탁소’를 열었다. ‘단지’는 우리나라 전통의 달 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바나나맛 우유 용기의 별칭이다.
단지 세탁소는 재활용할 수 있는 용기가 내용물에 오염돼 재활용되지 못한다는 데서 실마리를 얻었다. 가수 아이유가 모델로 등장해 바나나맛 우유 용기를 씻는 동영상이 화제가 됐다.
상황 2 언택트 시대 소비자는 ‘연결’을 원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모든 사람이 힘들었다. 빙그레 마케팅의 DAIRY제품팀은 언택트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이 ‘연결’을 원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요술단지’ 이벤트를 준비했다. 바나나맛 우유 패키지에 음성사서함 번호(1670-2182)를 새겨 넣어 소비자들이 전화를 걸도록 했다. ‘2182’는 코로나로 힘든 2020년이 빨리 가고 ‘21’년이 ‘82’(빨리)오라는 의미다.
전화를 건 소비자가 약 1분 동안 새해 소원을 말하는 방식이다. 아날로그 감성의 요술단지 이벤트는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 음성사서함을 열자 10만여명이 요술단지에 소원을 빌었다.
코로나로 힘든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려고 시작했는데 진정성 담긴 소원이 쏟아졌다. 자신의 아픈 사연을 말하며 통곡하는 사람부터 대학 수시합격을 기원한 수험생이 실제로 합격한 뒤 다시 전화를 걸어 소원 성취 감사 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DAIRY제품팀은 음성사서함에 모인 사연을 모아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공개했다. “음원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많아졌다.
이에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200만을 넘기면 음원을 무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조회수 300만에 달하면 바나나맛 우유 요술단지 에디션을 출시하겠다고 공언한 뒤 이달초 실제로 출시했다.
상황 3 취향존중, 취저(취향저격)가 중요한 시대
‘단지가 궁금해’ 시리즈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고 소수의 취향도 존중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이수진 빙그레 마케팅 DAIRY제품팀장은 “바나나맛 우유가 대중적인 제품인 만큼 소수의 취향도 존중하고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단지가 궁금해 시리즈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색다른 우유를 출시하기로 했다. 1년 넘는 준비과정을 통해 100여 가지 과일과 우유를 조합해 테스트를 반복했다. 2018년 첫 번째 제품인 오디맛우유를 출시했고 이어서 겨울 한정판으로 귤맛우유를 선보였다.
두 제품 모두 SNS에서 구매 인증 게시물이 쏟아지는 등 소비자 반응이 뜨거웠다. 오디맛우유는 출시 8개월만에 누적 판매 900만개를 기록했다. 빙그레는 바닐라맛우유, 호박고구마맛우유, 캔디바맛우유, 애플시나몬맛우유 등을 잇따라 출시했다.
특히 ‘요술단지’ 이벤트는 공감 마케팅의 결정판이라 부를 만하다. 지금은 옛 추억이 된 음성사서함을 소환해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주겠다는 취지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얘기를 듣기만 하고 끝났다면 많이 아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빙그레는 ①전화를 걸어 음성을 남기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고, ②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당신의 소원을 들어줄 노래가 완성됐다”며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 링크를 공유하고, ③뮤직비디오 댓글에 달린 음원 공개 요청에 화답하는 등 고객과의 공감 노력을 지속했다.
브랜드 액티비즘이 화두로 떠오르자 ‘친환경’이라는 많은 고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슈를 선정해 캠페인을 벌인 것과, 소수의 취향에 공감하기 위해 색다른 우유를 내놓은 것도 공감 마케팅이 뒷받침했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소비자들은 자동차, 아파트, 핸드백과 같은 고관여 제품을 구매할 때 보통 열심히 정보를 탐색하고, 다양한 대안들을 꼼꼼히 비교한 후 최종 제품을 선택한다.
하지만 음료수, 껌, 아이스크림과 같은 저관여 제품은 무엇을 선택하든 나에게 특별히 중요하지 않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구매 과정에 특별한 인지적 노력을 하지 않고, 단지 광고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특정 제품을 선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저관여 제품 마케팅은 고객으로부터 긍정적인 ‘정서적 반응(emotional response)’을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역시 공감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재미, 감동 등 긍정적인 감정을 유도하였다.
소비자들은 요술단지 이벤트를 통해 새해 소원 음성 사서함에 참여하고, 이벤트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뮤직 비디오, 무료 음원, 요술단지 특별 에디션 제품 출시까지 지켜보게 된다.
이 일련의 과정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바나나맛 우유 프로모션에 더욱 공감하게 되고, 이 긍정적 감정이 결국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감정 전이(affect transfer)’ 된다.
오디맛, 호박고구마맛, 캔디바맛, 애플시나몬맛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맛을 출시하는 것 역시 저관여 제품 마케팅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양성 추구(variety-seeking behavior)는 저관여 제품 소비자들이 자주 보이는 구매 행동이다.
한 브랜드 내에서 다양한 맛을 출시하면 ‘경쟁사가 아닌’ 자사의 브랜드 내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다양한 맛 출시라는 제품 확장(line extension)으로 인해 자칫 원래 잘 팔리던 제품(ex. 바나나맛 우유)에 대한 선택이 줄어드는 자기잠식(cannibalization)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나친 제품 확장이 바나나맛 우유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브랜드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지 않도록 조심하며 진행해야 한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기업과 마케터는 소비자를 ‘설득’하고 싶어한다.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의 장점을 알려 구매로 이어지길 원해서다.
그래서 심리학 등에서 설득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심리학의 한 연구는 설득과 ‘공감’을 구분해야 하며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높이려면 설득 보다 공감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설득과 공감은 모두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 한다는 게 공통점이지만 차이가 있다. 설득은 우리가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거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소통함으로써 새로운 마음을 얻는 것이고, 공감은 이미 마음에 담아두고 있거나 생각하고 있는 것을 다시금 소통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빙그레의 ‘요술단지’ 이벤트는 이 설명의 ‘공감’에 딱 들어맞는다. 누군가에게 소원을 빌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소통으로 얻어 낸 것이니 말이다.
광고에 대한 소비자 공감의 개념을 규명한 또 다른 연구는 소비자 공감이 공감적 이해, 동일시, 대리적 감정반응 등 세 가지 하위 요인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한다.
공감적 이해는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의 행위와 동기, 감정 등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동일시는 소비자가 광고 인물과 자신을 비교해 보고 광고 인물의 욕구, 동기, 감정, 가치 등이 자신의 그것들과 비슷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대리적 감정반응은 광고 인물의 입장에서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문제를 함께 겪은 뒤 문제 해결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빙그레의 ‘단지 세탁소’에서 가수 아이유가 바나나맛 우유 용기를 씻는 동영상이나, ‘요술단지’ 이벤트 뮤직비디오를 본 소비자는 공감적 이해, 동일시, 대리적 감정반응 등을 경험하게 된다. 즉 동영상(광고)에 공감을 했다는 의미이다.
이상의 논의로만 보자면 공감 마케팅은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게 최종 목표가 아니라면 여전히 남는 문제가 있다.
소비자학에서는 “소비자는 감정적인 인간이면서도 이성적 행동을 학습할 수 있는 인간이다. 실제로 문제에 직면할 때에는 신중해지고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소비자의 공감을 얻었더라도 구매 의사결정엔 이성적 판단의 문제가 남는다는 의미다. ‘같은 품질의 제품이라면 가격이 저렴한 것’ 혹은 ‘같은 가격이라면 가장 좋은 품질의 것’을 선택하고자 하는 것이 이성적인 소비자의 판단이다.
가심비도 중요하지만 기본은 가성비임을 기억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공감을 위한 마케터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요즈음인 것 같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바나나우유 시장에서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하루 평균 80만 개씩 판매된다. 2019년 매출 2200억원을 기록했다. 빙그레 전체 매출의 24%에 달한다.
혁신적인 마케팅이 이런 성과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황 1 나이키가 ‘브랜드 액티비즘’ 촉발시켜
도전 1 “친환경 메시지를 쉽게 전달하자”
예전엔 브랜드가 사회적 이슈에 대해 말하는 게 사실상 금기시됐다.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슈에 잘못 휘말려 브랜드 이미지가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2018년 나이키가 과감한 선택을 하면서 브랜드가 이슈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브랜드 액티비즘’이 화두로 떠올랐다. 나이키는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청년을 추모한 NFL 선수 콜린 캐퍼닉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처음엔 나이키 제품을 불태우는 영상이 퍼지는 등 미국 전역에서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키에 호응하는 소비자가 더 많아졌다.
빙그레 마케팅의 DAIRY제품팀은 어떤 이슈에 대해 말할 수 있을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당시는 쓰레기 대란이 사회적 이슈였다. 환경 이슈를 선택했다.
친환경 캠페인 ‘지구를 지켜 바나나’를 기획했다. 친환경을 어떻게 얘기하느냐가 문제였다. MZ세대를 대상으로 친환경 메시지를 쉽게 전달할 방법을 모색했다. ‘용기를 씻어서 분리배출하자’는 메시지를 만들었다.
소비자들이 이 메시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팝업 스토어 ‘단지 세탁소’를 열었다. ‘단지’는 우리나라 전통의 달 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바나나맛 우유 용기의 별칭이다.
단지 세탁소는 재활용할 수 있는 용기가 내용물에 오염돼 재활용되지 못한다는 데서 실마리를 얻었다. 가수 아이유가 모델로 등장해 바나나맛 우유 용기를 씻는 동영상이 화제가 됐다.
상황 2 언택트 시대 소비자는 ‘연결’을 원한다
도전 2 아날로그 감성으로 “소원을 말해봐”
지난해 코로나19로 모든 사람이 힘들었다. 빙그레 마케팅의 DAIRY제품팀은 언택트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이 ‘연결’을 원한다는 점에 주목했다.‘요술단지’ 이벤트를 준비했다. 바나나맛 우유 패키지에 음성사서함 번호(1670-2182)를 새겨 넣어 소비자들이 전화를 걸도록 했다. ‘2182’는 코로나로 힘든 2020년이 빨리 가고 ‘21’년이 ‘82’(빨리)오라는 의미다.
전화를 건 소비자가 약 1분 동안 새해 소원을 말하는 방식이다. 아날로그 감성의 요술단지 이벤트는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 음성사서함을 열자 10만여명이 요술단지에 소원을 빌었다.
코로나로 힘든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려고 시작했는데 진정성 담긴 소원이 쏟아졌다. 자신의 아픈 사연을 말하며 통곡하는 사람부터 대학 수시합격을 기원한 수험생이 실제로 합격한 뒤 다시 전화를 걸어 소원 성취 감사 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DAIRY제품팀은 음성사서함에 모인 사연을 모아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공개했다. “음원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많아졌다.
이에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200만을 넘기면 음원을 무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조회수 300만에 달하면 바나나맛 우유 요술단지 에디션을 출시하겠다고 공언한 뒤 이달초 실제로 출시했다.
상황 3 취향존중, 취저(취향저격)가 중요한 시대
도전 3 세상에 없던 우유로 소수 취향도 충족
‘단지가 궁금해’ 시리즈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고 소수의 취향도 존중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이수진 빙그레 마케팅 DAIRY제품팀장은 “바나나맛 우유가 대중적인 제품인 만큼 소수의 취향도 존중하고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단지가 궁금해 시리즈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색다른 우유를 출시하기로 했다. 1년 넘는 준비과정을 통해 100여 가지 과일과 우유를 조합해 테스트를 반복했다. 2018년 첫 번째 제품인 오디맛우유를 출시했고 이어서 겨울 한정판으로 귤맛우유를 선보였다.
두 제품 모두 SNS에서 구매 인증 게시물이 쏟아지는 등 소비자 반응이 뜨거웠다. 오디맛우유는 출시 8개월만에 누적 판매 900만개를 기록했다. 빙그레는 바닐라맛우유, 호박고구마맛우유, 캔디바맛우유, 애플시나몬맛우유 등을 잇따라 출시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 마케팅은 ‘공감 마케팅’으로 요약된다. 고객과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적절한 마케팅을 실행에 옮겨 성과를 만들어냈다.특히 ‘요술단지’ 이벤트는 공감 마케팅의 결정판이라 부를 만하다. 지금은 옛 추억이 된 음성사서함을 소환해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주겠다는 취지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얘기를 듣기만 하고 끝났다면 많이 아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빙그레는 ①전화를 걸어 음성을 남기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고, ②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당신의 소원을 들어줄 노래가 완성됐다”며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 링크를 공유하고, ③뮤직비디오 댓글에 달린 음원 공개 요청에 화답하는 등 고객과의 공감 노력을 지속했다.
브랜드 액티비즘이 화두로 떠오르자 ‘친환경’이라는 많은 고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슈를 선정해 캠페인을 벌인 것과, 소수의 취향에 공감하기 위해 색다른 우유를 내놓은 것도 공감 마케팅이 뒷받침했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소비자들은 자동차, 아파트, 핸드백과 같은 고관여 제품을 구매할 때 보통 열심히 정보를 탐색하고, 다양한 대안들을 꼼꼼히 비교한 후 최종 제품을 선택한다.
하지만 음료수, 껌, 아이스크림과 같은 저관여 제품은 무엇을 선택하든 나에게 특별히 중요하지 않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구매 과정에 특별한 인지적 노력을 하지 않고, 단지 광고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특정 제품을 선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저관여 제품 마케팅은 고객으로부터 긍정적인 ‘정서적 반응(emotional response)’을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역시 공감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재미, 감동 등 긍정적인 감정을 유도하였다.
소비자들은 요술단지 이벤트를 통해 새해 소원 음성 사서함에 참여하고, 이벤트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뮤직 비디오, 무료 음원, 요술단지 특별 에디션 제품 출시까지 지켜보게 된다.
이 일련의 과정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바나나맛 우유 프로모션에 더욱 공감하게 되고, 이 긍정적 감정이 결국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감정 전이(affect transfer)’ 된다.
오디맛, 호박고구마맛, 캔디바맛, 애플시나몬맛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맛을 출시하는 것 역시 저관여 제품 마케팅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양성 추구(variety-seeking behavior)는 저관여 제품 소비자들이 자주 보이는 구매 행동이다.
한 브랜드 내에서 다양한 맛을 출시하면 ‘경쟁사가 아닌’ 자사의 브랜드 내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다양한 맛 출시라는 제품 확장(line extension)으로 인해 자칫 원래 잘 팔리던 제품(ex. 바나나맛 우유)에 대한 선택이 줄어드는 자기잠식(cannibalization)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나친 제품 확장이 바나나맛 우유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브랜드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지 않도록 조심하며 진행해야 한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기업과 마케터는 소비자를 ‘설득’하고 싶어한다.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의 장점을 알려 구매로 이어지길 원해서다.
그래서 심리학 등에서 설득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심리학의 한 연구는 설득과 ‘공감’을 구분해야 하며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높이려면 설득 보다 공감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설득과 공감은 모두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 한다는 게 공통점이지만 차이가 있다. 설득은 우리가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거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소통함으로써 새로운 마음을 얻는 것이고, 공감은 이미 마음에 담아두고 있거나 생각하고 있는 것을 다시금 소통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빙그레의 ‘요술단지’ 이벤트는 이 설명의 ‘공감’에 딱 들어맞는다. 누군가에게 소원을 빌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소통으로 얻어 낸 것이니 말이다.
광고에 대한 소비자 공감의 개념을 규명한 또 다른 연구는 소비자 공감이 공감적 이해, 동일시, 대리적 감정반응 등 세 가지 하위 요인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한다.
공감적 이해는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의 행위와 동기, 감정 등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동일시는 소비자가 광고 인물과 자신을 비교해 보고 광고 인물의 욕구, 동기, 감정, 가치 등이 자신의 그것들과 비슷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대리적 감정반응은 광고 인물의 입장에서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문제를 함께 겪은 뒤 문제 해결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빙그레의 ‘단지 세탁소’에서 가수 아이유가 바나나맛 우유 용기를 씻는 동영상이나, ‘요술단지’ 이벤트 뮤직비디오를 본 소비자는 공감적 이해, 동일시, 대리적 감정반응 등을 경험하게 된다. 즉 동영상(광고)에 공감을 했다는 의미이다.
이상의 논의로만 보자면 공감 마케팅은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게 최종 목표가 아니라면 여전히 남는 문제가 있다.
소비자학에서는 “소비자는 감정적인 인간이면서도 이성적 행동을 학습할 수 있는 인간이다. 실제로 문제에 직면할 때에는 신중해지고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소비자의 공감을 얻었더라도 구매 의사결정엔 이성적 판단의 문제가 남는다는 의미다. ‘같은 품질의 제품이라면 가격이 저렴한 것’ 혹은 ‘같은 가격이라면 가장 좋은 품질의 것’을 선택하고자 하는 것이 이성적인 소비자의 판단이다.
가심비도 중요하지만 기본은 가성비임을 기억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공감을 위한 마케터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요즈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