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 탓에 올해 설에는 시간차 방문, 랜선 세배 등 다양한 명절 나기 방법들이 등장했다.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으로 대규모 가족 모임은 자취를 감췄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승연(24)씨는 매년 명절에 16명이 넘는 대가족이 할머니 댁에 모여 안부를 묻고 식사를 함께 해왔다.
하지만 이번 설 연휴에는 한꺼번에 모이는 대신 서로 순서를 정해 할머니 댁을 방문하기로 했다.
김씨는 13일 "설 당일과 이튿날 오전, 오후 조로 나눠서 가족들이 할머니를 찾아뵀다"며 "혼자 계신 할머니가 느끼실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중간에 비는 시간 없이 교대해 찾아뵐 수 있도록 계획을 짰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3)씨도 직계가족 4명과 함께 명절을 맞아 할아버지를 모신 추모공원을 찾았다.
평소라면 할머니를 포함해 8명 이상이 함께 방문했겠지만, 올해는 30분 간격으로 친척들과 성묘 시간을 맞춰 묘소를 찾았다.
김씨는 "코로나 때문인지 성묘객이 평소보다 많지 않았다"며 "친척들과 만나지 못해도 조용한 분위기에서 할아버지를 찾아뵐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미혼인 젊은이들은 고향에 가지 않게 되면서 평소처럼 시험 준비를 하거나 홀로 명절을 보냈다.
신촌 인근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모(29)씨는 이달 말 예정된 회계사 1차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명절에도 학교 인근 자취방과 도서관을 오가며 공부에 몰두했다.
김씨는 "시험 준비생에게는 연휴라는 게 의미가 없다"며 "부모님을 뵙고 싶지만 지금 부모님을 뵙는다고 공부를 안 하는 건 오히려 불효"라고 말했다.
대학생 홍모(28)씨도 감염 우려와 가족의 안위를 생각해 귀성하는 대신 자취방에서 나 홀로 명절을 보내기로 했다.
그는 "떡국용 떡과 레토르트 사골곰탕 등을 사 떡만둣국을 끓여 먹었다"며 웃었다.
직접 만나지 못하는 대신 '랜선'으로 아쉬움을 달래는 이들도 있었다.
세배와 세뱃돈 주기도 모두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김모(49)씨는 "조카들과 만나지 못해 영상을 통해 세배를 받고 세뱃돈도 간단히 모바일로 줬다"며 "코로나로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앞으로는 점점 더 명절 풍경이 이렇게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