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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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시장 가져 오더라도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국민의힘 서울·부산시장 예비후보들이 한 목소리로 오는 '4·7 재보궐선거' 승리가 필요하다면서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수를 보면 국민의힘의 이 같은 주장이 엄살로 들리지는 않는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14곳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이 승리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승리한 곳은 보수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대구·경북(TK)지역과 원희룡 제주지사가 개인기로 승리한 제주특별자치도 3곳 뿐이었다.

기초단체장도 일방적이긴 마찬가지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전국 226곳 중 151곳이 민주당의 승리로 돌아갔다. 국민의힘이 이긴 곳은 53곳에 불과하다.

이번에 재보궐 선거를 치르는 서울과 부산으로 좁혀보면 격차는 더 크다. 서울의 25개구의 기초단체장 가운데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24명이다.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유일하다. 부산도 16곳 중 13곳이 민주당, 2곳이 국민의힘이다.

기초단체장뿐만 아니다. 시·도의원의 격차도 상당하다. 특정 당적을 가질 수 없는 제주특별자치도의 교육위원을 제외하고 전국 시·도의원의 숫자는 827명이다. 이중 민주당은 646명, 국민의힘은 145명이다. 서울 109명의 시의원 중 민주당 101명, 국민의힘 6명이다. 부산 47명의 시의원 중 민주당 40명, 국민의힘 5명이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사태로 치러지는 선거가 아니었으면 사실 뚜껑을 열어보기도 전에 결정난 게임이다. 대다수의 구청장과 지역구 의원, 시의원들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조직 표를 얻기에는 너무나도 유리한 구도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1년짜리 보궐 시장들의 임기가 끝나고, 성추문 족쇄가 풀린 뒤 새롭게 치러지는 2022년 지방선거 때는 누가 유리할까. 선거의 승자가 누가되든, 운동장은 이미 기울어져있다.

국회 분위기도 이 같은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어디있겠냐만은 국민의힘은 절박하고, 민주당은 여유가 있다. 민주당 보궐 선거 후보 중 일부는 올해가 아니라 내년을 바라보기 위해 달린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이미 시스템이 만들어진 민주당과 그렇지 않은 국민의힘이다.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것은 한 두번의 실패를 견뎌낼 힘이 있지만 반대의 경우 실수하면 나락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치적 빈부의 격차를 보고 있으면 문득 '한일전' 스포츠 중계가 떠오른다. 인프라 투자와 저변 확대로 시스템을 갖춘 일본, 인물 위주로 승부하는 한국을 매번 비교했다.

시·도의원, 기초단체장부터 차근차근 투자하고, 당원을 늘리며 실력을 쌓아왔던 민주당과 이명박·박근혜를 앞세워 10년 넘게 투자가 없었던 국민의힘이다. 스포츠로 국한하자면 민주당은 일본 같이 투자했고, 국민의힘은 한국같이 대처했다.

둘의 차이는 하나 더 있는 듯 하다. 바로 유소년이다. 일본의 고등학교 야구팀은 4136팀, 한국 고등학교 야구팀은 74팀이다. 축구 분야의 차이도 크다. 일본 유소년 축구 선수는 75만명, 한국 유소년 선수는 3만명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교육감 선거도 치러졌다. 당시 총 17개 선거구에서 진보성향 교육감 당선자는 14명, 보수성향 교육감 당선자는 3명이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8월 퇴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이 갖춘 인프라와 저변을 감안하면 허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