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우주 SF, 부담 보다 설렘"
데뷔 6년차, 김태리의 필모그래피는 짧지만 알차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로 화려한 상업영화 데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까지. 김태리는 전형성을 벗어난 선택을 통해 다른 시대 속 새로운 인물을 자연스럽게 변주해왔다. 신예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얼마나 즐거운지 대중에게 느끼게 하는 배우 중 하나다. 김태리는 이번엔 '승리호'의 카리스마 선장으로 분해 2092년 우주로 시청자를 이끈다.
배우 김태리가 '승리호'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15일 진행된 온라인 인터뷰에서 김태리는 한국 최초 우주 블록버스터 '승리호' 출연 소감에 대해 "두근두근했다"고 말했다.
김태리는 "관객으로 SF 너무 좋아한다. SF 영화는 있었지만, 우주는 처음이니까 최초라는게 너무 설렜다"고 밝혔다. 그는 캐스팅 제안을 받고 만난 조성희 감독의 세계관에 깜짝 놀랐다고. "감독 머리속에 2시간 보여지는 것보다 훨씬 큰 세계가 있었다. 장선장 캐릭터도 좋았다"고 말했다.
'승리호'는 10년 가까이 세계관을 창조한 조성희 감독의 창의력과 1000여 명의 VFX(시각특수효과) 전문가가 참여해 현실감 넘치는 우주를 구현한 한국 기술력의 정수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촬영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김태리의 상상보다 많았다. "생각했던 것 보다 단순하지도 않았고 장르물이라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는 흘러 가며 그에 맞는 호흡으로 연기를 하게 되는데 '승리호'는 생각지 못하는 일들이 터진다. 강도가 헷갈렸다. 다른 할리우드 영화를 보고 학습된 부분이 있어 벗어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장르에 대한 부담감을 느꼈냐는 질문에 김태리는 "부담감 보다는 설렘과 기대감이 컸다"면서 "저는 약간 '최초'는 다 잘 돼라는 생각이 있다. 할리우드에서만 보던 우주 활극을 한국 영화에서 한국 배우들이 연기한다는 것과 거기 제 얼굴이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가 컸다"며 웃었다.
조성희 감독에 대해 김태리는 '수줍은 고집쟁이 천재'라고 생각한다고. 그러면서도 "감독이 오케이를 너무 쉽게 하신다. 물론 감독님 머리 속에 다 있지만, 저는 의심이 가는 거다. 충분해서인지, 이 정도면 됐어인지 고민했다. 감독께 여쭤보면 다 좋다고 한다. 저는 좀 더 이끌어주셨으면 했는데 허허벌판에 놓인 느낌이 있었다. 고군분투했다"고 귀띔했다.
영화 '승리호'에서 김태리는 한때 악명 높은 우주 해적단의 선장으로 신분을 바꾼 후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를 이끄는 장 선장 역을 맡았다. 장 선장은 막말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안하무인 성격 탓에 우주노동자들도 혀를 내두르지만, 비상한 두뇌로 못 다루는 기게가 없고 남다른 리더십을 발휘한다. '승리호'에서 가장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인물로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일에 단호히 대처한다. '승리호' 내부는 완벽한 세트였다. 김태리는 "내부에 CG가 없었기에 그 안에서 생활감을 내기 좋았다.'SF니까 이렇게 해야해' 라기보다 일상적인 집 같이 되어 있었다. 단 장 선장의 모든 룩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주변의 스태프, 감독이 '괜찮냐'고 계속 물어봤다. 선글라스도 감독의 제안으로 착용했다. 그런 형태의 선글라스를 처음 껴봐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장르적인 메리트라고 생각한다. 각 캐릭터마다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것들이 인물에 캐릭터를 부여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어준다. 연기 외적인 부분에서 인물을 더 녹아내리게 하는 매력이 있다. 처음에 장 선장은 오렌지 컬러를 부여 받았다. 우주복을 입었을 때, 내가 지금까지 상상하던 모양새가 아니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 승리호 안에서 보니 색깔들이 매력적이더라"라고 했다.
현장에서 놀란 부분은 세심한 배려였다. 그는 "장 선장과 태호가 앉은 의자는 전동 의자였다. 우주선이 역동적으로 움직일때 같이 움직인다. '덜컹' 하는 부분은 배우들이 연기하려면 뻔뻔해야 하고 어려운 부분이다. 연기하는 데 깨지 않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장 선장 캐릭터 호평에 대해 "전형적이지 않다는 부분은 감독께 공을 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그는 "시나리오를 보고 제일 먼저 여쭤본 건 '왜 저를 캐스팅 하고 싶으시냐'였다. 시나리오를 볼 때 제 얼굴로 읽히지는 않았다. 앞서 했던 다른 작품들은 대사를 읽으면 내가 그 안에 있는 모습이 쉽게 떠올랐다면, '승리호'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하고 싶었지만 왜 날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김태리는 "선장이라는 타이틀이 과격하고 우락부락할 것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만 힘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이 조종석에 앉아 있을 때 더 큰 효과가 날 거라고 믿으셨다고 했다. 그렇게 저를 설득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승리호'는 황폐해진 지구와 위성 궤도에 만들어진 새로운 보금자리인 UTS, 돈을 벌기 위해 우주선을 개조해 우주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는 우주해적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는 지난해 여름 극장 개봉을 계획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두 번이나 개봉을 연기하다 결국 넷플릭스 를 통해 190개국 시청자를 만났다. 공개 2일 만에 해외 28개국에서 1위, 80개국 이상에서 TOP 10순위에 드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김태리는 이에 대해 "너무 신기했다"며 밝게 웃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지인들이 저와 같은 시간에 영화를 보고, 연락을 줬다. '아가씨'도 1~2년 지나 해외에서 개봉됐고 그 후에 해외 관객의 리뷰를 들었다. '승리호'는 같은 시각에 바로 반응이 오니 신기했다. 주변에서 '전세계 1위' 막 이러셔서 저는 '아유 뭘요'라고 하면서도 속으론 굉장히 설레여 하고 있다. 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였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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