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패소' SK이노, 엇갈린 시선…"불확실성 커" vs "저가매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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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여력·재무 안정성 훼손"
vs
"양사 합의 가능성 높아졌다"
!['ITC 패소' SK이노, 엇갈린 시선…"불확실성 커" vs "저가매수 기회"](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A.25355588.1.jpg)
부정론을 펼치는 증권사들은 합의금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상장과 윤활기유 사업 지분 매각 등으로 2조~3조원의 현금성 자산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149%라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유사업도 여전히 적자다. 배터리에 쏟아야 할 투자 여력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합의금 규모에 따라 재무 안정성과 신용등급이 흔들릴 수 있다”며 “합의가 지연된다면 수주 악화로 사업상 부정적 영향도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송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합의하려면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 자체를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ITC가 영업비밀 침해를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합의 과정에 난항이 있을 것”이라며 “소송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긍정론을 펼치는 쪽은 우선 합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합의 없이 미국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두 회사의 원활한 합의를 강조하고 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합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불확실성은 오히려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의 매몰비용과 장기 성장성을 고려했을 때 SK가 그룹 차원에서 미국 배터리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 동화기업 등 SK이노베이션 밸류체인까지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SK는 미국 배터리 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가 하락은 매수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 결과가 한국 배터리업계에 장기적인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을 견제할 선례가 될 수 있어서다. “CATL 연구소에서는 한국말로 대화가 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인력 유출 문제가 큰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번 소송은 장기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란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