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패소' SK이노, 엇갈린 시선…"불확실성 커" vs "저가매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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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폭 줄이며 4.2% 하락
"투자 여력·재무 안정성 훼손"
vs
"양사 합의 가능성 높아졌다"
"투자 여력·재무 안정성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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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합의 가능성 높아졌다"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설 연휴 기간 내내 마음을 졸였다. 지난 11일 새벽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 결과를 내놓으면서 주가 급락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ITC는 SK이노베이션에 10년간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수입 중단을 명령했다.
15일 장 시작 전 동시호가에서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25% 넘게 빠질 것으로 예상됐다. 장 시작 시간이 다가오며 낙폭이 10%로 줄었다. 오전 9시 정각. 주가는 전날보다 7.25% 떨어진 27만5000원으로 시작했다. 낙폭은 갈수록 줄었다. 소송 결과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 영향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부정론과 “저가 매수 기회”라는 긍정론이 팽팽히 맞섰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4.22% 하락한 28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예상보다 낙폭이 크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부정론을 펼치는 증권사들은 합의금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상장과 윤활기유 사업 지분 매각 등으로 2조~3조원의 현금성 자산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149%라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유사업도 여전히 적자다. 배터리에 쏟아야 할 투자 여력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합의금 규모에 따라 재무 안정성과 신용등급이 흔들릴 수 있다”며 “합의가 지연된다면 수주 악화로 사업상 부정적 영향도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송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합의하려면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 자체를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ITC가 영업비밀 침해를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합의 과정에 난항이 있을 것”이라며 “소송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긍정론을 펼치는 쪽은 우선 합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합의 없이 미국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두 회사의 원활한 합의를 강조하고 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합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불확실성은 오히려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의 매몰비용과 장기 성장성을 고려했을 때 SK가 그룹 차원에서 미국 배터리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 동화기업 등 SK이노베이션 밸류체인까지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SK는 미국 배터리 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가 하락은 매수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 결과가 한국 배터리업계에 장기적인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을 견제할 선례가 될 수 있어서다. “CATL 연구소에서는 한국말로 대화가 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인력 유출 문제가 큰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번 소송은 장기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란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15일 장 시작 전 동시호가에서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25% 넘게 빠질 것으로 예상됐다. 장 시작 시간이 다가오며 낙폭이 10%로 줄었다. 오전 9시 정각. 주가는 전날보다 7.25% 떨어진 27만5000원으로 시작했다. 낙폭은 갈수록 줄었다. 소송 결과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 영향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부정론과 “저가 매수 기회”라는 긍정론이 팽팽히 맞섰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4.22% 하락한 28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예상보다 낙폭이 크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부정론을 펼치는 증권사들은 합의금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상장과 윤활기유 사업 지분 매각 등으로 2조~3조원의 현금성 자산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149%라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유사업도 여전히 적자다. 배터리에 쏟아야 할 투자 여력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합의금 규모에 따라 재무 안정성과 신용등급이 흔들릴 수 있다”며 “합의가 지연된다면 수주 악화로 사업상 부정적 영향도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송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합의하려면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 자체를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ITC가 영업비밀 침해를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합의 과정에 난항이 있을 것”이라며 “소송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긍정론을 펼치는 쪽은 우선 합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합의 없이 미국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두 회사의 원활한 합의를 강조하고 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합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불확실성은 오히려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의 매몰비용과 장기 성장성을 고려했을 때 SK가 그룹 차원에서 미국 배터리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 동화기업 등 SK이노베이션 밸류체인까지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SK는 미국 배터리 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가 하락은 매수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 결과가 한국 배터리업계에 장기적인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을 견제할 선례가 될 수 있어서다. “CATL 연구소에서는 한국말로 대화가 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인력 유출 문제가 큰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번 소송은 장기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란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