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Fed는 금리 상승 용인할 것"…증시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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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지난주에도 역시 사상 최고치로 마감됐지만 상승폭 자체는 크진 않았습니다. S&P 500 지수 기준으로 지난 주 수요일 -0.03% 떨어진 뒤 목요일 0.17%, 금요일 0.47% 상승해 주간으론 1.2% 올랐습니다. 뚜렷한 상승 모멘텀 자체는 없었습니다. 지난주 이슈였다면 금리 상승, 비트코인 폭등, 원자재 슈퍼사이클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비트코인은 테슬라가 15억 달러 규모를 매입한 것으로 밝혀진 뒤 폭등해 5만 달러 근처까지 뛰었습니다. 뱅크오브뉴욕멜런, 마스터카드 등도 수탁, 거래 업무 등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상승세에 불이 붙었습니다.
원자재 가격 폭등세도 이어졌습니다. 구리 값은 2012년 이후 최고로 올랐고, 백금도 2014년 이후 처음 온스당 130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가장 주목되는 건 유가입니다. 원유는 전날 거래가 됐는데 서부텍사원원유(WTI)가 작년 1월 이후 최고가인 배럴당 60.77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올 들어 24% 급등해 심리적 저항선이던 60달러를 가볍게 깬 겁니다. 브렌트유는 63.26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이는 OPEC+의 감산,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기대, 재고 감소 등에다 미국에 몰아닥친 역대급 한파 때문입니다. 북극발 얼음폭풍이 미 전역을 휘감으면서 웬만해선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텍사스 등 미국 남부까지 월요일 영하 16~17도까지 떨어졌습니다. 평소 영상 5도~15도 수준이어야 할 댈러스 조차 그랬습니다. 이 때문에 전기 수요가 폭증하면서 260만 가구에 정전이 발생하는 등 난리가 난 상태입니다. 정전 등으로 텍사스 남부 멕시코만 연안의 코퍼스크리스티 등에 몰려있는 정유시설들이 줄줄이 가동을 멈췄습니다. 기온 하락으로 석유 수요가 늘어난 데다, 정유까지 중단되면서 재고 감소가 예상되자 유가가 심리적 저지선을 넘은 겁니다.
골드만삭스, JP모간 등 월가 금융사는 원자재 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JP모건은 2008년 이후 새로운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과 완화적 통화 및 재정정책, 달러 약세, 상승하는 물가, 친환경 정책 등이 모두 원자재 가격 상승을 지원한다는 겁니다. 이런 모든 요인들이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연 1.21%까지 올랐습니다. 30년물도 연 2.01%를 기록했습니다. 국내 설 연휴 기간 동안 5~6bp(1bp=0.01%포인트)씩 오른 겁니다. 이는 작년 2월 수준입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 추진, 원자재 값 상승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 등에다 백신 보급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 등이 겹쳐진 탓입니다. 그리고 워낙 금리의 절대 수준 자체가 낮은 상태이지요.
백신 보급 효과는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신규 감염자는 지난 14일 6만3000명대까지 줄었습니다. 백신 접종 횟수는 이날 하루 164만 명에 달했고, 지금까지는 5300만 회의 접종이 이뤄졌습니다. JP모간은 확산 속도 및 백신 보급 상황을 볼 때 코로나 대유행이 이르면 3월말~4월께 끝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백신 접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정하면 40~70일 내에 감염세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겁니다.
세계에서 백신 접종 속도가 가장 빠른 이스라엘에선 구체적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60세 이상 고령자 80% 이상이 백신을 이미 맞았는데, 그러면서 신규 확진자와 중증환자 중 고령자 비중이 급감하고 있는 겁니다. 60세 이상의 경우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감염률이 64% 떨어졌고, 그 다음으로 접종률이 높은 55~59세도 그 아래 연령대에 비해 52% 감염률이 낮았습니다. 특히 이스라엘의 최대 의료관리기구(HMO) 클라릿은 14일 화이자 백신을 두차례 접종한 60만명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 감염자 수가 미접종 집단에 비해 94%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이스라엘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2단계 일상 복귀 조치를 가동해 문을 닫았던 일반 상점과 쇼핑몰, 재래시장의 영업과 도서관, 박물관 운영을 정상화하기로 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19일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했으며 현재 930만 명의 인구 중 390만여 명이 1차, 253만여 명은 2차까지 접종을 마친 상태입니다.
이는 경기가 금세 회복될 것이란 기대를 높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가계가 팬데믹 이후 1조5000억 달러, 추가 부양책을 감안하면 올해 중반까지 2조4000억 달러의 추가 저축액을 쌓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1%에 달하는 이런 돈은 경제활동이 재개되면 소비에 쓰일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 중 20%가 올해 소비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선 금리가 꾸준히 올라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삭소뱅크는 2012년 이후 10년물 국채 금리의 저항선이 연 1.21% 인데 이를 넘어서면 다음 저항선인 1.5% 전까지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또 현재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연 2%가 넘는 걸 감안하면 10년물 1.2%대 금리는 지나치게 낮은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10년물 금리가 향후 한두 달 새에 연 1.5% 근처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면서 "미 중앙은행(Fed)이 이런 상승세를 허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최근 시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버블 조짐 탓입니다. 게임스톱 사태를 필두로 비트코인과 원자재 가격 폭등,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붐 등 투기적 움직임을 막기 위해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금리가 오르는 걸 내버려둘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 게임스톱 사태 등이 발생하면서 Fed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나치게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써서 투기판을 깔아줬다는 것이죠. 이렇게 거품이 커지면 향후 버블이 붕괴될 때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2000년 닷컴버블 붕괴 때처럼 말입니다.
그렇다고 Fed가 유동성을 지금 거둬들이기 시작한다면 겨우 살려놓은 금융시장과 경제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아직 경제활동이 본격적으로 재개되지도 않은 상태인데 말이죠.
이런 상황이라면 Fed가 경기 회복 기대에 의해 자연스럽게 오르는 금리를 놔두는 게, 비트코인 같은 투기적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금리가 급격히 올라 경기 회복세를 짓누르거나, 증시 폭락 등을 초래하지 않는 한 작년 하반기 제기됐던 국채 장기물 매입 확대나 수익률곡선 컨트롤(YCC) 등을 들고 나오지 않을 것이란 예상입니다. Fed가 금리 상승을 어느 정도 수준이나 속도까지 용인할 것인지가 문제겠지요. 월가 관계자는 "국채 금리가 오는 4~5월 1.5%에 육박한다면 증시에서는 불안감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처럼 높은 뉴욕 증시의 밸류에이션이라면 언제든 10% 수준의 조정은 나타날 수 있다"면서 "그 정도라면 Fed가 참고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