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다 벼 대신 콩 심으라더니…1년 새 20% 오른 쌀값의 진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쌀 20kg 1년 새 5만1664원→6만184원
"과잉생산 막자"며 재배면적 줄였다가 쌀값 더 올려
농식품부 '타작물 지원사업' 3년만에 중단
쌀 수매 등 시장개입에 연 1조 쓰는데…정책 실패 논란
코로나19로 집밥 소비 더 는 것도 원인
"과잉생산 막자"며 재배면적 줄였다가 쌀값 더 올려
농식품부 '타작물 지원사업' 3년만에 중단
쌀 수매 등 시장개입에 연 1조 쓰는데…정책 실패 논란
코로나19로 집밥 소비 더 는 것도 원인

벼 재배면적 갈수록 줄어
쌀 가격은 도·소매가 모두 오름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5일 쌀(상품) 20㎏ 소매가격은 6만184원으로 전년 동기(5만1664원) 대비 17.6% 올랐다. 같은 기간 쌀 20㎏ 도매 시세도 4만7100원에서 5만7380원으로 21% 올랐다. 식품업체들은 원가 부담을 못 버티고 지난달 말 햇반, 오뚜기밥 등 즉석밥 제품 출고가를 5~7% 올렸다.
“논에다 콩 심으라” 했다가 번복한 정부
쌀 생산량이 줄어든 배경에는 정부의 개입이 있다. 정부는 쌀 생산량을 의도적으로 줄여야했다. 정부는 WTO 협정으로 인해 매년 40만9000t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동시에, 국내 생산한 쌀의 10%를 수매한다. 공공 비축용 쌀을 수매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약 1조원에 달한다.이 같은 이유로 정부는 2018년 논의 타작물 전환 사업을 시작했다. 쌀 과잉공급을 막고 갈수록 줄어드는 쌀 소비에 대응하겠다는 것을 정책 목표로 내걸었다. 정부는 농가에 벼 대신 콩 등 다른 작물을 심으면 보조금을 주고 전량 사들이겠다고 유도했다. 이런 식으로 이런 식으로 3년간 5만여ha의 논을 없앴다.
업계에선 “쌀 가격이 급등하니 사업을 갑자기 중단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들인 비용은 만만치 않다. 공공 비축을 위해 정부가 쌀을 사들이는데 들인 예산은 지난해 8753억원. 올해도 8167억원의 예산이 잡혀 있다. 1조원 가까운 예산을 쓰면서도 물가관리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생산성 떨어졌는데 소비 늘어
쌀값 상승은 기후 변화 영향도 크다. “쌀값 상승은 재배면적 축소보다 장마로 인한 작황 부진이 더 큰 원인”이라고 답한 농식품부 관계자의 해명에도 일리는 있다. 지난해 단위면적(10ha 기준) 당 생산량은 483㎏으로 5년 전(539㎏) 대비 11.5% 떨어졌다. 지난해 7~9월 간 연이은 장마와 태풍 여파로 일조량이 부족해 병해충 피해가 컸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작년 태풍과 장마로 침수된 논이 전체의 3% 정도여서 안심했지만 막상 수확 후 도정을 하고 보니 병충해 여파로 품질이 크게 떨어졌다”며 “수확량보다 생산량이 크게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쌀 생산량 감소분보다 쌀값 인상폭이 크기 때문에 기후변화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현대백화점의 쌀 전문매장 ‘현대쌀집’에 따르면 지난달 ㎏당 8000원 넘는 고급 쌀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고급 쌀 품종인 고시히카리, 골든퀸, 북흑조 등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