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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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8일 국토교통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한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선 방안이 국내 대부분 주택의 중개수수료율을 오히려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적으로 가장 거래가 많은 9억원 미만 주택의 중개수수료가 높아지는 방향이어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16일 발표한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선안 분석 자료에 따르면 권익위의 중개수수료 개선안을 적용하면 거래량이 많은 9억원 미만 구간의 소비자 부담이 가중된다. 2억원 이상 9억원 미만 아파트 중개수수료율을 0.1%포인트 올렸기 때문이다.

권익위는 9억원 이상 주택의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라 거래금액 구간 표준을 5단계에서 7단계로 세분화하고 구간별 누진 차액을 활용하는 방식의 개선안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9억원 초과 12억원 미만 주택의 중개수수료율은 0.9%에서 0.7%로 낮아진다. 반면 2억원 이상 6억원 미만 주택의 중개수수료율은 0.4%에서 0.5%로,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은 0.5%에서 0.6%로 오른다.

소비자단체협의회 분석에 따르면 거래가 5억9000만원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중개보수가 236만원에서 295만원으로 59만원(25.0%) 오른다. 8억9000만원 아파트를 매매하면 445만원에서 474만원으로 29만원(6.5%)을 더 내야 한다.

이 단체에서 작년 한 해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전국 아파트 중 9억원 미만 거래량은 81만3840건으로 전국 거래량의 95.2%를 차지했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서울에서도 9억원 미만 거래량이 전체의 67.9%였다. 2020년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7000만원,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2억6000만원으로 9억원을 밑돈다. 이 같은 상황에서 9억원 미만의 중개보수액을 최대 59만9000원 높이는 개선안은 소비자 부담을 더 증대시킨다는 것이 이 단체의 주장이다.

이 단체는 소비자가 공인중개사에게 중개대상물의 소개와 알선만 받아도 알선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근거 규정을 권익위가 들고 나온 것에도 반발했다. 중개대상물을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는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거래 시장에서 상대적 약자인 소비자가 허위 매물, 불량 매물을 소개받거나 설명 부족 등의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에도 부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이 단체는 지적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일부 부동산 중개사가 운영하는 ‘거래 금액 구분 없는 단일(0.3%) 중개수수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