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증시가 30년 만에 지수 30,000선을 회복했지만 세계 주식시장과의 격차는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거품 경제가 붕괴한 1990년과 현재 도쿄증시의 위상을 비교·분석했다. 전날 닛케이225지수는 30,084로 마감해 1990년 8월 이후 30여 년 만에 30,000선을 돌파했다. 도쿄증시의 시가총액은 7조4000억달러(약 8159조원)로 1990년 2조9000억달러보다 2.5배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세계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2%에서 6.8%로 쪼그라들었다. 30년 전 3조1000억달러로 도쿄증시와 비슷했던 뉴욕증시의 시총은 45조5000억달러로 증가했다. 세계증시에서의 비중도 42.0%로 뛰었다. 구글, 아마존 등 미국 5대 정보기술(IT) 기업의 시총이 도쿄증시 1부 전체를 넘어섰다.

시총 상위 1000대 기업의 숫자도 1990년까지는 일본이 341곳으로 274곳의 미국보다 많았지만 현재는 77곳과 417곳으로 역전됐다. 미국 기업들이 사업 재편을 활발하게 진행한 결과 1996년 8000개를 넘었던 뉴욕증시의 상장사는 약 4000개로 줄었다. 대신 상장사의 평균 시총은 7억9000만달러에서 48억2000만달러로 6배 늘었다.

반면 도쿄증시 1부 상장사는 2200여 개로 30년 새 80% 증가했다. 상장사 평균 시총은 18억6000만달러로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흥 기업의 끊임없는 등장 덕분에 미국 상장사의 평균 영업 기간은 66년에서 44년으로 짧아졌다. 일본 상장사는 56년에서 88년으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길어졌다.

일본 기업과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주가 상승의 이익도 크지 않았다. 거품 붕괴 이후 일본 기관과 개인이 줄곧 주식을 팔았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개인들은 주식을 68조엔(약 712조원)어치 순매도했다. 개인의 비중은 20.4%에서 16.5%로 하락했다. 40%에 달했던 일본 금융회사의 비중은 반토막났다. 그 사이 외국인 비중이 4.7%에서 30.3%로 7배 가까이 높아졌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