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국회의사당을 폭파하겠다”는 신고 문자가 112에 접수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발칵 뒤집혔다. 경찰과 소방인력 70여 명, 소방차 21대가 투입돼 주변 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1시간 뒤 이 신고는 한 고등학생의 허위 신고로 밝혀졌다. 이달 초엔 칼을 들고 싸운다는 허위 신고에 순찰차 15대가 동원됐다가 헛걸음하기도 했다. 이 같은 허위 신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마다 발생하는 허위 신고만 4500건이 넘는다.

"의사당 폭파"…경찰에 허위신고 年 4500건
16일 경찰에 따르면 112 허위 신고는 몇 년째 풀지 못한 ‘난제’로 꼽힌다. 2015년 2927건이었던 허위 신고는 2016년(4503건) 이후 줄곧 연 4500건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통계가 발표된 2019년에도 4531건의 허위 신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역시 비슷한 추세가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사이에선 허위 신고가 범죄 현장의 초동 대응을 방해하는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보통 112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관은 직접 현장으로 출동하는 게 원칙이다. 신고 내용의 위험도나 중요도에 따라 더 많은 경찰력이 투입된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 신고는 내용이 부풀려지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일시에 많은 경찰력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며 “그만큼 많은 경찰력이 낭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위 신고로 인해 경찰력이 분산돼 촌각을 다투는 범죄 현장에서 정작 도움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허위 신고는 치안 공백을 초래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는 게 경찰 내부의 얘기다. 특히 최근엔 코로나19 대응으로 사회 곳곳에 많은 경찰력이 투입되는 상황이어서 허위 신고의 여파가 크다는 전언이다.

처벌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허위 신고로 확인될 경우 형법 137조에 따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사안에 따라서는 민사상 손해배상의 책임까지 질 수 있다.

그럼에도 허위 신고가 빗발치는 것은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2019년 허위 신고로 검거된 3862명 중 구속된 경우는 32명에 불과하다. 전체의 75.2%(2906명)는 벌금형을 선고받는 것으로 무마된다. 경찰에 붙잡혀도 미성년자여서 선처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허위 신고자의 상당수가 미성년자이거나 음주자”라며 “허위 신고 당시 합리적인 판단을 못했다는 이유로 처벌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허위 신고에 대해 법률적으로 상당히 무겁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위 신고는 요구조자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을 수 있는 범죄행위라는 점을 알리는 캠페인도 필요하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씨는 “경찰청 차원에서도 허위 신고에 대한 교육 및 캠페인 등 대응 방안을 체계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늘어나는 허위 신고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