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증권사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은행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위험투자를 주로 수행하는 증권업 특성을 간과한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6일 내놓은 ‘2021년 금감원 업무계획’에서 “초대형 투자은행(IB)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강화된 BIS 자기자본비율 등 신(新)자본규제 체계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BIS 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대출금 등 위험자산으로 나눈 값을 뜻한다.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에 BIS 비율을 10.5%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금감원이 BIS 비율을 증권업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은 지난해 ‘주가연계증권(ELS) 사태’가 계기가 됐다. 위기가 닥쳤을 때 대형증권사들의 유동성은 물론 재무건전성이 쉽게 취약해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현행 증권업 자본규제인 순자본비율(신NCR)은 단순히 위기상황(즉시청산)에서의 지급여력만을 측정해 적정 자본 수준을 평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를 대상으로 BIS 비율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종투사는 발행어음 등 수신은 물론 대출채권 등 여신 기능도 폭넓게 수행하고 있어 계속기업 차원에서 엄정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종투사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여덟 곳이 지정돼 있다.

만약 종투사에 BIS 비율 규제가 도입되면 이들 증권사는 신용공여 등 위험투자를 크게 줄이고 자본을 대거 확충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은행은 고객의 돈을 받아 안전히 돌려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증권사는 적극적으로 다양한 위험자산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며 “BIS 비율 같은 숫자 하나를 제시해 무조건 지키라고 통제하는 것은 증권업 특성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