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근처에 암이 있는 하부 직장암 환자는 괄약근 보존 수술을 받는 게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성범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사진)팀이 괄약근 보존술을 받은 환자와 항문을 제거하는 복회음 절제술을 받은 환자를 비교한 연구 결과다.

조기 검진이 늘고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국내 직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인 71.1%에 이른다.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직장암 환자가 수술을 앞두고 가장 걱정하는 것이 항문 보존 여부다. 환자는 인공 항문(장루)을 달지 않기를 원하지만 암 세포가 괄약근까지 퍼지면 재발을 막기 위해 항문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항문을 보존하더라도 수술 후 괄약근 조절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변실금이 생기기 쉽다. 이 때문에 복회음 절제수술을 주로 진행한다.

연구팀은 2011~2016년 국내 6개 병원에서 괄약근 보존 수술을 받은 환자 268명과 복회음 절제술을 받은 환자 74명을 3년간 추적 관찰했다. 괄약근 보존 수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 3년 후 포괄적 삶의 질 지수가 64.2점, 복회음 절제술 환자는 57.7점이었다. 항문을 보존했을 때 삶의 질이 더 높았다.

삶의 질 점수를 항목별로 보니 괄약근 보존 수술 환자는 남성 성기능, 배뇨기능, 신체 만족감 항목 등의 점수가 높았다.

강 교수는 “기존에는 항문과 근접한 곳에 직장암이 생기면 항문을 보존할 때 생기는 변실금 등 저위전방절제증후군 때문에 복회음 절제술을 주로 시행했다”며 “국내 외과의사들이 복회음 절제술 선택에 신중한 것과 달리 서구권에서는 이 수술을 광범위하게 권장한다”고 말했다.

"하부 직장암 환자, 괄약근 보존 수술 받아야"
그는 “최근에는 항암방사선 치료나 최소침습 수술이 발달하면서 직장암 크기를 최소한으로 줄인 뒤 괄약근 보존술을 시행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하부 직장암이라도 환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항문 보존술을 더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과학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