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4기도 완치 길 있어,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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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인터뷰 - 민병욱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다학제 시스템으로 생존율 높여
8개 진료과 협업 통해 치료
3기 환자 생존율 90% 넘어
다학제 시스템으로 생존율 높여
8개 진료과 협업 통해 치료
3기 환자 생존율 90% 넘어
“대장암은 포기할 질환이 아닙니다. 암이 깊이 침범하지 않은 1기는 물론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된 말기암 환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민병욱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사진)는 “과거 4기 암 환자 생존율은 20~30% 정도였지만 다학제 치료 등을 통해 이를 4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며 “4기암 환자도 적극적으로 치료해 생존율을 50% 이상으로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고려대구로병원 진료부원장을 맡고 있는 민 교수는 대장암 수술과 치료 명의다. 고려대구로병원 암센터장, 대장암센터장 등을 지냈다. 그는 여러 진료과 의사가 모여 대장암 환자를 치료하는 다학제 시스템을 구축해 말기 암 환자 생존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 대장항문외과는 물론 종양내과, 흉부외과, 간담췌외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7~8개 진료과 의료진 10여 명이 환자 치료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말기 암 환자도 상태에 따라 항암제 치료, 수술 등 다양한 치료법을 찾고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치료를 적용해 완치까지 이끌고 있다.
민 교수는 “다른 암은 전이되거나 재발하면 다학제 치료를 해도 완치 방법이 많지 않지만 대장암은 환자 시기와 상태에 따라 최적의 치료법이 있다”며 “환자마다 적절한 치료 타이밍을 찾고 치료에 대한 결정을 의사 한 명이 아니라 팀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를 통해 대장암 다학제 치료의 장점과 대장암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다학제 진료팀의 팀워크가 좋다는 평가가 많다.
“대장암은 간, 폐 등으로 전이되는 환자가 많다. 다학제팀에서 이들에게 가장 맞는 치료법을 찾는다. 국내 의료기관의 3기 대장암 환자 5년 생존율이 85% 정도인데 다학제 진료를 통해 이를 90% 이상으로 높였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장암센터에서 환자를 수술하기 전 8개 진료과 의료진이 최소 두 번 정도 환자 상태와 수술법에 대해 회의한다. 수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환자도 여러 진료과가 함께 논의하다 보면 치료법을 찾곤 한다. 과별 경계를 없애기 위해 3년 전부터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를 종양내과에 파견 근무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수술 시기를 놓치는 환자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 환자 진단, 암 치료 설계, 수술 등 치료까지 2주를 넘기지 않는다. 대장암센터에 오는 환자는 외과 의료진이 직접 내시경 검사를 한다. 회진을 도는 의료진이 내시경 검사까지 직접 하기 때문에 환자 만족도가 높다.”
▷적극적으로 수술했던 사례를 소개한다면.
“대장암이 간까지 전이된 젊은 환자였다. 간 전이암이 오른쪽에 많았고 왼쪽에도 적지만 퍼져 있었다. 처음에는 병소를 줄이기 위해 항암치료를 먼저 했다. 하지만 항암효과가 생각만큼 좋지 않았다. 전이된 곳의 암 크기가 클수록 항암 치료가 잘 듣지 않기 때문이다. 외과에서 오른쪽 간을 제거한 뒤 왼쪽 간의 암 병소를 군데군데 파내는 수술을 제안했지만 그렇게 되면 왼쪽 남은 간이 너무 적은 상황이었다. 결국 1차 대장암 수술을 하면서 오른쪽 간으로 가는 혈관을 잘라내는 수술을 했다. 왼쪽 간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서다. 이후 항암 치료를 하면서 간 기능을 살피다가 오른쪽 간을 제거하고 왼쪽 간에 남은 병소를 제거하는 두 번째 수술을 했다. 환자는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최근 로봇수술도 많이 활용한다.
“직장에 암이 있는 환자에게 로봇 수술을 주로 한다. 골반 깊숙이 있는 직장은 비뇨기계와 가까이 있고 주변에 생리현상과 성기능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자율신경이 지나간다. 암을 수술할 때 신경이나 비뇨기 부분이 손상되는 일도 많다. 정확한 수술이 중요한 이유다. 로봇수술은 기존에는 보지 못하던 곳까지 보면서 수술할 수 있기 때문에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다. 다만 환자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수술비가 다소 고가인 점이 아쉽다.”
▷환자가 알아챌 수 있는 대장암 증상은 어떤 것인가.
“증상이 없는 것이 주증상일 정도로, 환자의 70% 정도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다만 항문 출혈이 있거나 이유 없이 대변이 가늘어진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변비도 마찬가지다. 치질이나 치열일 가능성도 있지만 왼쪽 대장에 암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이유 없는 빈혈도 암 증상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주로 오른쪽 대장에 암이 생겼을 때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선종이 있으면 10~15% 정도는 3~5년 후 대장암으로 진행한다. 45세 이상은 5년마다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선종이 있으면 매년 받아야 한다. ”
▷4기라도 포기하면 안된다.
“대장암에서 4기는 꼭 말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대장암은 다른 장기에 전이가 있어도 절제할 수만 있다면 수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 완치의 길이 열려 있다. 4기암 진단을 받고 포기했다가 나중에 병을 키워 다시 병원을 찾는 환자를 보면 안타깝다. 지금은 50 정도 힘으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500의 힘으로도 어려울 수 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가공육을 먹고 불규칙한 식사를 하면 암 위험이 높아진다. 대장암 수술 후 식습관을 많이 묻는데 가려야 할 음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장암 수술 환자는 술을 한잔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민병욱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사진)는 “과거 4기 암 환자 생존율은 20~30% 정도였지만 다학제 치료 등을 통해 이를 4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며 “4기암 환자도 적극적으로 치료해 생존율을 50% 이상으로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고려대구로병원 진료부원장을 맡고 있는 민 교수는 대장암 수술과 치료 명의다. 고려대구로병원 암센터장, 대장암센터장 등을 지냈다. 그는 여러 진료과 의사가 모여 대장암 환자를 치료하는 다학제 시스템을 구축해 말기 암 환자 생존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 대장항문외과는 물론 종양내과, 흉부외과, 간담췌외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7~8개 진료과 의료진 10여 명이 환자 치료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말기 암 환자도 상태에 따라 항암제 치료, 수술 등 다양한 치료법을 찾고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치료를 적용해 완치까지 이끌고 있다.
민 교수는 “다른 암은 전이되거나 재발하면 다학제 치료를 해도 완치 방법이 많지 않지만 대장암은 환자 시기와 상태에 따라 최적의 치료법이 있다”며 “환자마다 적절한 치료 타이밍을 찾고 치료에 대한 결정을 의사 한 명이 아니라 팀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를 통해 대장암 다학제 치료의 장점과 대장암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다학제 진료팀의 팀워크가 좋다는 평가가 많다.
“대장암은 간, 폐 등으로 전이되는 환자가 많다. 다학제팀에서 이들에게 가장 맞는 치료법을 찾는다. 국내 의료기관의 3기 대장암 환자 5년 생존율이 85% 정도인데 다학제 진료를 통해 이를 90% 이상으로 높였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장암센터에서 환자를 수술하기 전 8개 진료과 의료진이 최소 두 번 정도 환자 상태와 수술법에 대해 회의한다. 수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환자도 여러 진료과가 함께 논의하다 보면 치료법을 찾곤 한다. 과별 경계를 없애기 위해 3년 전부터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를 종양내과에 파견 근무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수술 시기를 놓치는 환자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 환자 진단, 암 치료 설계, 수술 등 치료까지 2주를 넘기지 않는다. 대장암센터에 오는 환자는 외과 의료진이 직접 내시경 검사를 한다. 회진을 도는 의료진이 내시경 검사까지 직접 하기 때문에 환자 만족도가 높다.”
▷적극적으로 수술했던 사례를 소개한다면.
“대장암이 간까지 전이된 젊은 환자였다. 간 전이암이 오른쪽에 많았고 왼쪽에도 적지만 퍼져 있었다. 처음에는 병소를 줄이기 위해 항암치료를 먼저 했다. 하지만 항암효과가 생각만큼 좋지 않았다. 전이된 곳의 암 크기가 클수록 항암 치료가 잘 듣지 않기 때문이다. 외과에서 오른쪽 간을 제거한 뒤 왼쪽 간의 암 병소를 군데군데 파내는 수술을 제안했지만 그렇게 되면 왼쪽 남은 간이 너무 적은 상황이었다. 결국 1차 대장암 수술을 하면서 오른쪽 간으로 가는 혈관을 잘라내는 수술을 했다. 왼쪽 간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서다. 이후 항암 치료를 하면서 간 기능을 살피다가 오른쪽 간을 제거하고 왼쪽 간에 남은 병소를 제거하는 두 번째 수술을 했다. 환자는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최근 로봇수술도 많이 활용한다.
“직장에 암이 있는 환자에게 로봇 수술을 주로 한다. 골반 깊숙이 있는 직장은 비뇨기계와 가까이 있고 주변에 생리현상과 성기능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자율신경이 지나간다. 암을 수술할 때 신경이나 비뇨기 부분이 손상되는 일도 많다. 정확한 수술이 중요한 이유다. 로봇수술은 기존에는 보지 못하던 곳까지 보면서 수술할 수 있기 때문에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다. 다만 환자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수술비가 다소 고가인 점이 아쉽다.”
▷환자가 알아챌 수 있는 대장암 증상은 어떤 것인가.
“증상이 없는 것이 주증상일 정도로, 환자의 70% 정도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다만 항문 출혈이 있거나 이유 없이 대변이 가늘어진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변비도 마찬가지다. 치질이나 치열일 가능성도 있지만 왼쪽 대장에 암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이유 없는 빈혈도 암 증상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주로 오른쪽 대장에 암이 생겼을 때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선종이 있으면 10~15% 정도는 3~5년 후 대장암으로 진행한다. 45세 이상은 5년마다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선종이 있으면 매년 받아야 한다. ”
▷4기라도 포기하면 안된다.
“대장암에서 4기는 꼭 말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대장암은 다른 장기에 전이가 있어도 절제할 수만 있다면 수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 완치의 길이 열려 있다. 4기암 진단을 받고 포기했다가 나중에 병을 키워 다시 병원을 찾는 환자를 보면 안타깝다. 지금은 50 정도 힘으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500의 힘으로도 어려울 수 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가공육을 먹고 불규칙한 식사를 하면 암 위험이 높아진다. 대장암 수술 후 식습관을 많이 묻는데 가려야 할 음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장암 수술 환자는 술을 한잔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